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은 기량은 분명 예전만 못하지만 위기의 순간에는 언제나 주인공이 될줄 안다

이종범은 기량은 분명 예전만 못하지만 위기의 순간에는 언제나 주인공이 될줄 안다 ⓒ KIA 타이거즈


'스스로 스포트라이트를 거부한 남자,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늘 그가 있다!'

'야구천재' 이종범이 연일 펄펄 날고 있다. 예전처럼 경기 전반에 걸쳐 압도적인 활약을 펼치는 것은 아니지만 팀이 필요로 하는 순간에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치며 팀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는 것. '영원한 영웅'의 활약에 KIA팬들도 뜨거운 환호를 아끼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이종범은 지난 3일 광주 구장에서 있었던 두산전에서 3-2로 앞선 7회말 1사1,2루에서 중견수 옆으로 빠지는 2타점 적시타를 쳐냈다. 아슬아슬하게 1점차로 쫓기던 살얼음의 리드 상황에서 결정적으로 승기를 굳히는 쐐기타를 터트린 것이다.

아킬리노 로페즈의 호투에 밀려 힘겹게 추격전을 벌이던 두산은 이종범의 결정적인 한방에 결국 추격할 의지를 잃어버렸고 KIA는 지긋지긋했던 특정팀 상대 6연패를 탈출할 수 있었다. 이종범은 지난달 31일 잠실 LG전에서도 승부를 뒤집는 역전 결승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낸바 있다.

 이종범이 데뷔 이래 지금까지 꾸준하게 팬들의 성원을 받는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분명있다

이종범이 데뷔 이래 지금까지 꾸준하게 팬들의 성원을 받는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분명있다 ⓒ KIA 타이거즈


자신이 나설 때와 희생할 때를 아는 진정한 팀의 리더

사실 이종범의 올시즌 성적은 그다지 압도적이지는 않은 편이다. 타율 0.275, 47안타, 16타점, 25득점, 5도루의 기록은 불혹의 나이에 접어든 노장치고는 대단한 편이지만 '야구천재' 이종범을 기억하는 팬들에게는 언제나 아쉬울 수밖에 없다.

많은 팬들은 아직도 일본에 가기전 이종범의 플레이를 잊지 않고 있다. 그는 수비의 꽃이라는 유격수 포지션을 완벽하게 소화하면서도 4할-200안타-100도루에 도전했던 유일한 선수였다.

물론 부상과 잦은 허슬플레이에 따른 체력저하 등으로 바로 문턱에서 아쉬움을 삼켜야했지만 당시 그의 엄청난 전 방위 활약은 향후에도 좀처럼 다시 나오기 힘들 것이다는 평가다.

역대 최고의 도루능력에 무자비한 안타행진, 거기에 이승엽과 홈런경쟁을 펼치는 톱타자는 직접 보지 않았다면 믿기 힘든 '만화캐릭터'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유격수 뿐 아니라 외야수에 포수까지 전 포지션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은 이종범에게는 가벼운 옵션일뿐이었다.

때문에 많은 야구 전문가들은 이종범을 가리켜 '30승 선발 투수'와 맞먹는다는 평가를 내리곤 했다.

그러나 최근의 이종범은 매년 은퇴압박을 겪을 정도로 그 위상이 많이 떨어졌다. 당연할 것 같았던 3할 타율은 2005년 이후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으며 전매특허인 도루숫자도 급격하게 줄었다. 예전 같으면 당연하게 펜스를 넘어가던 공도 아슬아슬하게 외야수에게 잡히기 일쑤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는게 하나있으니 다름 아닌 그에 대한 팀 동료와 팬들의 '믿음'이다. 아무리 부진해도, 아무리 슬럼프를 겪어도 가장 중요한 순간이 오면 팀원들과 팬들은 일제히 그에게 의지한다. 이종범 역시 결정적인 한방으로 믿음에 보답하는 모습이다.

사실 올 시즌의 이종범은 자신의 전부와도 같은 '화려함'을 버린 상태다. 팀 동료가 출루해있는 상태에서는 안정적으로 희생번트를 대는가하면 안타보다는 적극적으로 진루타를 치기 위해서 노력한다. 덕아웃에서도 후배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해주기 바쁘다.

이미 그의 머릿속에는 개인 기록보다는 팀 승리를 위해 희생하자는 마인드가 깊숙이 박혀있는 것이다.

그러나 베테랑답게 이종범은 자신이 나서야될 때를 잘 알고 있다. 최근 KIA는 중심타선이 잠시 주춤하며 한동안 뜨거웠던 불 방망이가 차갑게 식어있는 상태. 예전처럼 진루타나 출루만 해줘도 득점이 이뤄지는 상황이 아니다.

적극적으로 해결사 모드로 돌아선 이종범은 무섭게 타점을 쓸어 담고 있다. 최근 5경기 동안 기록한 안타는 7개로 평범한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7타점을 만들어내며 중심타자 역할을 해주는 모습이다. 이전 경기까지 겨우 9타점에 머물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가 얼마나 찬스에서 집중력을 가지고 경기에 임했는지를 알 수 있다.

아직도 상당수 팬들은 "언젯적 이종범이냐?"며 급격하게 기량이 떨어진 이종범을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어쩌면 이제 더 이상 이종범은 '천재'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야구에 대한 열정과 팀을 위해 희생하는 그의 자세는 여전히 팬들을 감동시키고있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그가 타석에 들어서면 팬들은 목놓아 '이종범'을 외칠 수밖에 없다.

야구천재 이종범 KIA 타이거즈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불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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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전) 홀로스, 전) 올레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농구카툰 'JB 농구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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