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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의 재단 참여 이후 학교법인의 공격적인 투자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두산그룹의 재단 참여 이후 학교법인의 공격적인 투자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 이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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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5월 14일, 두산그룹은 중앙대의 새로운 재단이 되었다. 중앙대는 이날 열린 법인 이사회에서 두산을 새로운 학교법인으로 영입하는 안에 만장일치로 합의했고, 두산그룹 역시 이날 이사회를 열어 중앙대 학교법인 참여를 승인했다.

두산이 법인에 참여한다는 소식을 접한 당시 중앙대 총학생회와 대학원 총학생회는 교내 대자보를 통해 "두산그룹의 학교법인 인수를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발표했다. 중앙대 교지인 <중대신문>의 조사에 따르면 92%에 달하는 재학생이 '두산의 재단인수가 긍정적'이라고 대답했다.

그동안 정체되었던 투자증가와, 두산이라는 기업 이름에 따른 학교의 위상 상승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중앙대는 최근 흑석동 중앙대 병원과 로스쿨 건물을 지으면서 부채 규모가 700여 억 원에 이르는 등 심각한 재정난을 겪어왔다.

두산그룹이 중앙대에 들어온 지 1년... 학교는 '공사 중'

두산그룹이 중앙대에 들어온 지 1년, 새로운 배를 탄 중앙대학교에 어떤 변화가 진행되고 있을까. 

중앙대 서울 캠퍼스 곳곳엔 '공사 중'이라는 팻말이 널려 있었다. 15층 규모의 기숙사와 약대 강의실, 연구실로 활용될 11층의 R&D센터, 중앙도서관 리모델링, 공학관 증축 등 네 군데에서 동시에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동안 대다수 건물이 신축된 지 10~20년이 넘어 편의시설이 부족했고 교육환경이 열악했으며 안전시설이 노후한 상태였다. 특히 공부할 공간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이 학생들의 가장 큰 불만사항이었다.

새로운 기숙사는 당초 민자유치를 통해 건설할 계획이었지만 두산의 법인 참여 이후 법인의 자체 재정으로 진행되고 있다. 총 705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에 게스트실과 장애우실도 완비할 예정이다.

지은 지 50년이 지난 중앙도서관은 좁고 낡은 시설로 불만의 목소리가 가장 컸던 시설. 2018년 개교 100주년을 기념하여 재건할 계획이었던 것을 재단 교체 직후 리모델링 중이다. 공사가 끝나면 1700석가량이던 열람석을 3000여 석으로 늘려 더 많은 학부생들이 이를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아트센터 지하에 마련된 임시 열람실에서 만난 지민홍(25·경제학과 3학년)씨는 "다 쓰러져 가는 중앙 도서관이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새로운 재단의 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안국신 서울캠퍼스 부총장은 지난 5월 8일 자율전공학부 학부모 간담회에서 "두산재단의 전입 이후 월 전기료가 두 배로 올랐다"며 "학생과 교수, 교직원 모두 학교와 개인의 발전을 위해 밤을 밝히고 있다는 증거"라고 자랑스러워했다.

경쟁대학보다 등록금 싸니까 올려도 된다?

지난 3월 31일, 중앙대 서울캠퍼스에서 등록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전체학생총회 개최가 시도 되었으나 정족수 미달로 무산 되었다.
 지난 3월 31일, 중앙대 서울캠퍼스에서 등록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전체학생총회 개최가 시도 되었으나 정족수 미달로 무산 되었다.
ⓒ 중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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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첨단화된 캠퍼스에서 등록금 또한 '첨단화'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등록금을 동결한 가운데 중앙대는 올해 등록금을 계열별로 차등 인상했다. 중앙대의 2009학년도 등록금 인상폭은 예술대가 4.8%로 가장 높았고 의대·약대가 4.6%, 공대 4.1%, 자연대와 사범대, 간호학과가 2.4% 순이다.

대학본부는 경쟁대학과 비교했을 때 공학·이학 계열 등의 등록금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들며 등록금 차등 인상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박용성 이사장은 지난 4월 학생 대표와 한 간담회에서 "우리나라의 경제규모에 비해서 등록금이 싼 편"이라며 "대학이 발전하려면 장학금도 오르고 등록금도 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두산 재단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를 높여 온 송주민(25·사회복지학과 4학년)씨는 "고가의 등록금 때문에 고통받는 학생들을 고려하기보다는 단지 경쟁대학에 비해 등록금이 싸기 때문에 올려야 된다는 건 외형에만 관심을 쏟는 것이 아닌가 싶다"며 "이사장님의 말씀과 달리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경제규모 대비 등록금 부담이 최상위에 랭크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2007년 MBC <뉴스 후> 보도에 따르면 OECD 가입 국가 중 국공립 대학 평균 등록금은 호주와 미국, 일본에 이어 한국이 4위를 차지했다. 사립대학 평균 등록금 역시 미국과 호주, 터키에 이은 OECD 4위.

