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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0일 오전 8시 설악산 소공원 앞에서 녹색연합,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환경운동연합, 우이령보존회 등의 단체가 참가한 케이블카 반대 서명운동이 있었다. 이날 서명활동은 최근 환경부가 발표한 자연공원법 개정안에 따른 환경파괴의 문제점을 이용객들에게 알리기 위함이었다. 케이블카가 추가로 설치되면 케이블카가 다니는 정상부의 환경 훼손이나 철탑설치 과정에서의 생태계 파괴는 자명한 일이다. 이미 케이블카가 설치된 팔공산, 내장산 등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날 지나가던 등산객들은 뜻에 동의하며 서명을 하기도 하고 적극적으로 케이블카 설치 반대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등산객들은 케이블카가 있으면 편하다거나, 환경보호만 내세우며 반대하지 말고 지역사회의 이익도 생각해야 한다며 서명을 꺼렸다. 그러나 지역민들의 이해관계를 생각하기 이전에 국립공원의 개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국립공원은 자기 몸이 편하기 위해, 지역사회나 개발업자의 이익을 위해 사사로이 사용할 수 없는 구역이다. 자연환경을 보전하여 미래 세대들도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무분별한 개발과 훼손을 제한해 놓은 전국에 많지 않은 곳 중 하나다.

 

누구를 위한 법 개정인가

 

정부의 자연공원법 개정안 발표에 따라 그동안 규제로 인해 케이블카를 설치하지 못했던 전국의 지자체와 설치업자들은 쾌재를 부르고 있다. 한라산의 영실~윗세오름 구간과 설악산의 오색~대청봉·대명콘도~울산바위 구간을 비롯하여 지리산, 가지산, 팔공산 등 곳곳에서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들은 케이블카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역설한다.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탐방객이 늘고 이는 주변 상권 등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기대일 뿐이다. 케이블카의 경제적 효과는 아직까지 증명되지 않았거나 아주 미미하다. 현재 설악산·내장산·덕유산 등 7개 산에서 케이블카가 운영되고 있으나 설악산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적자운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케이블카를 동원한 탐방객 유인 효과는 반짝 효과에 지나지 않으며 장기적으로는 효과를 보고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5km가까이 연장된 케이블카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현재보다 더 비싼 요금을 내고 케이블카를 꾸준히 이용할 등산객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케이블카 요금도 비싸다는 이용객들의 불만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천천히 걷지 않고 빠르게 오르내리는 형태의 등산은 오히려 등산객들의 체류시간을 줄여, 주변 상권의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쉽게 말해 케이블카를 타고 산 정상까지 쉬이 오르는 이용객들은 산 아래에 오래 머물 필요가 없고, 등산장비나 챙겨갈 식량도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케이블카 이용료로 얻는 단기적 수익보다 원형 그대로 보전된 산이 장기적으로 경제적 가치가 더 크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더불어 현재 케이블카가 운영되고 있는 자연공원의 지역 상권 독점문제도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지역주민들까지 케이블카 추가설치에 찬성하는 것은 케이블카 설치업자나 지자체의 이해관계가 엮여 있기 때문이다. 케이블카 설치업자들의 목적은 실제로 케이블카로 인한 초기이익뿐만 아니라 기타 사업에서 우선권을 얻는 데 있다. 또한 지자체들은 관할 지역의 산에 케이블카가 생기면 수많은 인파를 유인하는 매력적인 관광지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대다수의 국민이 아닌 일부 이해관계자를 위해 법안을 개정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따져볼 일이다.

 

거꾸로 가는 자연공원법

 

환경부는 4월 30일 국립공원에 설치하는 케이블카·곤돌라 등 로프웨이의 제한 길이를 2km에서 5km로 늘리고, 케이블카 정류장 제한 높이를 9m에서 15m로 변경하는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 자연공원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는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를 설치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으로써, 환경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이라는 자연공원법의 목적은 의미를 상실하고 있다.

 

86년 자연공원법이 만들어질 당시 국립공원의 지정 목적은 '국민의 보건 및 여가와 정서의 향상에 기여'하기 위함이었으나 2001년 개정 이후에는'우리나라를 대표할만한 자연생태계나 자연 및 문화경관 등을 보전하고 지속가능한 이용을 도모함'으로 수정된 바 있다. 그 실천여부를 차치하고서라도, 자연환경을 무분별하게 이용하기 보다는 다음 세대를 위해 보전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반영된 것이었다. 이러한 법안의 목적을 해하면서까지 자연공원법을 개정하는 데에는 반드시 그만한 정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환경부가 환경보전이라는 더 큰 가치를 잃는 대신 개발업자와 지자체의 이익을 대변한다면 우리나라의 낮은 환경의식수준을 드러내는 일이 될 것이다. 현재도 우리나라의 자연공원은 국토면적의 4.93% 수준인데다가, 자연공원면적 대비 자연보존지구 비율은 21.8%로 미국(95%)이나 캐나다(89%)의 그것보다 확연히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케이블카는 환경친화적이지 않고 전력을 많이 소비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저탄소 녹색성장과도 맞지 않는다. 친환경녹색성장이 전 지구적 의제가 되고 있는 마당에 우리나라의 자연공원법 개정은 전면 거꾸로 가고 있다.


태그:#케이블카, #설악산, #자연공원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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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은 성장제일주의와 개발패러다임의 20세기를 마감하고, 인간과 자연이 지구별 안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초록 세상의 21세기를 열어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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