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박지성 ⓒ manutd.com

 

아시아 선수 최초로 UEFA 챔피언스리그 그라운드를 밟았던 '산소탱크' 박지성(28,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을 향한 국내외 언론의 반응이 차갑다. 맨유에서 방출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언론에 보도되고 있기 때문.

 

잉글랜드 일간지 <미러>는 지난달 29일 "맨유가 팀을 재정비하며 박지성, 카를로스 테베즈, 루이스 나니를 내보낼 수 있다. 퍼거슨 감독은 오랜 기간 영입을 추진한 안토니오 발렌시아를 영입하기 위해 박지성을 내칠 수 있다. 맨유는 발렌시아의 이적료를 약 1500만 파운드(약 300억원)로 책정했다"며 박지성이 맨유에서 방출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기사는 현지 기자의 추측 기사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신빙성이 낮다. 이적시장만 되면 현지 언론에서 이적설과 방출설이 밀물처럼 터지지만, 사실로 연결된 것은 많아야 50% 넘을까 말까한 수준이며 대부분 30~40%대. 나머지는 기자가 직접 지었다는 이야기다. 박지성의 방출설을 보도한 미러의 기사는 전형적인 루머에 불과할 뿐이다.

 

박지성의 아버지인 박성종씨는 아들의 방출설을 전면 부인했다. 미러의 기사가 보도된 이후 한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지성 방출설은 사실무근이다"고 밝혔다. 박성종씨가 국내 언론에 발 빠르게 부인한 것은 미러를 통해 부풀려진 정보가 국내 여론에 나쁘게 비춰지지 않기 위한 수습책으로 볼 수 있다. 더욱이 지난달 2일에는 박지성이 맨유와 4년 재계약에 구두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에 어쩌면 맨유 잔류쪽으로 무게가 기울 수도 있다. 박지성 본인은 맨유에 오랫동안 남기를 희망하고 있기 때문.

 

사실 박지성의 방출설은 놀라울 것이 없다. 그동안 이적설 및 임대설에 시달렸던 경험이 여럿 있기 때문이다. 2005년 7월 맨유 입단과 동시에 곧 임대될 것이라는 루머에 시달렸고 2006년 10월에는 아스톤 빌라 이적설이 있었다. 그리고 2008년 1월에는 포츠머스 임대설이 불거졌고 그해 8월에는 루이 사아(에버튼)와 더불어 스페인 발렌시아로 이적할 것이라는 보도가 전해지기도 했다. 특히 발렌시아 이적설에 대해서는 박지성 에이전트사인 JS리미티드가 단호하게 부인했다. 아스톤 빌라 이적설을 제외한 루머들이 모두 이적시장에서 전해진 것을 보면, 특정 선수 이적설을 다루는 현지 언론의 신뢰도가 높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물론 발렌시아의 거취가 결정되지 않는 시점까지는 박지성 방출설이 계속 전해질 것이다. 그러나 구단의 공식적인 반응이 있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믿을 것이 없다. 비슷한 예로, 리버풀의 사비 알론소는 현지 언론에서 끊임없는 이적설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라파엘 베니테즈 리버풀 감독이 지난달 22일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알론소를 다른 팀에 보내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다. 그 이후에도 알론소의 이적설이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이미 신빙성이 떨어졌다. 그런 만큼, 현지 언론의 이적설 기사를 맹신할 필요는 없다. 특히 빅 클럽 선수라면 이적설 혹은 방출설에 많이 시달릴 수 밖에 없다. 그것이 빅 클럽 선수들의 숙명이기 때문.

 

 박지성

박지성 ⓒ manutd.kr

하지만 방출설보다 더 아쉬운 것이 있다. 미러가 박지성이 발렌시아의 합류로 방출될 것이라고 보도한 것은, 박지성이 현지 언론에서 얼마만큼 '저평가'된 선수인지를 읽을 수 있다.

 

사실 박지성과 현지 언론의 첫 만남은 좋지 못했다. 박지성은 맨유 입단 초기까지만 하더라도 현지 언론에서 '유니폼을 팔기위해 맨유에 입성했다'는 쓴소리를 들었다. 2006/07시즌 초반에는 부상으로 3개월 결장하더니 기량 미달의 선수라는 악평을 받았다. 최근에는 맨유에서 네 시즌 동안 어느 정도의 입지를 굳히면서 자신을 향한 부정적인 여론을 수그리게 했다.

 

그러나 박지성을 향한 현지 언론의 저평가는 여전하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현지 언론들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평점 및 평가. 이날 박지성은 바르셀로나전에 선발 출전했지만 0-1로 뒤지던 후반 20분에 교체되었는데 국내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제 몫을 다했다는 것이 주된 반응이었다. 하지만 현지 언론의 반응은 제각각 달랐다.(평가는 중요한 부분만 올렸다.)