윤경현 기획처장은 "차등인상된 단과대에 대한 보상적 측면으로 15억 원의 특별장학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장학금의 예산 편성에 있어서는 "재학생에게 균등하게 장학금이 지급된다면 제대로 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며 "예산 집행에 적절한 기준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재단 교체 후 돈 되는 학부에만 신경 쓰는 것 같다"

중앙대 공대학생회가 계열별 등록금 차등인상에 반발하여 붙인 포스터
 중앙대 공대학생회가 계열별 등록금 차등인상에 반발하여 붙인 포스터
ⓒ 이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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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기초학문 단위에 대한 통폐합 관련 소문도 무성하다. 지난 8월 전체교수회의에서 박용성 이사장이 "우리 대학은 19개 단과대학과 17개 대학원이 설치되어 있는데 대한민국에 이렇게 많은 교육단위가 있는 대학은 없다"며 학과의 통폐합을 시사한 바 있다.

박용성 이사장은 또 <중대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우수한 연구집단과 학문단위에 대해 선택과 집중의 지원을 할 것"이라며 "한 분야의 경쟁력이 높아지면 다른 분야의 발전과 성장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고 대학발전의 선순환을 주장했다.

그러던 중 학교 측의 공식적인 발표가 없던 상황에서 안성캠퍼스의 하남 이전에 관한 구체적인 소식들이 언론을 통해 잇달아 보도되었다. 기존의 안성캠퍼스를 하남으로 이전하면서 19개의 단과대를 11개로 통합하겠다는 것.

안성캠퍼스 전체학생대표자회의는 성명서를 통해 "대학본부가 직접적인 당사자인 학생들을 소외시킨 채 밀실에서 결정하는 구조조정은 결사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김창수 기획조정실장은 "그간 언론에 보도된 관련 소식은 모두 사실무근의 추측성 기사"라고 일축한 후, "토지매입계획조차 구체적으로 세워지지 않은 단계에서 단과대 이전 등의 세부사항은 하나도 결정된 바가 없다"고 전했다.

임유선(23·철학과 4학년)씨는 "재단이 교체된 이후 학교 측이 의대와 공대, 법대 등 소위 돈이 되는 학부에만 신경을 쓰는 것 같다"며 "발전의 선순환구조를 위해서는 기초학문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용성 이사장은 취임 직후 "일방적인 정책 추진은 절대 없을 것이며 대학 발전을 위해서라면 누구에게서나 의견을 듣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작 사업 추진 과정 중에서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에는 소홀한 경우가 많았다는 지적이다.

학생들과 소통 없이 강화된 학사 운영규정

2009년도 들어 적용되고 있는 강화된 학사 운영규정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중앙대는 올해부터 수강생이 30명 미만인 경우 교수 재량으로 성적을 절대 평가할 수 있던 것을 폐지하고 재수강을 하는 학생에게는 A+성적을 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본부측은 "그동안 여러 기업에서 중앙대 졸업생들의 성적을 신뢰하지 않았다는 문제가 있었기에 학사 기준을 더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학사운영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학생들과 협의하는 절차가 전무했다는 점이다. 총학생회는 "공부를 많이 시킨다는 데는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학생대표와 아무런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학사규정을 변경할 수는 없다"며 "지속적인 항의 의사를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김효진(24·법학과 4학년)씨는 "대학 성적은 취업 시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되기 때문에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등록금을 내는 것은 학생이고 성적을 평가 받는 주체 또한 학생인데 이에 관한 규정을 정하면서 왜 학생들의 이야기는 귀담아듣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두산그룹은 중앙대학교 법인에 참가하면서 재단 인수가 아닌 기업과 대학의 파트너십 체결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었다. 우수한 인재를 육성하고 발굴하는 참된 의미의 산학 협력으로 자리 잡기 위한 노력보다는 '대학도 기업처럼'이라는 구호에만 매달리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태그:#중앙대, #두산, #박용성, #등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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