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가 한나라당을 깨부수어야 한다고 선언했다. 조 전 대표는 15일 자신의 홈페이지 <조갑제 닷컴>에서 "한나라당을 깨부수어야 할 열 가지 이유"라는 글을 올려 "한나라당은 영혼이 없는 무기물"이며 "미래를 포기한 정당"이라고 맹비난했다.
조 전 대표가 말한 '영혼'은 "이념, 가치관, 전략"이다. 정당뿐 아니라 사람에게 이념과 가치관, 전략이 없다는 당연히 '무기물(無機物)'이다. 자칭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 정통성을 목숨 걸고 지키는 조 전 대표가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집권 여당에게 이념이 없는 무기물로 비유했으니 한나라당으로서 통탄할 일이다.
두 번째로 한나라당을 깨부수어야 할 이유는 한나라당이 "반역세력(친북, 폭력, 선동세력)과 싸우지 않기" 때문이다. '반역세력' 참으로 섬뜩하다. 반역세력을 친북과 폭력, 선동세력으로 규정했으니 정당으로서는 민주당과 민노당, 진보신당이며,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시민세력과 촛불시민, 그리고 시국선언을 하는 대학교수와 성직자들이다.
여기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나라당이 언제 반역세력을 동조했는가. 싸우지 않았는가. 그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반군 지도자'라고 맹비난했고, 촛불을 매도했으며, 시국선언 교수들을 비판했다.
한나라당을 깨부수어야 할 세 번째 이유로 "한나라당은 젊은 유권자들에 대한 교육을 포기한, 즉 미래를 포기한 정당이라"고 했다. 젊은 유권자들 교육을 포기했다고? 참 어이가 없다. 젊은 유권자들이 한나라당을 포기한 것이 아니고.
그리고 "한나라당은 법치, 다수결 원칙을 포기하고 깽판세력에 굴복한 반(反)민주정당이리"고 했는데. '다수결 원칙'이라고 했는가? 참여정부 시절 한나라당과 보수극우세력이 언제 다수결을 따른 일이 있었는가. 국가보안법과 신문법, 사학법 따위에서 한나라당과 보수극우 세력은 사사건건 반대했다. 국가보안법은 끝까지 반대했다. 다수결 원칙이 민주주의라면 당연히 국가보안법도 폐지해야 했다. 참여정부때는 다수결을 인정하지 않더니 이명박 정부는 다수결 원칙을 따지는 것이 민주주의인가.
"한나라당은 헌법이 명령하는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 및 국가의지와 국가목표를 포기한 정당"이니 깨부수어야 한다고 했다. 헌법을 진짜로 어기는 사람은 누구인가. 헌법이 보장한 집회의 자유를 차벽으로 막아버리는 것이 이명박 정권이다.
여덟 번째 "한나라당은 보스들이 공천권을 독점하고,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들이 많지 않은, 공당아닌 파당이"라고 했는데 이 말은 인정한다. 이것만은 한나라당이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은 6.15 선언도 폐기하지 않고 자유통일이란 말도 쓰지 않는 反통일세력"이라 했다. 6.15 선언을 따르지 않는 것이 한반도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음을 그렇게도 모를까. 진짜 누가 통일을 반대하는 세력일까. 평화통일을 정말 지향하는 세력이 6.15 선언을 존중하고 실행에 옮기려는 세력일까 아니면 폐기를 주장하는 세력일까. 양심에 한 번 물어보라.
마지막으로 그는 "한나라당은 구제불능의 생리를 갖고 있다"면서 "게으르고 싸울 줄 모르고, 단합하지 못하고, 유권자들에 대한 예의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진짜하고 싶은 말은 "이대로 가면 보수층을 끌고 가서 2012년에 동반자살할지 모른다. 한나라당을 깨부수어야 대한민국이 산다"였다. 한나라당을 통한 재집권이 조 전 대표의 바람이다. 그럼 조 전 대표 주장대로 한나라당을 깨부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정말 대한민국 살까?
조 전 대표 글에 대한 댓글을 보면 한나라당이 아닌 '대안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들이 많았다. 그중 눈에 띈 글은 'koreann'이 단 "그래도 희망이 있는건 소신있는 의원들이 적어도 열 분은 안 될런지요? 의인 10명이 없어 망한 '소돔과고모라'처럼 되지않기를... 대한민국을 사랑하며 국민을 진정으로 섬기는 의인 10명은 이 나라에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내 눈에는 도대체 보이지가 않습니다"라는 글이었다.
맞다. 소돔과 고모라는 의인 10명이 없어 망했다. 그런데 조 전 대표가 말한 이유대로 사는 의원들이 의인 10명이라는 말은 황당하다. 소돔과 고모라가 망한 것은 조 전 대표가 깨부수어야 할 이유 열 가지대로 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행하였기 때문에 망했다.
조 전 대표가 대한민국이 살아야 한다면서 내민 열 가지 이유대로 하다가는 대한민국 죽는 길임을 한나라당에게 하고 싶다.
| 한나라당을 깨부수어야 할 열 가지 이유 |
1. 한나라당은 영혼(이념, 가치관, 전략)이 없는 무기물(無機物)이다.
2. 한나라당은 반역세력(친북, 폭력, 선동세력)과 싸우지 않는다.
3. 한나라당은 젊은 유권자들에 대한 교육을 포기한, 즉 미래를 포기한 정당이다.
4. 한나라당 내부는 좌우(左右) 동거상태이고 親李, 親朴 갈등 상태이다. 이념이 없으니 大同團結이 안 된다.
5. 한나라당은 法治, 다수결 원칙을 포기하고 깽판세력에 굴복한 反민주정당이다.
6. 한나라당은 헌법이 명령하는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 및 국가의지와 국가목표를 포기한 정당이다.
7. 한나라당은 支持세력을 배신하고 반대세력에 추파를 던지는 義理 없는 정당이다.
8. 한나라당은 보스들이 공천권을 독점하고, 黨費를 내는 眞性 당원들이 많지 않은, 公黨 아닌 派黨이다.
9. 한나라당은 6.15 선언도 폐기하지 않고 자유통일이란 말도 쓰지 않는 反통일세력이다.
10. 무엇보다도 한나라당은 구제불능의 生理를 갖고 있다. 개인적으론 좋은 국회의원들도 있지만 이런 生理에 함몰하면 無力해진다. 게으르고 싸울 줄 모르고, 단합하지 못하고, 유권자들에 대한 예의가 없다. 이대로 가면 보수층을 끌고 가서 2012년에 동반자살할지 모른다. 한나라당을 깨부수어야 대한민국이 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