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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 카우치(침대 겸용 긴 의자) 1' 캔버스에 아크릴릭 400×210cm 2008. 직접 보면 대작이다. 베드 카우치는 고통과 축제의 은유일 수 있다
 '베드 카우치(침대 겸용 긴 의자) 1' 캔버스에 아크릴릭 400×210cm 2008. 직접 보면 대작이다. 베드 카우치는 고통과 축제의 은유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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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홍 흑백거울전'이 6월 28일까지 안국역 옆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린다. 몸에서 배어나오는 인간의 체취와 삶의 진실한 향기를 다양한 연령과 계층사람의 정치적이거나 상업적인 의도 없는 누드화를 통해서 특유의 화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사회의 모순과 갈등 그 속에 담긴 위선과 가면을 들춰낸다.

한국은 빠른 경제성장에도 아직 사회적 약자를 배려할 만큼 성숙하지 못하다. 천박한 물질주의와 패거리 지역주의 그리고 수단방법을 가지지 않고 반칙을 해서라도 목적을 달성하려는 출세주의 등의 추함은 다 가시지 않았다. 게다가 많은 지식인들도 이를 외면한다.

우리의 욕망엔 죽음의 냄새가 난다

'베드 카우치 4' 캔버스에 아크릴릭 300×210cm 2008
 '베드 카우치 4' 캔버스에 아크릴릭 300×210cm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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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자본주의사회 속에서 소비숭배에 빠져 있다. 인간이 삶의 주인이 되기보다는 물질에 예속되기 쉽다. 그러다보니 여성들은 더 자신을 상품화하고 무의식중에 가학적·자학적 요소에 빠져든다. 자신이 원하는 삶보다는 사회가 원하는 쪽으로 나간다.

섹시하다는 말은 홍수를 이루지만 진정한 성애나 사랑은 없다. 우리의 욕망에는 죽음의 냄새가 진하게 난다. 원칙과 소신을 지키려고 했던 전 대통령까지도 목숨을 끊게 만드는 사회현상을 보인다. 우리사회가 이제는 정신분석적 치유가 필요한 것인가. 우리시대의 욕망은 존재욕망이라기보다는 소유욕망에 머물러 있다.

성과 돈과 권력의 독점과 특권이 통하는 사회

'가죽소파' 캔버스에 아크릴릭 122×45cm 2009
 '가죽소파' 캔버스에 아크릴릭 122×45cm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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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을 먹고 사는 성의 정치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거대한 언론과 자본과 권력이 삼각동맹을 맺으면서 활개를 친다. 서슴없이 매음사회로 치닫는다. 장자연사건은 그 빙산의 일각이다. 그러면서 법치를 내세우고 선악을 확연히 구분하려 하는데 이는 그만큼 사회가 더 부패하고 황폐하다는 반증이다. 

그러나 작가는 거꾸로 누드화를 통해 성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표현하려고 한다. 그의 누드는 그런 면에서 기존의 것과는 다르다. 오히려 성의 정치적 독점을 지적하고 성적의 특권이 통하는 사회적 모순과 이중성을 공격한다.

여기서 개란 돈 냄새를 맡는 권력인지 모른다. 그들은 재력과 학벌과 정보력을 독점하고 있다. 이런 탐욕의 무리들이 판치는 사회를 풍자하고 있는지 모른다. 개념 없는 인간, 혼이 없는 삶이라고 할까. 이런 아류의 견성의 본능만이 횡행하고 있음을 희화시킨 것인가.

누드화로 갑옷 입은 사회의 편견 벗기기

'여자' 캔버스에 아크릴릭 45×122cm 2009. '어떤 청춘' 캔버스에 아크릴릭 45×122cm 2009
 '여자' 캔버스에 아크릴릭 45×122cm 2009. '어떤 청춘' 캔버스에 아크릴릭 45×122cm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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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다양한 계층의 평범한 모델을 통해 우리의 삶을 털어놓는다. 그들의 몸은 인간 삶을 영위하는 그들은 적나라하게 벗김으로 그들의 모습을 드러내고 우리사회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그리고 다시 그 거죽 위에 혼령을 덧씌운다. 누드라는 거울로 인간을 다시 보게 하고 몸을 정화시키고 그 속에 다시 맑은 혼도 흐르게 한다.

