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카펫 행사중

레드카펫 행사중 ⓒ 파라마운트 홈페이지

지난 6월 9일 용산 CGV에서는 트랜스포머2의 레드카펫 행사가 있었다. 이 행사는 국내에 개봉되는 월드 와이드 릴리즈되는 블록버스터 중에는 참으로 오랜만에 한국에서 갖게 되는 공식 행사였기에 뜻 깊었고 주인공들과 감독이 모두 참여해 <트랜스포머>에 열광했던 한국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 행사는 잇단 진행 미숙으로 결국 레드카펫 행사가 2시간 지체되었고 예정되었던 기자회견 또한 20분 정도 후에 시작하는 결과를 갖고 왔다는 점이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여러 가지 전후 사정이야 있으리라 추측되지만 결과적으로 행사를 진행했던 CJ측에서 과도한 스케쥴을 잡은 것이 아닌가 생각됐다.

 

 기자회견

기자회견 ⓒ 파라마운트 홈페이지

 

▶ 옐로저널리즘의 극치를 보여주는 언론의 보도 행태

 

문제는 이 행사가 있은 후 국내 언론들이 보여준 보도 행태이다. 거의 모든 언론들은(물론 몇몇 언론사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지만) 하나같이 제목까지 돌려쓰며 트랜스포머2에 대해 좋지 않은 기사들을 실시간으로 양산해내기 바빴다. 행사직후부터 며칠간 올라온 언론사들의 기사 제목을 살펴보겠다.

 

"한국엔 왜왔니" '트랜스포머2' 안보기운동 머니투데이 경제 | 2009.06.12 (금)

'트랜스포머:패자의 역습' 왜색논란,무성의한 방한태도...흥행에 영향은? 투데이코리

"국민감정 상했다" '트랜스포머2' 안보기 운동 스타뉴스 연예 | 2009.06.12 (금)

인지상정 무시한 '트랜스포머2' 국내 흥행 어떻게 되나? 이데일리 연예 | 2009.06.12 (금)

'트랜스포머2' 심의 받기도 전에 예매 '무리수' 세계일보 연예 | 2009.06.11 (목)

트랜스포머-블러드 왜색논란, 흥행에 영향 미치나? 아이비타임즈 연예 | 2009.06.11 (목)

트랜스포머 내한행사 '지각의 역습?!' 머니투데이 경제 | 2009.06.11 (목)

[방한의 두 얼굴] 해외스타의 한국러쉬, 달콤 씁쓸한 까닭? (종합) 스포츠서울 연예 | 2009.06.11 (목)

'트랜스포머2' 한일차별 원성자자, 日 정성껏 vs 韓 대충대충 뉴스엔 연예 | 2009.06.11 (목)

'트랜스포머' 일장기 있고 태극기 없다! 해외흥행 1위 한국 찬밥신세 굴욕 뉴스엔 연예 | 2009.06.11 (목)

[방한의 두 얼굴] "한국은 돈 vs 봉"…해외스타 극과 극 행보, 왜? 스포츠서울 연예 | 2009.06.11 (목)

"한국엔 왜 왔니? - 무성의한 트랜스포머의 방한" 조선일보 연예 | 2009.06.11 (목)

지각의 역습? '트랜스포머 2' 배우들 내한 현장  Y-STAR 연예 | 2009.06.11 (목)

'트랜스포머2' 방한 파행, 흥행 '적신호' 켰다 조이뉴스24 연예 | 2009.06.11 (목)

트랜스포머2' 무례한 방한 세계일보 연예 | 2009.06.10 (수)

섭섭함 남긴 '트랜스포머2', 안티의 역습 시작되나 아시아경제 연예 | 2009.06.10 (수

'트랜스포머2' 홍보 방한 행사 역대 '최악' OSEN 연예 | 2009.06.10 (수)

´트랜스포머2´ 불친절한 방한, 언론이 유독 ´뿔난´ 이유 데일리안 | 2009.06.10 (수)

알람기능 없는 트랜스포머, 지각의 역습? 경제투데이 연예 | 2009.06.10 (수)

트랜스포머2' 지각파행 모자라 왜색논란까지 '관객 외면 이어지나?' 뉴스엔 연예 | 2009.06.10 (수)

해외스타 내한 안하무인 행보 '한국 무시하나' 아시아경제 | 2009.06.10 (수)

연일 지각…'트랜스포머2' 팀의 오만 혹은 무시? 세계일보 연예 | 2009.06.10 (수)

