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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시작을 알리는 단어는 무엇일까? 필자의 기억으로는 과일이름이다. Orange를 '어륀지'로 읽어야 한다는 이명박 인수위의 말이 기억의 시작이다. 그 뒤를 잇는 단어는? 연예인 이름이다. '고소영 강부자', 이명박 정부의 인사를 두고 사람들은 지금은 활동이 뜸한 고소영씨와 정치인을 지낸 강부자씨의 이름으로 풍자했다. 이후 명박산성, 유모차 수사, 댓글 수사, 인터넷 후진국, 광장 차벽 등 이명박 정부 이후 유행어가 된 말들은 참으로 많다. 최근 급부상한 단어는 이른바 '불통 정부'다.

 

오늘의 희망뉴스는 많은 단어 중 '강부자' 정부와 연관되어 있다. '강부자'는 부자 감세, 다주택자 감세 등 강남 부자를 위한 정책에 충성을 다하는 정부를 비꼰 말이다.

 

대한민국 부자구 하면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를 일컫는 '강남 3구'가 떠오른다. 부자구인만큼 도로, 문화시설 등 기반시설은 물론이요, 지난 3일 강남구가 발표한 출산장려금 또한 대단하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 출산 장려금을 최고 3000만 원까지 지급하고 셋째 이상 자녀에 대해서는 보육료의 100%를 지급하겠다는 것이 주요내용이었다. 현재 두 아이를 둔 아빠로서 '셋째 아이 출산을 위해 강남구로 이사를 가야 하나?'하는 고민을 하게 한 소식이었다.

 

여튼 부자구인 강남3구에는 부자만 살고 있을까?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다. 대한주택공사와 한국도시연구소가 밝힌 '서울 비닐하우스촌 현황'에 따르면,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는 총 3463가구가 꽃동네에 살고 있으며, 그 소재지는 모두 강남 3구다. 산업화 과정에서 '집중된 서울'이 낳은 강남 3구의 이면이다.

 

'그래도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소식이 대법원발 뉴스로 전해졌다. 꽃동네에 사는 주민이 이제 꽃동네로 전입신고를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꽃동네 '잔디마을'에서 15년동안 살아온 서양석(50)씨는 그간 본인이 실제 거주하는 주소지의 주민이 아니었다. 서씨가 살고 있는 잔디마을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앞둔 1980년대 후반 서울 일대 판자촌이 헐리면서 갈 곳을 잃은 철거민 등이 양재2동 도로 밑 산기슭에 하나 둘 천막을 치면서 생겨났다.

 

관할 지자체는 시유지에 무허가 건축물인 비닐하우스를 지어살고 있다는 이유로 서씨의 전입신고를 거부해왔다. 전입신고가 되지 않음으로 인한 피해는 심각했다. 수도, 전기, 우편, 의료보험 등에서 불편을 겪는 것은 물론, 택배조차도 다른 마을 주민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고 한다.

 

결국 서씨는 지난 2007년 전입신고를 받아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에 대해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주민등록지는 공법관계뿐만 아니라 주민의 일상생활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므로, 이는 전입신고자의 실제 거주지와 일치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전입 신고자가 해당 주소지에 '거주 목적'으로 30일 이상 살았다면 지방자치단체의 무허가 건축물 관리 등 다른 사항을 고려하지 말고 전입신고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해 다른 꽃동네에 사는 주민들도 전입신고를 할 수 있게 됐다. 그래도 희망! 오랜만에 희망뉴스를 들려준 대법원에 박수를!

 

주소와 관련된 대법원 판결을 보며 필자가 지속적으로 가지고 있는 의문이자 숙제를 떠올렸다. '거리의 나그네' 노숙자와 관련된 이야기다. UN의 기준에 따른 '노숙자'의 정의는 ① 집이 없는 사람과 옥외나 단기보호시설 또는 여인숙 등에서 잠을 자는 사람, ② 집이 있으나 UN의 기준에 충족되지 않는 집에서 사는 사람, ③ 안정된 거주권과 직업과 교육, 건강관리가 충족되지 않은 사람을 말한다.

 

대부분 노숙자들의 경우 사업 실패 등의 이유로 주민등록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국가에서 긴급지원하는 복지혜택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보도는 '노숙인 동사' 뉴스와 함께 매번 되풀이된다. 

 

우리 민법은 주소를 알 수 없으면 거소를 주소로 보고(19조), 어느 행위에 있어서 가주소를 정한 때에는 그 행위에 관하여는 이를 주소로 본다(21조)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민법규정을 준용하여 복지혜택의 사각지대에 있는 주민등록이 없는 노숙자들에게 '거소' 또는 '가주소' 규정을 준용하여 복지혜택을 주는 방법은 없을까? 정부와 국회의 현명한 대안이 마련되어 또 하나의 희망뉴스를 들려주길 기대한다.


태그:#잔디마을, #전입신고, #대법원, #노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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