여기 다 벗은 남녀의 모습은 참으로 가감 없고 왜곡이 없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여기에서는 미화시키거나 비하시키지 않는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우리마음 속에 드리워진 마음의 위선과 편견 그리고 가면과 갑옷을 벗긴다.

육체와 정신의 대립은 파시즘의 원류

'베드 카우치 7' 캔버스에 유채 227×145cm 2009
 '베드 카우치 7' 캔버스에 유채 227×145cm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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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사에선 20세기까지도 육체와 정신은 철저하게 나눴다. 육체는 하위개념으로 천한 것이고, 정신은 상위개념으로 귀한 것으로 구분한다. 인간 스스로 자신을 두 요소를 갈라놓고 자신을 괴롭힌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이분법이 남성우월주의를 낳고 유럽에서는 파시즘을 후발국에서는 독재정권을 낳는다.

서구의 청교도 윤리나 조선시대의 유교적 윤리가 도덕 강박증으로 흘렀다. 그러나 프랑스혁명과 근대인권사상이 등장하고 신의 죽음이 거론되고 관념주의에서 벗어난 유물주의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 등장하면서 육체와 정신의 문제는 조금 균형감을 찾는다. 주자학에서 '수신'에만 치우지자 조선후기 양명학은 '애신(愛身)'을 들고 나온다.

삶의 질을 높이는 욕망과 여성·생명·살림·환경을 중시하는 에코페미니즘이 대두하고 있지만 아직도 육체적인 것이 천시 받는 분위기가 다 가시지는 않았다. 그러나 현대철학자들은 '몸(body)' 철학을 거론하며 보다 육화된 삶에 대한 찬미를 철학적으로 조망한다.

온정과 긍지, 색채와 향기 넘치는 사회
 
'베드 카우치 5' 캔버스에 아크릴릭 300×210cm 2008
 '베드 카우치 5' 캔버스에 아크릴릭 300×210cm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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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홍의 작품은 약간은 불량기 보이지만 시들지 않는 싱싱한 생명이 넘친다. 돈과 권력이 없고 부자나 스타가 꼭 되지 않아도 사람 사는 세상이 올 수 있다는 동경이 서려 있다. 위에서처럼 평범한 장년의 남자도 자신의 삶에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사회 말이다.

다시 말해 지연, 학연, 혈연 등에 얽매이지 않고 핏기 없는 얼굴을 한 사회가 아니라 따뜻한 목욕물처럼 온기가 느껴지는 사회, 사람마다의 색채와 향기가 나고 활기와 생동감이 넘치는 사회분위기 그러면서 자신의 삶을 응시하고 능동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에 대한 동경이 작품 전반에 깔려 있다.

그보다는 작가가 주변주적인 삶의 역정이 그를 그렇게 만든 것인가. 그래서 그는 대중의 비위에 영합하기보다는 고약해 보이고 낯설고 생경하고 빈축을 살지라도 자신의 문제를 당당히 노출시켜 사회적 논의도 촉발시킨다.

사회참여를 향한 작가의 남다른 관점

'베드 카우치 8' 캔버스에 아크릴릭 300×210cm 2008
 '베드 카우치 8' 캔버스에 아크릴릭 300×210cm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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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28년간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안창홍, 그는 이렇게 인간과 문명, 사회적 폭력에 대한 저항, 인간의 위선에 대한 비판, 익명의 개인에게 바치는 헌사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한 곳에 머무르지 않는다. 세상과 인생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과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흑백거울 속에 거침없는 누드화로 표출시킨다.

