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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날이 더워집니다.

이럴 때는 시원한 콩국수 한 그릇이 생각납니다.

 

어렸을 적 할머니는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마루에 걸터앉아 노란빛이 도는 탐스런 콩을 물에 불려서는 콩국을 만드셨습니다. 그리고 뜨거운 물에 삶아낸 국수를 찬물에 풀어 식혀두었다가 꽃냉장고에서 살짝 얼린 콩국을, 해가 뉘엿뉘엿 서쪽하늘로 저물어 갈 때 논밭에서 땀흘려 일하고 돌아온 할아버지, 아버지와 가족들에게 말아주시곤 했습니다.

 

그 콩국수 하나면 무더운 여름철 따로 몸보신 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 때 고소한 콩국을 만들 때 할머니는 맷돌을 이용했습니다. 요즘처럼 각양각색의 믹서기가 있던 시절이 아니라서, 팥-콩-메밀-녹두 등 곡물을 거칠게 타거나 불린 콩을 가는데 맷돌만한 게 없었습니다. 촌동네라서 집집마다 맷돌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습니다.

 

 

돌매-마석-석마라고도 불리는 맷돌은 암수 돌이 겹쳐져 있는데, 윗짝 돌에 나무손잡이를 끼워 빙빙 돌릴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밑짝 돌 사이로 곡물을 흘려보내 갈 수 있는 구멍(아가리)도 나 있습니다. 구멍맷돌은 한국 고유의 민속용품이자 농기구로, 한구멍 맷돌-두구멍맷돌-네구멍맷돌 등이 있는데 저희 집에는 한구멍 맷돌이 있었습니다.

 

이후 맷돌의 자리를 손쉬운 믹서기가 자리하면서, 집 한구석에 묻혀 있다가 도로와 택지개발로 옛집을 허물고 새로 짓는 과정에서 눈에 띄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세월과 함께 잊혀진 그 맷돌을 얼마전 모내기 준비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옥상부터 지하까지 맘먹었던 대청소를 하다가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옥상에 부려놓았던 플라스틱 상자의 맨 아래에 맷돌이 손잡이가 없는 상태로 누워있었습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두 세트였습니다. 깨진 플라스틱 상자와 잡동사니를 정리하면서 한편으로 빼놓았는데, 그 무게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20Kg은 족히 될 듯 싶더군요.

 

그래서 윤기나는 검은빛을 뽐내는 맷돌을 4개나 들어 옮기느라 고생 좀 했습니다. 이젠 녹슨 역기를 드는 것보다 맷돌을 들어가며 근력운동을 해도 좋을 성 싶더군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맷돌, #옥상, #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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