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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올레는 우도인들의 흔적의 길입니다
▲ 우도사람 우도올레는 우도인들의 흔적의 길입니다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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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성산항에서 뱃길로 3.8km, 제주 동쪽에 자리 잡은 섬속의 섬 우도는 한때 청정의 섬이었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이 섬은 자동차 매연과 쓰레기로 몸살을 앓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섬을 방문할 때 자동차를 가지고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도의 알짜배기 아름다움은 자동차를 타고 가면 볼 수 없습니다. 미로처럼 엮어진 돌담, 바다가 보이는 올레, 한때 빗물을 받아 사용했던 흔적, 소똥을 말려 연료로 사용했던 섬사람들의 애환을 가슴으로 느껴 볼 수 없습니다.

하고수동해수욕장 올레
▲ 하고수동해수욕장 올레 하고수동해수욕장 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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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때 갯바위 바다냄새

2009년 5월 23일, (사)제주올레 우도올레 걷기는 흔적의 길트기였습니다. 천진항에서 하고수동해수욕장까지는 7.7km, '놀멍,쉬멍' 걸었던 길이지만 2시간 10분 정도 걸었습니다. 남은 올레 길은 8.4km, 에너지 충전을 위해 하고수동해수욕장 잔디밭에서 먹었던 돼지고기와 막걸리는 쪽빛바다와 돌담의 넉넉함, 그리고 섬사람들의 인심까지 들이마시는 시간이었습니다. 

물때 갯바위는 올레꾼들의 아지트
▲ 갯바위 물때 갯바위는 올레꾼들의 아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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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2시 40분, 오후가 되자 하고수동 해수욕장은 그믐의 물때로 알몸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하고수동 해수욕장 올레는 해안도로입니다. 성질 급한 올레꾼들 길을 걷다가 여지없이 갯바위로 뛰어들었습니다.

비양도 입구
▲ 소라껍질 조형물 비양도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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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길 올레, 속살 숨겨진 흔적의 길

해안도로는 바다냄새로 가득했습니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감태와 우뭇가사리가 올레의 여백을 채웠습니다. 돌담 옆에는 암대극과 등갈퀴, 등심붓꽃, 갯매꽃이 방문객들에게 축하의 꽃다발을 선물했습니다. 바다와 어우러진 야생화는 섬사람들의 마음인양 강인합니다.

천진항에서 비양도 올레까지는 8.7km, 비양도 입구에 다다르자, 소라껍질 방사탑이 세워져 있더군요. 소라껍질 방사탑은 이색적이었습니다. 돌로만 쌓는 방사탑의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습니다. 해안도로 따라 돌담을 가로질러 조일리 영일동 올레까지는 섬사람들의 땀이 묻어나는 흔적의 길이었습니다. 이곳사람들은 창문 열면 바다를 볼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할까요?

소를 모는 올레는 우도인들의 올레
▲ 조일리 영일동 올레 소를 모는 올레는 우도인들의 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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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섬사람들에게 올레는 바다 밭으로 가는 길목이기도 하고, 소가 다니는 길이기도 하며 바람막이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우도사람들에게 올레는 흔적의 길입니다.

우도 올레 절정은 검멀레에서 망동산을 지나 우도봉 화구인 수중분화구를 걷는 길입니다.  조금은 가파른 계단 올레는 자동차를 타고 가면 맛 볼 수 없는 길입니다. 올레꾼들의 의지를 시험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힘든 만큼 의미 있는 길이 바로 우도봉가는 올레였습니다. 우도봉은' 섬 속의 섬' 지붕이니까요. 그리고 우도봉 속은 섬 속의 섬에서 자생하는 생태계의 아지트이기도 합니다

우도봉 가는 계단 올레
▲ 우도봉 올레 우도봉 가는 계단 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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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들녘
▲ 우도 들녘 우도들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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끙끙 거리며 걷는 계단 올레... 인내의 길

'물소가 머리를 내민 우두형 모양'의 우도는 바로 우도봉을 두고 하는 말인지 모릅니다. 우도봉 올레야 말로 제주 전형적인 오름의 등산로입니다. 해송 숲 사이 좁은 길은 억새가 너울대고, 잡초가 무성한 오름 등성이에는 띠와 인동초가 군락을 이뤘습니다. 엉겅퀴 꽃잎에 벌과 나비가 유희 하는 지상의 낙원이라 할까요. 형형색색 야생화가 올레꾼들에게 길을 내 주더군요.

