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주는 나라전체가 23일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애도하는 물결로 시끄러웠다. 사진은 계룡시 분향소의 모습으로 나 또한 이곳의 분위기를 기사로 타전하기도 했다.
▲ 온 국민이 애도의 물결 속으로... 지난 주는 나라전체가 23일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애도하는 물결로 시끄러웠다. 사진은 계룡시 분향소의 모습으로 나 또한 이곳의 분위기를 기사로 타전하기도 했다.
ⓒ 김동이

관련사진보기


지난 일주일은 대한민국의 전 국민의 충격과 슬픔 속에서 한 국가의 원수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나보내야 했다.

전국 각지에서는 지난 23일 충격적인 서거 소식을 접하고 앞을 다투어 분향소를 마련해 그의 죽음을 애도했으며, 평생 후회가 될 것이라며 빈소가 차려진 봉하마을을 직접 찾아 조문을 하는 인파도 수십만을 넘어설 만큼 온 나라 전체가, 아니 세계가 충격 속에 일주일을 보냈다.

기자들은 앞 다투어 이같은 소식을 전했고, 나 또한 지역의 분위기를 알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며 소식을 타전했다. 특히, 분향소 분위기와 더불어 노 전 대통령과의 특별한 인연이 있는 사람들을 찾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특별한 인연을 찾지 못했던 아쉬움도 남았다.

29일 영결식이 끝나고 바쁘게 지냈던 지난 일주일을 정리하면서 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특별한 인연이 있는 사람을 찾아다녔는데, 그럼 나는 그와 아무런 인연이 없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과거를 회상해보니 나 또한 그와 깊다면 깊고 잠시 스쳐가는 인연이라면 인연일 수 있는 연줄이 있었다.

전 세계에 국군의 위용과 군통수권자의 위용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03년 건군 제55주년 국군의 날 행사가 서울공항에서 대규모로 열렸다. 사진은 행사가 끝난 뒤 행사에 참여한 모든 병력이 한 자리에 모여 행사장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 건군 55주년 국군의 날 행사 노무현 전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03년 건군 제55주년 국군의 날 행사가 서울공항에서 대규모로 열렸다. 사진은 행사가 끝난 뒤 행사에 참여한 모든 병력이 한 자리에 모여 행사장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 김동이

관련사진보기


때는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취임했던 첫해인 2003년 군통수권자로서의 그를 행사를 통해 만난 적이 있었다. 바로 건군 제55주년 국군의 날 행사였다.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했던 취임 첫 해의 국군의 날도 그러했지만, 대통령이 취임하는 첫 해에는 서울에서 대규모로 국군의 날 행사가 열린다.

대규모 행사에는 행사장에서 펼쳐지는 기념행사 등의 기본적인 행사 이외에도 행사 참가병력이 모두 거리로 나와 국민들에게 최신의 무기와 늠름한 국군장병의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거리 행진이 펼쳐지게 된다.

건군 55주년 국군의 날 행사 준비에 참여했던 모습. 성공적인 행사로 평가돼 행사 후 웃으며 마음껏 사진을 찍었다.
▲ 맨 왼쪽이 필자 건군 55주년 국군의 날 행사 준비에 참여했던 모습. 성공적인 행사로 평가돼 행사 후 웃으며 마음껏 사진을 찍었다.
ⓒ 김동이

관련사진보기

2003년 당시에도 대통령 취임 첫 해로 대통령 전용 비행장인 서울공항 활주로에서 대규모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난 이때 언론에 보도자료를 제공하고 방송, 신문기자들과의 유대관계를 통해 행사 준비과정에서부터 행사가 끝나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국민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임무를 띤 '신문보도장교'라는 직책을 수행하고 있었다.

대규모 행사인지라 준비기간도 길었다. 단순한 기념행사만 치르고 끝나는 행사였으면 이렇게 긴 기간 동안 준비할 필요는 없었겠지만 아무것도 없는 드넓은 비행장 활주로에 행사장을 새로이 만들고,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퍼포먼스를 준비하다 보니 장기간의 행사준비기간이 필요했다.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다보니 기간 내내 하루도 여유를 즐길 수 없을 만큼 긴박하게 돌아갔고, 행사 당일인 10월1일 국군의 날과 똑같은 예행연습도 실수를 예방하기 위해 수차례 반복해야 했다.

