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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선 장단역 증기기관차 공개 기념식에 참여한 한준기 할아버지와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비롯한 내빈
 경의선 장단역 증기기관차 공개 기념식에 참여한 한준기 할아버지와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비롯한 내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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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발발 59주년을 맞은 25일 2시,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평화의 종 전시장에서 '경의선 장단역 증기기관차' 공개 기념식이 있었습니다. 이 기념식에는 최후의 기관사였던 한준기 할아버지와 김문수 경기도지사, 정진종 1사단 부사단장, UN중립국감독위원회의 장 자크 요스, UN군사정전위원회의 마이클 브래넌 등 관계자가 참석해서 한국전쟁과 이 기관차의 최후 모습을 증언했습니다.

이 기관차는 한국전쟁 당시 기관총의 집중 사격을 받고 탈선되어 반세기가 넘도록 비무장지대에 방치된 채 남북분단의 아픔을 증언해오던 상징물이었습니다.

잡초에 덮여 급속하게 부식되고 있는 이 기관차를 2004년 2월 6일 문화재로 등록(등록문화재 제78호)하고 포스코의 기술을 동원하여 보존처리한 다음 아픈 동족상쟁의 증거물로 보존하기 위해 경기관광공사의 노력으로 임진각 독개다리 입구의 현위치로 이전하여 공개된 것입니다.

보존처리를 마치고 임진각 독개다리 입구에서 북을 향해 놓인 경의선 장단역 증기기관차
 보존처리를 마치고 임진각 독개다리 입구에서 북을 향해 놓인 경의선 장단역 증기기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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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증기기관차는 일본 가와사키사가 제작한 길이 15m, 폭 3.5m, 높이 4m의 80톤 중량을 가진 마터(MOUNTAIN)2형 증기기관차입니다. 이 기관차는 더 이상의 훼손을 막기 위해 2005년 문화재청이 포스코와 '1문화재 1지킴이'협약을 체결하고 상태를 정밀조사해 구조보강과 녹 제거, 보호코딩제를 도포하는 방식으로  2008년 12월에 2년 간에 걸친 보존처리 작업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장단역 증기기관차의 부서진 머리부분
 장단역 증기기관차의 부서진 머리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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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관차의 최후기관사였던 한준기 선생님. 당시 23세였던 청년이 82세의 할아버지가 되었습니다. 한 선생님은 1927년 일본에서 태어나 1945년 해방과 함께 귀국하여 46년 2월부터 경의선을 오가는 증기기관차의 기관사가 되었습니다. 서울을 출발해 임진강 철교를 건너 신의주까지 오가셨던 분이지요.

"전쟁당시 기관사들은 기관차와 함께 국군이 진군하면 함께 진군하고 남하하면 함께 남하했습니다. UN군 수송본부의 명에 따라 화차에 탱크를 비롯한 군수물자를 날랐습니다. 1950년 12월 31일이었습니다. 저는 개성에 있던 이 기관차로 평양에 가서 군수물자를 운반하라는 수송대대장의 지시를 받았습니다.

마침 중공군의 개입으로 평양까지 가지 못하고 황해도의 평산도 한포역에서 후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19시 20분, 마지막으로 25량의 화차를 견인하여 한포역을 출발하여 22시에 장단역에 도착하였습니다. 장단역에서 다른 지시가 있을 때까지 대기하라는 명령을 받았고 저는 화물의 상황을 살피기 위해 기관차에서 내렸고 잠시 후 기관차에 무차별 기관총 사격이 시작되었습니다.

아마 UN군 작전에 따른 거겠지요. 기관차에 남아있었다면 저도 목숨을 잃었을 것입니다. 기관차는 물통과 증기통이 모두 구멍이 뚫려서 운행이 불가해졌습니다. 저는 자식 같았던 그 기관차를 두고 문산역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열차로 남하할 때 북한동포들이 기관차와 화물칸의 지붕에까지 가득 타고 남으로 이동하길 원했습니다. 하지만 열차의 운행 중에 추락하여 수십명이 부상하거나 목숨을 잃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이보다 가슴 아픈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한준기 할아버지의 회고는 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증언하는 것이었습니다.

경의선 최후의 기관사, 한준기 할아버지
 경의선 최후의 기관사, 한준기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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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기 할아버지의 이 증기기관차에 기관총 세례가 퍼부어지던 그날이 경의선의 마지막 철마가 멈춘 날이 된 것이지요. 이 철마는 이제 기력을 잃고 박제된 모습으로, 부서져 교각만 남은 독개다리를 바라보며 북으로 머리를 둔 채 다시 대중 앞에 모습을 보였습니다.

경의선을 달린 마지막 철마, 이 장단역 증기기관차는 1020여개의 총탄자국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이 분단된 조국의 한을 증언하면서 휘어진 쇠바퀴가 다시 펴져서 북으로 뛸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기관차에는 총 1,020여개의 총탄자국이 남아있으며 바퀴는 휘어져있습니다.
 이 기관차에는 총 1,020여개의 총탄자국이 남아있으며 바퀴는 휘어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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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철마가 다시 달리는 날이 올 때까지 대한민국은 대륙에 몸이 붙은 반도가 아닙니다. 대륙을 꿈꾸는 섬일 뿐입니다. 남북이 하나 되어 철마가 북녘의 산하를 지나 시베리아를 횡단하여 유럽에 닿는 그날, 우리는 진정 고립의 섬에서 벗어나게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홈페이지(www.motif1.co.kr)에도 포스팅됩니다.



태그:#장단역증기기관차, #경의선, #한준기, #최후의기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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