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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3월10일 오후 1심 선고공판에서 교육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은 뒤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3월10일 오후 1심 선고공판에서 교육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은 뒤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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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택 서울교육감이 항소심에서도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1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공교육감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은 결정을 내렸다.

서울고법 형사6부(박형남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지난해 서울시 교육감 선거 때 부인 재산 4억을 지인 명의로 관리하면서 재산신고를 누락하고 이를 세탁해 선거자금으로 사용한 혐의 ▲사설학원장에게 무이자로 1억900만원의 선거자금을 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된 공정택 교육감에 대해 1심과 마찬가지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정문을 피해 뒷문으로 도망치듯 빠져 나간 공정택 교육감은 변호사와 상의를 거쳐 "즉각 상고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는 그가 최근 열린 서울시교육위원회에 출석해 한 발언과는 배치되는 것이어서 또 한 번 신뢰성에 흠집을 남길 전망이다.

앞서 공 교육감은 서울시교육위원회 출석 당시 "2심에서 실형(당선무효형)이 나오면 어떻게 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그만두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서울시교육청이 "사퇴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는 해명 자료를 내기는 했지만 이 역시 2심 선고 결과를 앞두고 장수가 던진 립 서비스 정도로 받아들여진 것이 사실이었다.

온갖 비난 무릅쓰고 상고 결심한 공정택... 왜?

우리 재판 체계와 관례상 2심까지는 사실심이고 대법원은 법률심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대법원에서는 새로운 사실관계를 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전심에서 특별한 법률 적용의 문제가 있지 않는 한 그대로 인정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공직자선거법상 관련 재판은, 3개월 내에 3심 판정을 확정해야 한다. 공 교육감이 대법원에 상고하더라도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별로 없고, 임기를 연장한다고 하더라도 길어야 3개월이라는 점이 상고를 결정하기에 부담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는 온갖 비난을 무릅쓰면서 3개월 임기 연장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도 상고를 결심했다.

애초 공 교육감이 상고를 할 것이라는 예상 역시 만만치 않게 존재했다. 지금까지 줄곧 범죄 혐의를 부인해 왔으며, 1심 선고 직후 곧바로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2심 공판 최후 진술에서도 "서울교육과 우리나라 교육정책이 흔들리지 않고 진행될 수 있도록 임기를 끝 마치게 해 달라"고 강한 의지를 보였기 때문.

지금 물러나는 것과 3개월 뒤에 쫓겨나는 것이 크게 차이 없는 상황에 '혹시나' 하는 기대와 함께 현재 진행 중인 자율형사립고 최종 선정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도 강하게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도덕성이니 명예니 하는 것은 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파탄 난 상황에서 혹시나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정권과 대법원의 선처를 바라면서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MB 정권이 요구하는 자율형사립고나 일제고사에 앞장 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리고 현실적으로는 국민의 혈세로 지원받은 28억원에 이르는 선거 비용을 다시 반납해야 하는 문제도 상고를 결심한 한 가지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대한민국 최초 식물교육감' 타이틀 얻나

전교조 서울지부 소속 회원들이 지난 1월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정문 앞에서 열린 '전교조 공안탄압 분쇄 서울교사 결의대회'에서 전교조 탄압 중단과 공정택 교육감의 구속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교조 서울지부 소속 회원들이 지난 1월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정문 앞에서 열린 '전교조 공안탄압 분쇄 서울교사 결의대회'에서 전교조 탄압 중단과 공정택 교육감의 구속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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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초대 직선 교육대통령이다. 그런데 또 하나 '대한민국 최초 식물교육감'이라는 타이틀을 달아야 할 것 같다. 또 어쩌면 '대법원 확정 판결로 쫓겨난 최초 민선 교육감'이라는 기록도 추가될 수 있다. 그만큼 당선 무효형을 받은 상태에서 높은 도덕성과 책임감이 요구되는 교육감 직을 계속 수행한 예를 찾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경북 조병인 교육감과 충남의 오제직 교육감은 기소 단계에서 스스로 물러난 바 있다.

