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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차 핵실험을 실시한 지난 5월 25일 오후 열린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북한이 2차 핵실험을 실시한 지난 5월 25일 오후 열린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 사진제공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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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서동만 상지대 교수가 지난 4일 타계했다. 향년 53세의 나이니까 안타까운 죽음이 아닐 수 없다.

그의 저서인 <북조선 사회주의 체제성립사> <북한의 개방과 통일전망> 등은 국내에선 보기 드문 진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으로 내부 개혁 작업을 하다가 10개월여 만에 그만 두기도 했던 그의 타계는 학문적 업적이 높은 북한전문가가 매우 부족한 학계의 큰 손실이기도 하다.

지금 한반도는 북핵 문제,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 6자 회담 등이 얽혀 매우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일본은 북핵을 빌미로 군사대국화의 입장을 서슴없이 드러내고 있으며, 북한의 변화도 하루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태다.

국민들은 전후 사정에 어리둥절한 채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자식이 군에 가있는 부모들은 혹시 전쟁이라도 일어날까 노심초사다. 이른 바 '햇빛 정책(Sunshine Policy) 10년'은 없었던 일이 되어버렸고, 현 정부 당국은 북한의 핵 포기를 전제로 한 지원 지침 정도만을 내놓고 있는 상태다.

정치나 외교는 현실이지 소설이 아니다

생전에 서 교수는 "지난 10년간 북에 대한 가장 높은 수준의 정보는 화해와 소통의 꾸준한 노력에서 나왔다"라고 여러 번 말한 바 있다. 거꾸로 보면 지금 우리는 북에 대한 '낮은 수준의 정보'를 얻을 수밖에 없고, 전향적인 대북 정책을 세우기도 힘들다.

이런 마당에 일부 극우파들은 "전쟁도 불사하자"는 무서운 말을 쏟아내고 있다. 만약에 있을지도 모를 북한 도발에 대한 시나리오는 세워져 있겠지만 정말 섬뜩한 발언들이다. 미국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의 최근 강경 선회도 달갑지만은 않게 들린다. 부시 정권 때부터 해왔던 북한 조이기의 하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진보적 전문가든 보수적 전문가든 북측과의 모든 공식, 비공식 라인이 단절된 상태에서 정확하고도 충실한 정보 수집이나 대북 정책을 수립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에는 동의할 것이다. 미·일·중과의 정치·외교 관계에서도 한국은 '하나 주고 반만 받는' 사례를 많이 봐왔다.

이미 90년대 초에 중국의 덩샤오핑은 외교의 3대 원칙에 대해 말하면서 첫째, 냉정하게 관찰할 것(冷靜觀察) 둘째, 사안에 따라 진용을 확고히 갖출 것(穩住陳脚) 셋째, 침착하게 대응할 것(沈着應付)을 강조하면서 냉정하고 냉정하고, 다시 냉정할 것을 요구했다. 급할 필요도 없고, 급하게 해서 얻을 것도 없다는 얘기다.

정치나 외교는 분명한 현실이지, 허구를 기초로 한 소설이 아니다. 현재 우리의 대북정책은 마치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이라는 제목만 써놓은 소설같다. 내용과 형식에 대한 실제적이고도 구체적인 사항들을 국민들은 거의 모르고 있다. 만에 하나 전면전이라도 일어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남북에만 돌아온다.

민주주의와 평화는 제대로 된 소통에서 나온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 여야 지도자, 언론 등의 대북 정책에 대한 견해들은 어떠한가? 일관성도, 외교적 득실에 대한 계산도, 대국민 설득이나 신뢰 강화도 없는 임기응변으로만 보인다. 당파적 정략이나 개인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리 저리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외교적으로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한편에서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마저 일부에서는 얼버무리려 하고 있다.

보다 못해 좀처럼 나서지 않는 서울대 교수들까지 '소통의 부재'를 들고 나섰다. MBC의 신경민 뉴스데스크 앵커의 교체에 이르러서야 갑남을녀인 보통사람들은 현 정권이 회귀하고자 하는 지점이 어디인지를 제대로 알아챘으니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직도 누구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우리 마음 속에 잊지 못할 큰 비석을 세우겠다"고 한 김제동도 방송에서 쫓겨나는 것 아니냐고 말할 정도니, 그야말로 '명박산성'의 벽이 얼마나 높았으면 그러려니 하는 마음을 금하기 어렵다.

모든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와 평화 화해는 '제대로 된 소통'에서 나온다. 꽃들조차도 바람과 햇빛과 소통하는 법을 안다. 그런데 북한과의 소통에서 먼저 나설 수 있는 우리가 이렇게 인색해서야 어디 올바른 한겨레, 한민족으로 산다고 말할 자격이 있겠는가? 진보적이었던 한 지식인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10분이라도 길가에 멍하니 서서, 오가는 사람들을 쳐다보며 생각 좀 해보면 어떻겠는가?

덧붙이는 글 | 박인성 기자는 1977년 월간문학신인상으로 데뷔 현재 소설가겸 마케팅 컨설턴트. 창작집으로는 <파장금엔 안개>(1986) <호텔 티베트>(2006) 등이 있다.



태그:#서동만, #북핵, #소통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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