당시를 회상해보면 5년 만에 국민들에게 믿음직한 군의 위용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군인으로서 군통수권자로 새로 취임한 대통령에게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줄 줌으로써 군통수권자 자신이 군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게 만드는 좋은 기회였기 때문에 뙤약볕 속에서도 오직 행사의 성공만을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 행사를 준비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군통수권자로 만난 노무현! 선루프열고 국민에게 손흔드는 소탈한 모습을 만나다

마침내 결전의 날인 10월1일 국군의 날이 돌아왔고, 행사를 준비한 모든 인원들은 각자 자기가 맡은 곳에서 행사가 실수없이 성공적으로 끝나기만을 손 모아 기원했다.

행사장 출입구에서 청와대에서 발급된 비표를 기자들에게 나누어주고 있던 나는 비표를 모두 나누어준 뒤 행사가 임박해지자 행사장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노무현 대통령이 행사장에 도착하고 있다는 장내 아내운서의 안내방송을 듣고 주무대로 이동하고 있는 대통령의 차량을 주시했다. 마침내 주무대에 대통령의 차가 멈추고 그곳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내려 국방장관과 합참의장 등의 안내를 받아 주무대로 향했다.

행사가 시작되고 행사장에 설치돼 있던 스크린에 비친 노 대통령의 표정은 군통수권자로서 만족해하는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행사가 끝나고 수많은 언론에서 국민과 함께 국민에게 믿음을 주고 국군의 위용을 만방에 알린 행사였다는 찬사가 쏟아져 나온 걸 보면 대통령으로서도 만족했으리라 생각되었다.

서울공항에서의 모든 행사가 끝나고, 이제 남은 건 남대문에서부터 광화문에 이르기까지 국민과 함께 하는 거리 퍼레이드였다.

하여 행사에 참석했던 대통령은 기념식장을 떠나는 시간이 다가 온 것이다. 대통령이 행사장을 떠난다는 장내 아나운서의 안내방송이 나오자 행사장에 참석했던 모든 사람들은 주무대를 주시했고, 장내 전광판을 통해 대통령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군 수뇌부와 인사를 마친 노 대통령은 잠시 후 대통령 전용차에 탔고, 이내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수많은 참석자들이 대통령을 외치며 손을 흔들자 갑자기 대통령 차의 선루프가 열리더니 그곳에서 대통령의 모습이 보였다. 돌발 상황이었다. 경호원들도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대통령이 선루프를 열고 나와서 손을 흔들어 줄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 듯 보였다. 나도 나중에서야 안 사실이지만 전혀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고 전해 들었다. 가뜩이나 이날 행사장에는 비가 내리던 날씨여서 비를 맞으며 그렇게 다시 국민들 앞에 모습을 나타낼 줄은 그 누구도 예측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드는 국민들에게 화답하기 위해 비를 맞으면서도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선루프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노무현 대통령은 이내 행사장에서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드는 참석자들을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특히, 행사를 치른 군인들을 향해서는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기도 했다.

이런 대통령의 소탈한 모습을 멀리서 스크린을 통해 지켜봤지만 그의 입에서는 "고맙습니다. 수고했습니다"라고 이야기하는 듯 했다.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는 국민들에게는 고맙다는 표시를, 이날의 행사를 준비한 군인들에게는 수고했다는 말을 표정을 통해 말해주는 것처럼 보였다.

지난 2007년 계룡대 연병장에서 열린 제59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사열을 하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이 장면이 내가 노 전 대통령을 직접 본 마지막 모습이다.
▲ 사열하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지난 2007년 계룡대 연병장에서 열린 제59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사열을 하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이 장면이 내가 노 전 대통령을 직접 본 마지막 모습이다.
ⓒ 김동이

관련사진보기


그 이후로도 계룡대가 위치해 있는 충남 계룡시에서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면서 2007년 국군의 날 행사에 이르기까지 매년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결국에는 지난 2007년도에 열린 제59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이 내가 본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모습이었지만, 아직까지도 취임 당시였던 55주년 국군의 날 행사에서 보여준 그 돌발적인 모습은 평생 잊혀 지지 않을 기억으로 남아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빕니다.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노무현, #건군55주년 국군의 날 행사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