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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총회에 참석한 화물연대 노동자들 연행 486명, 부상 100여명, 구속 20여명을 두고 인터넷상에서 민주노총과 경찰의 찬반 논란이 뜨겁다. 지난 5월 16일 오후 대전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화물연대 조합원총회와 행진 그리고 해산 과정에서 경찰의 개입으로 많은 사람들이 부상당했고 연행자와 구속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화물 노동자들이 먼저 불법 폭력을 일으켰다고 하고, 화물연대는 경찰이 먼저 공격을 해 피해가 컸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6일 민주노총은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주의와 노동기본권, 인권에 대한 정권의 도발'로 규정하고 유태열 대전경찰청장 사퇴,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등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유야 어찌됐던 분명한 것은 같은 처지에 있던 화물연대 소속 대한통운 특수고용직 노동자 고 박종태 열사의 죽음이 이날 이들을 분노케 한 점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사태는 열악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과 죽음을 조금도 이해하지 않고 밀어붙이기식 연행을 시도한 정부의 탓이 더 크다.

 

대한통운 특수고용노동자(비정규직 노동자) 고 박종태 열사가 지난 5월 3일 야산 숲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유서에는 "끝까지 싸워서 반드시 이기자. 승리의 기쁨을 함께 하지 못해 아쉽지만 깊이 간직하겠다"는 결연하고 숙연한 의지의 표현을 남기고 하늘나라로 떠난 것이다. 다음은 유서의 일부이다.

 

"내 삶이 여기까지인가 봐 아니 사랑하는 당신과, 어여쁜 혜주 정하와의 인연이 여기까지인가보네 쉼없이 걸어왔던 노동운동 세상을 바꿔보겠다며 희망을 만들기 위해 동지들과 함께 했던 소중한 시간과 인연도 여기까지인가 보네."

 

"내가 맘을 잘 먹은 걸까 정말 내가 죽어서 조직이 지켜지고 쫒겨난 조합원들이 눈치 안보고 서로를 의지하면서 조합을 잘 간수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겠지? 본부가 나를 일개 조합원으로 일개 조합원으로만 보지 않고 최선두에서 나서겠지?"

 

그는 지난 4월 29일 집을 나간 지 5일 만에 생애 마지막 유언을 남기고 지난 5월 3일 12시 30분경 대전 대한통운이 내려다보이는 야산 숲속에서 투쟁 띠를 머리에 동여맨 채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대한통운 사측과 특수고용직 비정규직노동조합분회는 지난 1월 현재 920원인 택배 수수료를 30원 인상해 2월부터 시행하기로 구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통운 사측의 합의 사실 부인에도 관련 대한통운 특수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따르면 지난 3월 15일 사측은 일방적 인상합의안 파기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휴대폰 메시지를 통한 해고도 남발됐다고 밝히고 있다. 화물연대 광주지부 제1지회 대한통운분회 지회장을 맡고 있던 고 박종태 열사는 조합원들과 함께 대전으로 상경해 해고자 복직을 위한 투쟁에 앞장섰다. 이 과정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되기도 했다. 그리고 얼마 후 야산에서 목을 맨채 주검으로 발견됐다.

 

바로 이명박 정권의 자본을 위한 노동유연화 정책이 이들을 죽음과 폭력사태로 몰고 가고 있는 것이다. 특수고용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인원감축, 대량해고, 인건비 및 운임삭감 등 구조조정이 이들을 압살하고 있다는 위기감으로 인해 거리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헌법21조에 보장된 '국민의 자유로운 집회 및 결사의 시민적 권리'를 정부가 나서 공권력이란 이름으로 폭력적으로 제압하고 있다. 한마디로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어야 할 정부가 요구를 묵살한 것과 진배없다.

 

연행과 구속으로 이어진 지난 5월 16일 화물연대 조합원총회 '고 박종태 열사 정신계승, 총력투쟁 결의대회'의 폭력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비정규노동자들의 나름대로의 숭고한 주장을 폭력으로 몰지 않아야 했었다. 성실한 대화와 해결책을 제시했어야 했다. 생존권을 영위하게 해달라는 비정규직의 외침을 억지를 부리는 노동자로 착각하면 안 된다. 이들은 대부분 사업장에서는 사측도 교섭을 회피하고 외면하고 있다. 바로 정부가 나설 이유이다. 노사 대화가 단절될 때 정부가 개입해 나서는 것은 당연한 처사다. 노동부가 존재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라도 정부는 건설적이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가지고 적극 대화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더 이상 생존권을 부르짖는 노동자들에게 공권력을 남용하지 말아야 한다. 일시적 강제나 구속은 영원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더 큰 불만과 불씨만 남길 뿐이라는 것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비정규직도 사람이고, 인권이 존재하는 인격체로서 사람대접을 해야 한다. 고 박종태 열사의 유서 중 "악착같이 싸워서 사람대접 받도록 최선을 다합시다"라는 문구가 왠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고 박종태 열사의 명복을 빈다. 그리고 위족들에게도 심심한 위로의 뜻을 표한다.


태그:#화물연대, #특수고용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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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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