'트랜스포머2' 한국 프로모션 생색내기?...일본과 비교돼 이데일리 연예 | 2009.06.10 (수)

'트랜스포머' 기자회견 MC, 오히려 취재진에게 '짜증' 아시아경제 연예 | 2009.06.10 (수)

'트랜스포머2' 이틀 연속 지각해 물의 스포츠조선 연예 | 2009.06.10 (수)

마이클 베이 감독 "'트랜스포머'에 사무라이 정신있다" 스타뉴스 연예 | 2009.06.10 (수)

[현장포토]'연이은 지각'트랜스포머… '철면피로 변신(?)' 스포츠서울 연예 | 2009.06.10 (수)

 

이정도만 살펴 보아도 과연 요 근래에 이렇듯 심한 공격을 받은 영화가 있나 싶다. 그것도 영화의 작품성이나 완성도가 아닌 레드카펫 행사를 빌미로 이렇듯 거의 모든 언론사에서 한소리를 내고 있는 단결심에 경의를 표해야할 정도이다. 기사들은 한결같이 그들의 무성의함을 지적하고 있고, 때에 따라서는 '불매운동'을 조장하고 있기까지 하다.

 

트랜스포머2 레드카펫 행사가 문제가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언론사면 어찌됐건 객관성을 유지해야하고 레드카펫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의미인 영화의 소개와 배우들의 방한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러한 것은 거두절미하고 무조건 지각했다 혹은 무성의했다라는 식의 매도는 바람직 하지 않아 보인다.

 

▶ 일본과 우리를 차별했다고? 왜 차별당하는지는 생각해보았나?

 

또한 그들이 지각과 무성의에 덧붙여 써먹은 논리는 일본과의 비교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국민성을 자극하려고 생각했는지 조금 남아 있는 반일 감정(혹은 비교적 우위에 서고 싶은 자위의식)에 휘발유를 뿌리는 듯한 기사는 옐로저널리즘의 극치를 보여준다 하겠다. 왜 우리나라의 행사를 이웃나라 일본에까지 비교해가면서 우리나라 국민들의 감정을 선동하려고 애 쓰는지 그들을 이해하기 힘들다.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우리나라는 공식 프리미어 행사에 빠져 있었던 나라이다. 국내 팬들에게는 섭섭할 수 있겠지만 그들은 없던 스케쥴을 만들어서 국내에 온 것이고 일본은 그들에게 있어 영화의 홍보 일정에 가장 중요한 행사중 하나였던 만큼 두 행사를 직접적으로 비교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하고도 남는다.

 

혹자는 우리나라에서 흥행이 더 됐는데 왜 일본에 더 신경을 써주는가 하는 섭섭한 마음을 토로할 수 있겠다. 물론 트랜스포머가 국내에서 750만명이라는 경이적인 관람객 수를 기록한 바가 있고 일본의 흥행성적에 비교우위에 있다는 '단순 계산'으로는 그럴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거기에 있지 않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시장 자체는 사실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순하게 예를 들어보자. 우리나라 영화가 일본에서 100만명의 관객이 들었고 네팔이나 오만과 같은 중소국가(네팔과 오만을 폄하하려는 의미는 전혀 없다)에서 200만명의 관객이 들었다. 그리고 그 영화의 후속편이 나왔다면 홍보의 초점을 어디에 맞출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만약 북미 시장에서 미국과 푸에르토리코 같은 나라에서 성적이 그렇게 나왔다면 어떠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이것은 무슨 거대한 의미를 갖고 있는 영화가 아니다. 싸우고 부수고 변신까지 하는 일차원적인 상업영화이다. 그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 영화를 제작했지 인류 평화나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얘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당연히 그들의 동선은 상업적일 수 밖에 없으며 돈의 논리로 움직이는 것을 우리가 비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그들에게 충분한 돈을 안겨 주었는가? 여기에 대해서는 여러분이 알지 못하는 혹은 언론에서 언급하지 못하는 문제가 여러 가지 있다. 우리나라는 단순히 관객수로 흥행을 얘기하지만 미국은 역시 '돈'이 본질이다. 나라에 따라 티켓 값이 다르고 같은 나라 안에서도 극장에 따라 혹은 시간에 따라 티켓 값은 변동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만 해도 같은 영화가 극장과 시간에 따라 2만원 이상하는 티켓이 있는가 하면 4천원에도 볼 수 있는 티켓이 있다는 점을 이해하면 되겠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티켓값을 생각해보잔 말이다.

