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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적한 마음 달래기는 산행이 제격. 지난 주, 여수시 고락산을 올랐다. 비온 후라 땅이 촉촉하다. 갈증을 해소한 나무들도 편안한 휴식 중이다. 산행 길 한쪽이 부산하다. 사람이 나무에 올라 움직인다.

 

"거기서 뭐하세요?"

"버찌 따!"

 

벚나무 열매를 일컬어 '버찌'라 한다. 꽃구경만 다녔지, 도통 열매에는 관심이 없었다. 버찌를 노리는 사람들이 있었다니…. 벚나무에 버찌가 지천으로 달렸다.

 

"그러다 떨어지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안 떨어지게 조심히 따고 있어요."

 

"그 갈퀴는 뭐에요?"

"가지가 멀리 있어 버찌 따기 힘들 때 요걸로 당겨야 딸 수 있어요."

 

이쯤이면 전문가 수준이다. 하기야 산에 있는 버찌를 누가 뭐라 하랴. 바닥 통에는 까만 버찌가 제법 들어 있다.

 

 

산 버찌는 먼저 본 놈이 임자?

 

"이걸로 뭐하시게요?"

"술 담으려고요."

 

버찌는 주로 술이나 전분을 넣어 굳힌 벚편을 만든다. 외국산 벚나무 열매는 '체리'라 하여 과일이나 칵테일에 넣어 먹기도 한다. 

 

버찌 따 오물오물 씹는다. 단맛 신맛과 떫은맛이 섞여 있다. 처음에는 단맛이, 중간쯤엔 신맛, 먹고 난 뒤에는 떱떠름한 맛이 입안을 지배한다.

 

"매년 버찌 술을 담나요?"

"아니요. 이게 보약이라 해서 올해 처음으로 한 번 담아 보려고요."

 

나무에 올라 따는 걸 보면 전문가 급인데 처음이라 한다. 사람을 의식하는 말처럼 느껴진다. 산 버찌는 먼저 본 놈이 임자?

 

자연은 인간에게 또 하나의 혜택을 돌려주고 있다. 벚꽃은 벚꽃대로, 열매는 열매대로.

 

덧붙이는 글 |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버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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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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