절벽에 뿌리를 내린 민들레, 그리고 키 작은 해송이 오름 분화구를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병풍처럼 둘러 쳐진 화구륜이 분화구를 감싸고 있으니 분화구 안을 걷는 기분은 아늑했습니다.  

우도봉 분화구에 핀 꽃양귀비
▲ 꽃양귀비 우도봉 분화구에 핀 꽃양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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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봉에 사는 우도 말
▲ 우도 말 우도봉에 사는 우도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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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화구 꽃양귀비 무리 올레꾼들 유혹

푸른 초원을 걷자니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습니다. 표고 132.5m, 비고 128m의 우도봉 올레는 빨간 꽃양귀비 밭이 올레꾼들의 마음을 사로잡더군요. 초원위에 핀 빨간 꽃양귀비는 이날 올레꾼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당나라 헌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던 양귀비의 가슴이 이만큼 정열적이었을까요. 분화구를 발갛게 물들인 꽃 양귀비는 5월 우도봉 분화구를 불사르고 있었습니다.

우도봉인 쇠머리오름은 응회환의 수중 분화구로, 2개의 서로 다른 기생화산체가 동시에 하나의 화구상에 존재합니다. 즉, 단성의 이중식화산. 응회환은 해양환경의 얕은 바다 속에서 만들어진 수중분화활동으로 화구구인 망동산은 육상분화활동의 산물 송이로 이뤄졌습니다.

엄마와 함께 걷는 초등학생 올레꾼
▲ 초등학생 올레꾼 엄마와 함께 걷는 초등학생 올레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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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와 놀이'대신 인내의 길을 걷자

우도봉에서 보이는 성산일출봉은 또 하나의 섬 같았습니다.

"엄마, 저기가 제주도야?"

엄마 따라 올레꾼이 초등학교 6학년 올레꾼은 16.1km의 섬길 걷기가 힘이 들었나봅니다. 하지만 다리를 절룩거리면서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초등학생 올레꾼에게 우도올레는 어떤 길로 기억될까요? 인터넷 세상에서 보지 못한 풍경의 올레, 발품을 팔아보는 고통의 올레, 엄마 아빠가 살아왔던 흔적의 길이 아니었을까요?

'재미와 놀이'가 팡-팡 터지는 인터넷 세상 주인공들에게 심심한 올레길이 무슨 재미가 있었겠습니까? 하지만 어린이들에게 제주올레 체험은 도전의 길이며, 인내의 길이며 자성의 길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돌아오는 도항선에서 우도를 바라보니 우리가 걸었던 16,1km 길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길은 발품을 팔아야만 보이는 흔적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천진항의 빨간 등대와 우도봉의 하얀 등대가 섬지기인 양 바다위에 떠 있을 뿐.

우도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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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우도는 조선조 숙종 23년(1697년) 국유목장이 설치되면서부터 국마 (國馬)를 관리, 사육하기 위해 사람들 왕래가 있었고 헌종 8년(1842) 입경허가, 헌종 10년(1844)에 김석린 진사 일행이 입도하여 정착하였으며, 1900 경자년에 향교 훈장 오유학선생이 연평으로 명명하였다.그후 입도한 주민들은 영일동과 비양동, 고수동, 전흘동, 주흥동, 우목동, 천진동 등 8개동으로 분산하여 동네를 이루기 시작했다.이 섬은 물소가 머리를 내민 모양(우두형)으로 명명되었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또한 이곳을 물에 뜬 두둑이라는 뜻에서 연평리로 정하여 구좌읍에 속해 있었는데 1986년 4월 1일 우도면으로 승격되어 현재에 이른다.



태그:#우도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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