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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미소를 짓는 김씨 부부의 얼굴이 농익은 방울토마토의 붉은 빛깔처럼 때깔이 자르르하니 곱다.
 환한 미소를 짓는 김씨 부부의 얼굴이 농익은 방울토마토의 붉은 빛깔처럼 때깔이 자르르하니 곱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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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 만흥동의 상촌마을이다. 마을 한가운데 있는 방울토마토 시설이 발길을 붙든다. 탐스럽게 주렁주렁 열린 방울토마토가 제법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하우스 입구에는 바구니마다 방울토마토가 한가득 담겨있다.

시설하우스에서 방울토마토 수확중인 김용진(51·미래농장)씨 부부를 만나봤다. 기자를 보자 그는 대뜸 가식적인 기사로 치장해 농촌의 현실을 왜곡하지 말고 농촌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알려달라고 주문했다. 혹여 잘못된 보도로 도시인들이 농촌 현실과 동떨어진 동화속의 세상을 상상할 것을 우려하면서.

"농촌의 실상을 제대로 알리는 게 중요합니다. 홍보가 아닌 현실을 있는 그대로 알려 도시민들에게 농촌에 대한 호기심이 아닌 현실을 제대로 알게 해야죠."

코흘리개 시절부터 농업과 인연... 농사는 뗄 수 없는 필연

농부의 자식으로 태어나 농촌에서 자란 그는 코흘리개 시절부터 농업과 인연을 맺었다. 어쩌면 그에게 있어서 농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연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부모님께서 하시던 토마토농사를 자연스레 이어받았다고 했다.

4000㎡의 농사 중 토마토농사는 2400㎡, 하지만 주 작목은 화훼다. 백합, 국화 등의 절화용 꽃을 재배한다. 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돌려짓기를 하면서 부업의 개념으로 방울토마토를 선택했다. 

김씨 부부가 함께 방울토마토를 수확하고 있다.
 김씨 부부가 함께 방울토마토를 수확하고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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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농가가 어렵다고들 하던데 방울토마토 가격은 어떻습니까?
"평당(3.3㎡) 5만 원 봐요. 식재시기에 따라 수입이 달라집니다."

-식재 후 몇 개월부터 수확합니까?
"3개월부터 따기 시작합니다."

-부부가 다정하게 일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은데요.
"남들 보기에는 좋게 보이는지 몰라도 먹고 살려고 하는 일 아닙니까. 부부가 붙어 있을려고 촌에 산 사람은 없어요."

-농촌생활의 어려움은?
"시설하우스 농사라 사철 바빠요. 요즘 농번기 있는 농사 지으면 못 먹고 살아요."

- 이건 여담인데 아내를 어떻게 만나셨나요?
"80년 초 선배의 소개로 선을 봐서 만났어요."

-결혼 당시 힘들었던 것은?
"농사꾼이라고 장모님의 반대가 심했어요. 농사지은 사람은 농사꾼을 반대하잖아요."

잠시 뜸을 들이는 그에게 어떻게 장모님의 반대를 극복했느냐고 묻자 함께 한 지인이 한마디 거든다. 

"지가 잘났은께."

또한 중매를 섰던 말주변 좋은 선배가 '몇 년 농사짓다 도시로 나갈 것이다'라며 설득했다고 했다.

농촌에서 고생하시는 부모님 거들다 천직이 되어버린 농사일

농사가 천직이 되어버린 그는 한편으론 부모님이 농촌에서 고생하시는걸 보고 짠한 마음에 농사를 거들다 농사꾼이 된 것 같기도 하다며 '눈 딱 감고 도시로 가버릴 걸' 하고 후회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친환경으로 재배하는 방울토마토의 연간소득은 2500만 원, 화훼소득은 4500만 원으로 연간 순수입 4000만 원의 부농이다. 그런 그가 젊은 사람들이 농사를 짓는다고 하면 극구 말리겠다고 했다. 이유인즉슨 촌에서 농사지으면 사람 때깔 안 나고, 여가 시간 없고, 공휴일도 없는 게 농사일이라며.

친환경으로 재배해 때깔 좋은 미래농장의 방울토마토
 친환경으로 재배해 때깔 좋은 미래농장의 방울토마토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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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은 '고생에 비해서 소득이 적다'며 농업의 미래에 대해서도 걱정을 많이 했다.

"걱정을 끼고 사는 게 농사입니다. 비가 와도 걱정, 비가 안 와도 걱정, 바람 불어도 걱정… 근심 걱정이 많아요."

하긴 농사 일 뿐만 아니라 미래를 생각하며 산다는 것이 다 걱정거리 아니겠는가. 걱정을 많이 하고 미래를 내다보고 농사를 지어서일까. 그가 생산한 방울토마토는 판로 걱정이 없다고 한다.

"맛이 좋다며 농장으로 구입하러 오기도 하고, 원협(여수원예협동조합)을 통해 계통 출하와 학교급식으로 많이 내요."

맛을 본 김말두(53)씨는 "신맛도 덜하고 맛있다"며 손을 입으로 바삐 움직였다.

농사일에 최선을 다하는 미래농장주 김씨 부부의 환한 미소

방울토마토의 가격은 품질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미래농장에서 최근 출하한 방울토마토 한 박스(5kg)의 경매가격은 1만3천 원. 시중에는 같은 양의 방울토마토가 6~7천 원에 나온 것도 있어 일부 소비자들이 값에 대해 오해를 하기도 한다며 '토마토라고 해서 다 같은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농사의 보람에 대해서 묻자 '애써 가꾼 농산물을 첫 수확할 때가 제일 기쁘다'며 김씨 부부가 환한 미소를 짓는다. 농사일을 하려는 젊은이가 있으면 만류하겠다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들 부부는 농사일에서 삶의 기쁨과 행복을 찾은 듯했다.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에 개의치 않고 아무리 힘이 들어도 농사일에 최선을 다하는 그들 부부가 있는 한 농업의 미래 또한 밝아보였다. 환한 미소를 짓는 부부의 얼굴이 농익은 방울토마토의 붉은 빛깔처럼 때깔이 자르르하니 곱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www.jeonladonews.com), U포터뉴스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방울토마토, #미래농장, #여수 만흥동, #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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