 

흥행 성적을 보자면 우리나라는 공식적으로 5019만달러, 일본은 3029만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에서 약 250억 원 정도를 더 벌었다는 얘기다. 과연 그럴까? 우리나라는 파라마운트의 현지 법인이 없는 상태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거의 모든 국내 법인은 이미 짐을 싸서 나가버린 상태다. 한마디로 돈이 안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인터뷰

인터뷰 ⓒ 파라마운트홈페이지

 

▶ 영화의 흥행 이면에 있는 국내의 2차판권 시장의 붕괴

 

왜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직배사들이 철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보통 미국에서는 영화의 스코어와는 별도로 DVD나 페이뷰채널 수익, 그리고 각종 캐릭터 사업을 망라하는 2차 판권의 시장을 스크린 흥행성적의 5배에서 10배 이상으로 본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2차 판권 시장이 사장된 지 이미 오래다.

 

DVD시장은 2002년을 기점으로 해서 CD가 누렸던 20년의 영광을 단 몇 년도 누려보지 못한 채 없어지고 말았다. 강력한 우리나라의 인터넷 회선 덕분에 2만원짜리 DVD보다는 공짜로 다운 받아 보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상태다. 이런 나라에서 사업을 할 맛이 나겠는가? 정부는 단속 의지도 없을 뿐더러 내가 잡아도 하루에 수백 수천명은 저작권 위반으로 잡아 넣을 수 있을 만큼 대중적이 된 불법 복사와 다운로드가 만연해 있다. 일본 네티즌들의 얘기를 굳이 빌리자면 '민도가 낮은' 나라라는 것이다.

 

일본의 DVD가격은 버전이나 에디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5만원에서 10만원 사이다. 또한 그들은 현지 법인이 퍼블리쉬권을 갖고 있으므로 국내에서와 같이 중간상과 이익을 공유할 필요도 없다. 여러분 같으면 어떠한 나라에 더 공을 들이겠는가? 우리는 과연 그들이 만들어 놓은 것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 왔는가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 중국에서 마티즈 짝퉁을 만들었다고 광분하던 우리들이 미국 영화 복사해서 돌려보는 것에는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적 재산권의 침해에 대해서 만큼은 도덕적으로 깨끗한 사람이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왜 편의점에서 천 원도 안 하는 삼각 김밥을 훔치는 사람에게는 도둑놈이라고 손가락질하면서 2만 원주고 사야할 DVD를 훔치면서는 죄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당신이 한번 생각해보라. 당신의 진열장에 몇장의 DVD가 있는지 그리고 하드디스크에 채 지우지 못한 '소장용 영화파일'이 몇 개나 있는지 말이다.

 

▶ 한국을 찾아준 마이클 베이 일행에게 감사하라

 

이러한 모든 상황을 뒤로 하고 그들은 한국을 찾았다. 과거 블록버스터라 할 수 있는 모든 영화들의 프리미어 개봉 때 일본과 1시간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일본에서는 성대한 레드카펫 행사를 하고도 한국에선 짧은 인터뷰조차 해주지 않고 그냥 돌아갔다. 그래도 트랜스포머 팀은 짧고 바쁜 일정 중에 짬을 내어서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감사라도 표하지 않았는가?

 

6월 9일 당일 일본에서 3시에 행사가 있었고 한국은 9시에 시간을 잡아 놓았다고 한다. 또한 당일 악천후 탓에 비행기는 연착했고 도로는 러시아워의 교통 체증과 빗길이라는 알만한 사람은 알 만한 이유 때문에 지각 사태를 면할 수 없었다. 만약 그들이 하루 전에 입국해서 인터컨티넨탈에서 숙박을 하고 코엑스에서 행사를 했다면 단 1분도 지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을 하고 싶다.

 

몇 시간 전 입국한 그들에게 '한국 여자를 어떻게 생각하냐'느니, '좋아하는 한식' 따위를 물어본 기자들의 자질 또한 의심스럽다. 기자들은 기다리게 했다는 괘씸죄로 작정한 듯 악성 기사들을 양산해내기 시작했다. 다른 기사도 그렇게 열심히 썼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언론에서 매일 네티즌들의 악플을 갖고 문제 삼던 그들이 스스로 나서서 부정을 위한 부정을 하고 있다. 어떠한 면에서 보자면 네티즌들의 악플이야 자신의 배설물이라고 볼 수나 있지만 수많은 구독자를 갖은 언론의 악플은 사람들을 선동한다는 면에서 그 죄질이 훨씬 무겁다는 것을 알아야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저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ecstatic 에도 싣습니다.

2009.06.15 13:56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저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ecstatic 에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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