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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연둣빛에서 초록으로, 더 깊은 초록으로 짙어만 가는 신록의 5월, 비온 뒤 더욱 맑고 화창한 날, 배내골로 향한다. 배내골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간밤엔 봄비가 흠씬 대지를 적셨기에 가뭄으로 줄어든 계곡물은 마음껏 불어났을까.

 

비온 뒤 더욱 푸르러진 하늘은 더욱 높아져 마치 가을하늘처럼 청신한 얼굴로 대지에 빛을 주고, 시리도록 푸른 하늘에 떠있는 흰 구름은 푸른 하늘을 더욱 푸르게 돋보이게 한다. 이 맑은 날, 산과 들은, 태초에 천지가 창조되던 첫 날들인양 깨끗하고 푸르게 펼쳐져 있다.

 

 

이토록 푸른 5월, 배내골로 가는 길 역시 눈길 닿는 곳마다 초록물결 가슴 벌떡벌떡 뛰게 만든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으며 영남알프스의 심장부에 위치해 있는 배내골은 신불산에서 영취산을 잇는 남쪽 알프스와 밀양의 천황산, 재약산을 잇는 서쪽 알프스 사이의 이십리에 걸쳐 뻗은 협곡으로 고지대 사이에 끼여 있는 곳이다.

 

꼬불꼬불 높은 굴곡 길을 지나 배내골로 접어드는 비탈진 내리막길로 쭉 내려가니 삼거리가 나온다. 여긴 언양에서 배내골로 오는 길과 경남 양산 원동에서 오는 길에서 마주치는 교차로인 셈이다. 4월엔 하얗게 눈부신 꽃구름을 이루었을 벚꽃나무는 초록빛잎사귀 무성하여 길을 시원하게 한다.

 

배내골로 접어들자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배내골 계곡 물소리다. 콸콸~흐르는 물소리, 간밤에 비온 뒤 계곡물은 많이 불어난 듯하다. 계곡바닥의 크고 작은 돌 위로 힘차게 또는 부드럽게 콰르르 흘러가는 물소리가 상쾌하다. 배내골로 들어가는 데서부터 끝까지 계곡물은 이렇게 흘러 흘러 계속 손짓한다.

 

높은 산들이 에워싼 계곡, 그 깊은 계곡에 잇대어 사는 사람들의 집들, 하지만, 이곳에 잇대어 사는 사람들의 소박한 집들보다 아기자기하게 혹은 화려하게 지은 팬션들이 더 많다. 산 자락아래 혹은 낮게 흐르는 계곡 주변에 자리 잡은 팬션들은 그림처럼 아름답다.

 

물댄 논에서 흙투성이 모습으로 모심기를 하는 농부들의 모습 이따금 보이고 논두렁길 걸어가는 몸뻬바지 입은 아낙네 뒷모습 논물에 어린다. 휴일이면 도회지 사람들이 몰려와서 놀고 쉬어가는 곳이지만, 이곳 농부들은 여전히 흙과 더불어 고요히 산다.

 

 

배내골에는 배나무, 사과나무들이 넓은 밭에서 자라고 늦가을이면 달게 익은 사과와 배 향기 그윽하다. 이른 봄이면 배내골 고로쇠 축제로도 유명하다. 신록의 계절 5월의 푸른 산 빛 아래 더욱 눈부시고, 선물처럼 찾아온 단비 맞은 뒤 더욱 힘차게 흐르는 배내골 계곡 물소리 한번 환하다.

 

한여름이면 계곡을 찾은 많은 사람들로 발을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벼 계곡이 몸살을 앓기도 하는 5월의 계곡엔 적당히 한산해서 좋다. 짙어가는 초록 숲 우거진 높은 산들에 둘러싸여, 밤낮없이 흐르는 계곡물소리 환한 깊은 골짜기 배내골의 5월은 싱그럽고도 싱그럽다.

 

찾아가는 길:

양산-물금-원동-배내골


태그:#배내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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