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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학년 아이가 그린 '민족공동체 의식 함양을 위한' 포스터입니다.
▲ '우리 모두 하나되어 통일의 길로 가자' 6학년 아이가 그린 '민족공동체 의식 함양을 위한' 포스터입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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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4학년 미술교과서에 '그리고 싶은 것 그리기'에 나온 참고작품입니다.
▲ '북진통일' 1차 4학년 미술교과서에 '그리고 싶은 것 그리기'에 나온 참고작품입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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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5일은 '한국전쟁'이 일어난 날입니다. 한국전쟁이 일어난 6월 25일과 더불어 6월 6일 현충일이 들어있는 6월은 '호국보훈의 달'입니다. 해마다 6월이 되면 학교에서 하는 연례행사가 있습니다. 바로 '호국보훈의 달' 행사입니다.

이 행사는 우리가 초등학생 시절에도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이면 누구나 학창시절 6월에 했던 행사들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2차 4학년 미술교과서 '필요한 물건 만들기'에 나오는 '승공 포스터' 참고작품. 이 작품이 3차 미술교과서에는 '승공'이라는 말대신 '단결'로 말만 바꾸어 나옵니다.
▲ '승공' 2차 4학년 미술교과서 '필요한 물건 만들기'에 나오는 '승공 포스터' 참고작품. 이 작품이 3차 미술교과서에는 '승공'이라는 말대신 '단결'로 말만 바꾸어 나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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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생각해 보면, 우리가 초등학생 시절 때는 '반공교육'을 철저하게 받았습니다. '반공' 이전에는 '멸공(공산당을 없애자')이었고, 반공 이후에는 '승공(공산당을 이기자)'이라는 말이 등장했습니다. '반공 교육'은 말그대로 공산당을 무조건 싫어하고 미워하고 반대해야 하는 마음을 심어주는 교육입니다. 그에 따라 그 당시 초등학생들이 보는 책에 북한 사람들은 빨간 얼굴에 뿔이 달리고 흰 이를 드러낸 무시무시한 도깨비로 나타내곤 했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초등학생 시절에는 북한 사람들이 그런 모습인 줄 알았습니다. 아직까지도 몇몇 어른들이 북한 사람들을 '빨갱이'라 부르며 적대시하는 것은 그 당시 받은 잘못된 '반공 교육' 효과입니다. 우리는 '쌔드 무비'라는 영어노래 가사를 '간첩식별법'이란 노가바로 외워 부르며 학교를 오가야 했고, 주변에 간첩이 있나 늘 살펴봐야 했습니다. 이른 아침 산에서 내려오는 이웃 아저씨, 바짓가랑이에 흙이 묻은 동네 할아버지, 밤에 라디오를 듣는 삼촌도 의심해야 했습니다.

 6학년 아이가 그린 '민족공동체 의식 함양을 위한' 포스터입니다.
▲ '두 손 모아 한 마음' 6학년 아이가 그린 '민족공동체 의식 함양을 위한' 포스터입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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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6학년 서예교과서에 보여주고, 아이들에게 따라 쓰게하는 글씨(체본)입니다. 그 당시 아이들에게 '이름다운' 붓글씨 쓰기를 하게 하면서 아이들에게 심어주려 했던 것이 '간첩 침략분쇄하자', '잊지말자 육이오', '무찌르자 오랑캐'였습니다.
▲ '간첩침략 분쇄하자' 2차 6학년 서예교과서에 보여주고, 아이들에게 따라 쓰게하는 글씨(체본)입니다. 그 당시 아이들에게 '이름다운' 붓글씨 쓰기를 하게 하면서 아이들에게 심어주려 했던 것이 '간첩 침략분쇄하자', '잊지말자 육이오', '무찌르자 오랑캐'였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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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 하는 호국보훈의 달 행사는 한반도 정세와 정부의 대북 정책이 바뀜에 따라 '반공'이 아닌 '통일'과 '한민족 공동체 의식'이 강조되면서 이름도 길고 어려운 '민족공동체 의식함양을 위한 행사'로 바뀌었습니다. 이렇게 바뀌게 된 주요한 계기는 '남북공동성명'(1972년)과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 · 협력에 관한 합의서'(1991년), '6·15남북공동선언'(2000)에 따른 것입니다.

이 즈음 아이들이 그린 포스터에는 '한민족', '공동체', '하나'라는 말이 많이 등장합니다.

정권이 바뀌고 한반도 정세가 바뀌면서 그에 따라 행사 이름도 따라 바뀌어 왔지만, 이 행사로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강조하려 하는 것은 변함없이 '통일'입니다. 아이들에게 어려서부터 통일의식을 함양해서(심어주어) 통일을 하는데 기여하게 해서 하루 빨리 통일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과연 이런 행사가 아이들에게 통일의식을 심어주고, 이 행사가 통일을 앞당기는데 기여할 수 있을까요? 절대 그렇지가 않습니다. 6월이 되면 아이들에게 늘 그리게 하는 포스터를 보면, 그동안 이름은 '반공'이든, '민족공동체 의식 함양'이든, '안보' 정권이 바뀔 때마다 행사 이름만 바뀌어 왔지, 아이들에게 그리게 하는 그림은 3,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통일교육에서 가장 많이 하는 내용이 '북한 알기'인데 아이들은 북한 알기를 통해 '다름'을 인정하는 것을 배우기보다 북한이 우리보다 못난 점을 많이 알게 되어 '북한 사람들은 참 촌스럽다'든가, '북한 사람들은 참 못 사는구나' 생각합니다. 결국 '통일을 하면 우리가 못 사는 북한 사람들을 먹여 살려야 하기 때문에 통일하지 말아야 해요'하는 생각을 하는 아이들이 늘어나게 됩니다. 어찌된 일인지 통일교육을 받으면 받을수록 오히려 통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늘어납니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부터는 호국보훈의 달 행사에 '통일'이니 '공동체'니 하는 말보다 '안보'라는 말이 점점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그림은 아무리 통일교육앞에 붙은 이름이 바뀌어 와도 아이들이 늘 그리던 그림인데, 앞으로는 학교에서 다음과 같은 그림을 더 많이 볼 수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한 아이가 그린 호국보훈의 달 행사 포스터입니다.
▲ '잊지말자 6.25' 한 아이가 그린 호국보훈의 달 행사 포스터입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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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말하면 '통일 문제'는 어른 문제지 아이들 문제가 아닙니다. 어른들이 해마다 6월을 '호국보훈의 달'로 정해서 교문 앞에 펼침막을 내걸고 대단하게 행사를 여는 것은 아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상부기관에 보고하기 위한 어른들의 실적 업적을 채우기 위한 것입니다. 그동안 아이들을 만나본 바로는 아이들은 통일교육을 따로 하지 않아도 북한 아이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습니다. 통일 교육을 할 때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습니다.

"선생님, 어른들은 왜 통일이 안된다고 하는지 참 이상해요. 남한과 북한을 가로막고 있는 철조망 치우고 남한  사람들과 북한 사람들이 그냥 다니면 되지 않아요?"


태그:#호국보훈의달행사, #민족공동체의식함양행사, #통일교육, #초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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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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