대법원 선고는 늦어도 3개월 안에 이루어져야 한다. 설사 지금 물러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대법원 최종심 이후에 당연 퇴직으로 쫓겨나는 상황까지 교육감 자리에 앉아 있을 수는 있겠지만, 교육감으로서의 정치적 생명은 다한 것으로 봐야 한다. 법적, 도덕적 명분을 상실한 상황에서 식물교육감으로 수명을 3개월 연장하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어 보인다.

공 교육감은 2심 선고 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억울하다"고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가 억울해할 자격이 있을까?

이번 당선 무효 결정 요인인 4억원의 재산 신고 누락 외에 그는 선거 과정에서 사설학원장, 현직교장, 사학이사, 급식업체 등으로부터 선거 자금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또  UN을 사칭한 교육노벨상 수상에 대해서도 많은 논란이 일었고 초등학생들을 동원해 수업시간에 사진을 찍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여기 더해 교장도 아니면서 100여명이 모인 교장단회의 식사 모임에 참석했다가, 줄행랑을 치기도 했다. 검찰은 돈 세탁을 거쳐 사용한 차명재산에 대해서도 공 교육감과 부인이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출처'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를 삼지 않았다.

이를 최근 서거한 노무현 대통령과 비교해 보면 검찰이 그를 얼마나 봐주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년 지기 후원자가 대통령 부인에게 줬다고 하는 돈에 대해선 아무런 대가성을 입증하지 못했음에도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해 기소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런데 직접적인 업무연관성이 있는 사설학원장, 현직교장, 급식업체 사장, 사립형사립고 이사장, 사학 이사 등에게 돈은 받은 공 교육감에 대해서는 대가성을 입증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그를 교육 수장으로 모신 130만 학생들이 더 '억울'

검찰은 학생 동원 선거 사진 촬영이나 교장단 식사 모임 참석 등은 수사 결과도 내놓지 않았다. 이렇게 수많은 불법 혐의에 거의 모두 면죄부를 주고 혐의가 가장 가벼워 보이는 1억의 무이자 차용과 4억의 재산 신고 누락에 대해서만 기소하였는데도 그는 2심까지 살아남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억울하다고 하면 서거하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땅 속에서 통곡할 일이다.

진짜 억울한 건 공 교육감이 아니라 그를 서울교육 수장으로 모셔야 했던 천만 서울시민과 130만 학생들이다. 그에게서 학생들은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그가 학생들에게 직접 답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공 교육감은 지난 선거에서 학력신장과 경쟁교육 강화를 내걸고 당선되었다. 그렇게 당선된 공 교육감이 2심에서까지 당선 무효 결정을 받았는데 이런 교육정책을 계속 밀고 나간다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모독이다.

공 교육감이 당선 무효형을 다시 확인받았다는 것은 그가 추진하던 이런 경쟁만능 정책이 명분을 잃는다는 의미다. 부정하게 당선된 교육감의 교육정책을 그가 물러남에도 계속 추진한다는 것은 명분도 없을 뿐 아니라 학생들이 보기에도 민망한 일이다.

만약 당장 공 교육감이 물러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는 이미 서울교육 수장으로서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는 명분이 사라졌다. 교육시민사회단체로부터 끊임없이 퇴진 압력을 받을 것이며, 그가 추진하는 정책 마다 반대 여론이 들끓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MB교육정책의 가장 충실한 대변자로서 선봉장 역할을 했던 공 교육감의 이런 처지는 현 정권에도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법적, 도덕적, 교육적 명분에 심각한 훼손을 당한 그들의 교육정책을 밀고 나가는 것은 국민 앞에 교육의 이름으로 또 하나의 명박산성을 쌓는 우를 범하는 꼴이다. 공정택 교육감과 청와대의 현명한 판단을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태그:#공정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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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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