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모티프원에 여자들만의 여행은 흔한 일입니다.
대부분 중·고등학교나 대학교의 동창이나 직장동료인 경우가 거반입니다.

어제 온 조정수와 정주현은 달랐습니다.
같은 학교를 다닌 적도 없고, 같은 직장을 다니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5년째 가장 친한 언니와 동생의 관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자매같은 친구, 조정수씨와 정주현씨
 자매같은 친구, 조정수씨와 정주현씨
ⓒ 이안수

관련사진보기


둘 다 불어를 전공했고 5년 전 프랑스 한 시골마을로 짧은 어학연수를 갔다가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사이입니다.

한국으로 귀국한 후, 각기 다른 자신들의 학교로 돌아갔고, 졸업 후에는 정수언니는 기업의 인력관리를 컨설팅 하는 회사로, 주현동생은 뮤지컬의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변함없는 것은 서로의 두터운 정의情誼입니다.

어제는 헤이리를 둘러보는 대신 모티프원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수다를 즐기는 것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녁에는 함께 와인을 나누며 모티프원의 풀냄새 나는 공기를 늦게까지 함께 호흡했습니다.

이들은 단 한 살의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언니, 동생의 관계가 분명했습니다.
주현씨는 집안에 언니가 없었는데 정수언니가 생겨서 부러울 것이 없게 되었다, 했고 정수씨는 언니 역할을 부족함 없이 해냈습니다. 아래 위층을 오르내리며 먹을거리를 차리고, 다음날 그것을 치우는 일까지 동생보다 키가 훨씬 작은 언니가 다 해냈습니다. 누가 보아도 격의 없는 편안한 자매지간이었습니다.

흔히들 여자들끼리의 우정을 회의懷疑하곤 합니다. 학창시절 즐거움과 고민을 함께 나누던 그 우정이 남자친구가 생기고 나면 좀 소홀해지고, 결혼을 하고 나면 더욱 소원해진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우정이 '사랑'이나 '모정'과는 전혀 다른 속성의 것이므로 남자친구와의 사랑이 싹트는 시기나 아들·딸에 시간을 써야 하는 기간에 친구에게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 것에 빗대어 여자의 우정을 폄하할 수 없다고 여깁니다.

남자들끼리 가정을 뒷전으로 하고 친구와의 무리한 술자리에 충실하는 것이 곧 우정의 깊이를 증명하는 것으로는 보지 않습니다. 어쩌면 이것은 남자의 허세로 인한 여자 친구나 가정에 충실할 책임의 방기放棄에 가까울 것입니다. 모든 관계를 의리의 잣대로 보는 남자의 속성과 세심한 배려를 미덕으로 여기는 여자의 성향이 우정의 형태에도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여자들에게 동성의 친구에게 남자를 사랑하듯 열정을 보일 것을 기대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여자들의 우정이 화롯불처럼 은근하고 오래간다는 것은 나이을 든 분들을 통해 입증될 수 있습니다.

40대 후반과 50대 여자 친구들끼리의 모티프원 나들이가 잦은 것이 그것을 말합니다. 육아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진 주부들은 그때 마침내 화롯불 재 아래에 덮였든 우정의 불씨가 건재함을 보여줍니다. 여자들도 낭만적이고 싶은 혈기의 시기와 육아와 집안일에 근사를 모아야하는 시기를 지나면 뭉근한 우정이 그리운 것이겠지요.

지난 5월초 아들을 결혼시킨 탤런트 정태우의 어머님은 고등학교 때의 친구와 함께 종종 모티프원에 들리시곤 합니다. 오늘도 친구와 동행을 했습니다.

"목동에 살던 친구가 몇 년 전에 아예 저의 동네로 이사를 왔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여자는 사랑보다 친구가 더 중요해 지더라구요."

정태우의 어머님과 어머님의 친구는 말합니다. 여자는 나이를 먹을 수록 사랑보다 우정이 그리운 법이라고.
 정태우의 어머님과 어머님의 친구는 말합니다. 여자는 나이를 먹을 수록 사랑보다 우정이 그리운 법이라고.
ⓒ 이안수

관련사진보기


정수씨와 주현씨는 모두 남자친구가 있으며 이들은 우정과 사랑의 두 마리 토끼를 훌륭하게 잘 몰아가고 있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포스팅됩니다.



태그:#우정, #조정수, #정주현, #모티프원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삶의 다양한 풍경에 관심있는 여행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