 

1. 미러 : 평점 3점(맨유 최저 평점), 선발 출전이 옳았음을 증명하지 못했다.

2. 데일리 메일 : 평점 4점(맨유 최저 평점), 경기를 흘려 보냈다.

3. 스카이스포츠 : 평점 5점, 제대로된 기회를 잡지 못했다.

4. 골닷컴 : 평점 5점, 열심히 뛰었지만 팀에 공헌이 되는 경기를 하지 못했다.

5.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 : 평점 6점, 바르셀로나 미드필더진과 맞서면서 열심히 뛰었던 단 한명의 선수였다.

6. 세탄타 스포츠 : 평점 7점(맨유 최고 평점), 경기에 녹아든 몇 안되는 맨유 선수 중에 한 명이었다.

7. 유로 스포츠 : 평점 7점(맨유 최고 평점), 열심히 뛰면서 카를레스 푸욜을 지치게 했다. 경기 초반에 골을 넣을 뻔했다.

 

어떤 언론사에서는 박지성에게 맨유 최고 평점을 부여했고 다른 언론사에서는 최저 평점을 줬다. 눈에 띄는 것은 안좋은 평가들이 여럿 있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골닷컴 에디터인 마이크 메귀레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종료 후 국내 골닷컴 기사를 통해 "박지성은 선발 자리의 낭비였다"고 혹평했다. 이러한 박지성의 평가가 좋지 않았던 이유는 선수 본인이 부진한 것 이전에 팀 전체의 경기력과 컨디션이 최악의 상황인것이 더 컸다. 이 과정에서 후반 중반에 교체되었기 때문에 평점 및 평가가 가혹할 수 밖에 없었다. 그동안 임펙트가 부족했던 것도 저평가의 또 다른 요인이 되었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2006/07시즌 이후 박지성과 관련된 칭찬을 할 때 마다 "박지성은 내가 경험해 본 선수 가운데 가장 저평가된 선수 중 한 명이다. 나는 박지성을 좋아한다"는 말을 늘여 놓았다. 이는 박지성에 대한 질타를 늘여놓는 현지 언론들의 반응을 부정하는 것과 동시에 박지성의 기량이 맨유 전술에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강팀과의 경기에서는 박지성이 선발 선수로 적극 중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퍼거슨 감독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앞운 인터뷰에서 "박지성이 경기에 출전하면 호날두, 메시와는 다른 임펙트를 가져온다. 호날두와 메시가 공을 소유할때의 경기력이 뛰어나다면 박지성은 공이 없는 상황에서도 경기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며 박지성에 대한 칭찬을 했다. 이는 박지성이 호날두, 메시 같은 윙어들과 차별화된 선수임을 상징하는 대목 . 감독 입장에서도 똑같은 성향의 윙어를 배치하는 것보다는 서로 다른 스타일의 윙어를 놓는 것이 팀 전술 역량을 최대화 시킬 수 있기 때문. 이는 박지성이 퍼거슨 감독의 용병술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임을 인정받는 셈이다.

 

그리고 박지성 방출이 현실적으로 힘든 이유는 맨유 측면에 쓸 수 있는 카드가 적기 때문이다. 나니는 이미 전력외 선수로 밀렸으며 긱스는 은퇴 기로에 놓였다. 남은 윙어 자원은 호날두와 루니 뿐이지만, 루니는 윙어보다 중앙 공격수로 뛰길 희망하는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다(4월 30일 스카이스포츠 보도) 원래의 포지션이 중앙 공격수다. 호날두는 이적설을 떠나서 그동안 과도한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이 지친 상황이다.

 

맨유 입장에서는 다음 시즌 우승을 위해 불안 요소를 없애야 하기 때문에 올 시즌 좋은 폼을 보여줬던 박지성의 존재감이 필요 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전력 보강 차원에서 발렌시아 또는 프랑크 리베리(바이에른 뮌헨)를 영입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맨유가 박지성을 방출시키면 퍼거슨 감독의 자질이 의심스러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 이유는 맨유의 다음 시즌이 위태롭기 때문이다. 에드윈 판 데르 사르와 리오 퍼디난드의 폼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데다 이미 테베즈와 작별 했다. 안데르손은 성장이 멈추면서 폴 스콜스를 대체하지 못하고 있죠. 측면은 두말 할 필요 없다. 그래서 박지성은 맨유에서 저평가 될 수 없는 선수다.

 

박지성에 대한 저평가를 비롯해서 방출까지 부추기는 현지 언론의 추측성 보도는 우리들에게 아쉬움을 안겨주고 있다. 맨유 전력 및 측면의 속사정을 바라보면 방출설의 신빙성이 떨어진다. 박지성은 그저 다음 시즌 준비를 착실히 하면서 맨유와의 재계약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저의 블로그(http://bluesoccer.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6.02 09:04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저의 블로그(http://bluesoccer.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박지성 방출설 프리미어리그 맨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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