누드화에 회색빛 어둠이 서려있으나 장중한 흑백의 감수성이 이글거린다. 진정한 에로티시즘이나 색정과 함께 삶의 세속적 성화 혹은 신성함도 발굴한다. 그래서 우리시대 진정한 자유주의자로 사는지 모른다. 초라하고 만만해 보이는 보통사람들의 누드화 속에 삶의 격랑을 해쳐가는 사람들이 잠재하고 있는 강인함과 담대함도 보여준다.

안창홍은 이번 전 미술관과의 인터뷰를 통해 작가정신과 미술의 역할을 이렇게 말한다.

"작가라면 그 시대가 아프든 자랑스럽든 그 시대에 동참해야 하는 거야. 화가의 눈은 항상 깨어있어야 해. 모던해야하고 아방가르드 해야만 돼. 구태의연해서는 안 돼. 데카당스하고 도덕의 틀에서도 해방되어야해. 끝임 없이 실험하고 반역을 꿈꾸는 자유인이어야만 한다는 말이지. 예술은 자유와 저항, 그것을 뿌리로 가치 있는 정신의 꽃이 피어나는 거지"

안창홍, 한국미술의 뚝심 있는 전후반항세대

전시장에서 환하게 웃는 안창홍
 전시장에서 환하게 웃는 안창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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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홍(Ahn, Chang Hong 1953~) 경남 밀양출생 

개인전 I 1981~2009 사비나미술관 외 26회 개최

그룹전 I 2008 봄날은 간다(광주시립미술관), 2007 한국미술의 리얼리즘-민중의 고동(반다지아, 후쿠오카, 미야코죠노시립미술관 등 5개 미술관 순회전, 일본), 2006 한국 현대미술 100년(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05 당신은 나의 태양:한국미술 1960~2004(토탈미술관 서울), 2004 부산비엔날레(부산시립미술관), 2003 예술가의 술 이야기(사비나미술관, 서울), 2002 광주비엔날레 프로젝트3 :집행유예(8.15시민공원, 광주),  2001 한국미술2001; 현대 회화의 복권(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00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인간과 성(광주시립미술관), 1998 창-안과 밖 (광주시립미술관), 1997 광주비엔날레 특별(광주시립미술관), 1996 밤의 풍경(갤러리사비나 서울), 1994 민중미술15년(국립현대미술관 서울), 1993 93한국현대미술의 꽃(그림마당민, 서울), 1992 구상회화의 재조명:풍자화 그 해석의 소리(현대미술관, 서울), 1988 한국미술의 위상(한강미술관, 서울), 1987 반고문(그림마당민, 서울) 1986 현실과 발언(그림마당민, 서울), 1985 어떤 정신들(한강미술관, 서울), 1984 인간(미술회관, 서울), 1983 현실과 발언 동인(관훈미술관, 서울), 1982 인간 11인(관훈미술관, 서울), 1981 부산청년비엔날레(공간화랑, 부산) 1980 18인의 회화(청년작가회관, 서울) 1979 36인의 방법(미술회관, 서울), 1978 국제화랑개관기념(국제화랑, 부산), 1977〜79 제1〜2회 기류(부산) 1977〜81 제1회〜제5회 POINT현대미술회(부산, 울산, 서울), 1976 안창홍, 정복수 2인전(현대화랑, 부산)

수상 I 2001 제1회 부일미술대상 수상(부산일보사) 2000 제10회 봉생문화상 전시부분 수상(봉생문화재단, 부산) 1989 카뉴국제회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수상(카뉴, 프랑스)

작품소장 I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경남도립미술관, 사비나미술관, 구삼미술관, 금호미술관 등. 관련서적 I <어둠속에서 빛나는 청춘 - 안창홍의 그림세계>(눈빛)

덧붙이는 글 | 서울특별시 종로구 안국동 159번지 사비나미술관 전화 02-736-4371, 4410 팩스 02-736-4372 www.savinamuseum.com



태그:#안창홍, #사비나미술관, #누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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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중 현대미술을 대중과 다양하게 접촉시키려는 매치메이커. 현대미술과 관련된 전시나 뉴스 취재. 최근에는 백남준 작품세계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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