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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순 의원이 덕수궁 대한문 앞에 서 있다.
 최문순 의원이 덕수궁 대한문 앞에 서 있다.
ⓒ 최새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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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최문순(53). 얼마 전까지만 해도 'MBC 사장'이었던 그를 '최문순 의원'으로 부르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미디어법 관련 토론회, 방송통신위원회 평가 토론회, 문화정책진단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누구보다 활발하게 의정활동을 하고, 대학 강연회와 각종 기자 간담회에도 빠짐없이 참가하며 지난 1년을 가장 바쁜 정치인으로 살았던 그다.

그런 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후 토론회<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검찰과 언론에 책임을 묻다>를 개최하더니, 최근에는 덕수궁 분향소를 지키며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6·10 민주항쟁 22주년을 나흘 앞둔 토요일(6일), 한 사회의 정치인으로서 전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불행을 민주주의 회생의 계기로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그를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만났다.

"국회의원 한 사람이라도 지키고 있어야 분향소가 유지 됩니다"

푸른 잔디가 깔린 시청 광장이 한산한 것과 대조적으로, 도로 맞은편 덕수궁 대한문 앞터는 인산인해였다. 시청 앞 광장이 개방과 폐쇄를 반복하는 동안, 시민들은 이 '작은 광장'을 찾아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논 한 마지기 너비가 될까 말까한 좁은 공간에서 덕수궁 수문장 교대식이 시간 맞춰 열리고, 한 쪽에서는 용산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추모행사가 진행 중이며, 다른 한쪽에서는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경찰이 강제로 철거한 시민 분향소의 파편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바로 옆에서 시민들이 새로 만든 분향소에 줄을 서 있었다. 최문순 의원은 이곳을 가리켜 "우리사회의 누적된 모순들이 오글오글 모여 있는 곳"이라며 "덕수궁을 찾는 외국인들이 신기해한다"고 말했다.

'소통되지 않는 대한민국'을 한 눈에 보여주는 듯 한 이 곳에서 시민들은 최 의원에게 때론 푸념을, 때로는 친근한 인사를 건넸다.

'바쁜 일이 많을 텐데 왜 계속 이곳에 있느냐'는 질문에 최 의원은 "내가 없으면 경찰이 시민 분향소를 부술 수도 있다"고 답했다. "국회의원 한 명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그의 어깨 너머로 경찰이 지난 달 30일 새벽에 강제로 철거한 이전 분향소 현장이 흉물스럽게 있다.  

"토끼몰이 수사한 검찰이 노 대통령 죽음에 가장 큰 책임"

이전 분향소가 강제철거된 흔적
 이전 분향소가 강제철거된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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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때보다 검찰 조직에 대한 불신이 높다. MBC <PD수첩> 수사나 '미네르바' 구속 사건을 지켜본 국민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도 검찰의 표적수사의 영향이 컸다고 생각한다. 지난달 30일 <한겨레>가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누구의 책임이 가장 큰지' 복수로 응답하게 한 결과, 56.3%는 검찰, 49.1%는 언론을 꼽았다.

최문순 의원은 검찰의 잘못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무죄추정의 원칙과 피의 사실 공표 금지를 어겼다"고 대답했다. 법원의 확정판결이 있기까지는 비록 혐의가 있더라도 무죄로 추정해야 하며, 범죄 혐의 사실을 함부로 공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 권리라는 것이다. 최 의원은 "1억짜리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이야기나 호화 아파트 논란은 노 대통령의 피의 사실과 관련되지 않은 부분임에도 검찰이 무책임하게 이를 언론에 흘렸고, 기사화되었다"고 덧붙였다.

표적수사 논란에 대해서도 최 의원은 검찰에 화살을 겨누었다. 그는 "태광이라는 회사는 재계 서열 600위 밖에 있는 회사인데도 애초에 노 전 대통령을 겨냥해 세무조사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수사 과정에서 과도하게 언론에 이런 저런 얘기들을 흘리면서 노 대통령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덧붙였다. 

"수사 과정에서는 범죄 행위가 분명해 지기 전에 이를 공개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정치권이 관련된 수사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해석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비공개로 수사해서 범죄행위가 분명하면 그때 공개하면 되는 것이지요. 이번 사건은 수사 전 과정을 공개해서 없는 죄까지 묻는 식이었습니다."

"'검찰 동일체의 원칙'은 검찰 스스로에게도 불행한 제도"

최문순 의원
 최문순 의원
ⓒ 최새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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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임채진 검찰총장이 사퇴했다. 임 총장은 이 자리에서 법무장관이 수사를 지휘하는 예가 많았다고 밝혀 파장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검찰의 독립성을 지켜내려면 검사들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며 "장관이 수사 지휘를 했다는 얘기는 이미 정치적 입김이 들어갔다는 것, 즉 정치적 압력을 받았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장관도 그 개인의 의견은 아닐 것이고 청와대나 대통령의 의견이 반영된 것 아니겠느냐"며 "이 부분에 관해서 정확한 사실을 밝혀내는 것이 국회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위에서부터 일선 검사까지 내부 조직의 논리에 따르는 '검찰 동일체의 원리'가 있습니다. 조직의 이익에 배치되면 각 검사의 현장 판단이 무시됩니다. 검찰에 노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시민 사회의 감시를 받는 것도 아니다 보니 견제할 만한 기구가 없는 거죠. 이런 폐쇄적인 상황은 검찰 스스로에게도 불행한 일입니다."

최 의원은 이어 '중수부(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논란에 대해서도 "전두환 정권 때 대통령의 지시를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부서"라며 폐지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검찰에게 집중된 수사권을 경찰에게도 주는 것 또한 최 의원이 제시하는 검찰 개혁 방안의 하나다.

"속도 빠른 디지털 세대를 통치 대상으로 보는 현 정부, 변해야 한다"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기자와 최 의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기자와 최 의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최새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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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의원은 "사실은 하나이되, 의견이 다양해야 한다"며 "사실을 다루는 검찰과 언론은 의견을 다루는 정치와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최근 민주당 지지율이 한나라당을 앞섰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노무현 서거로 인한 반사 이익일 뿐"이라고 일축하며 "민주당은 안주하지 말고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바로 그 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분향소를 차리고 모였습니다. 그 속도를 기존의 정당이든 언론이든 노조든 누구도 따라가지 못합니다. 디지털 세대들과 기성세대는 속도의 차이도 크고, 문제 해결 방식도 다릅니다. 세상이 바뀐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을 통치의 대상, 교육 대상, 정치 대상으로 보는 현 정부는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민주주의는 때론 비효율적이고, 피곤하고 시끄러운 것이지만 존중해야 합니다."

약 두 시간 동안 최문순 의원과 인터뷰를 하는 동안 수문장 교대식이 열렸다. 수 백 명이 분향소에 조문했고 많은 시민들이 최 의원에게 말을 건넸다. 역동적으로 사람들이 소통하는 공간, 이것이 '광장'의 정의라면 덕수궁 앞터는 좁지만 그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었다. 분향을 마치고 돌아서는 시민들은 바로 길 건너편에 펼쳐진 크고 넓은 시청 광장을 한 번씩 바라보았다.

덧붙이는 글 | 최새론 기자는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 석사과정에 재학중인 대학원생입니다. 학생인 동시에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최문순, #최새론 , #덕수궁, #분향소,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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