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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인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모든 국가들이 (12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회의가 열리는) 코펜하겐에서 기후변화 협약에 조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코펜하겐에 모이는 것은 소용없다. 하우(How)에 대한 답을 찾아서 실행해야 한다. 단순히 앉아서 말로만 논의할 수 있는 시간 여유가 이제는 없다."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을 인상 깊게 봤다. 그래서 정치적 동반자였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기후변화 대응에서 무엇을 강조할지 궁금했다. 클린턴이 기조연설을 통해 몇 번이나 되풀이한 단어는 '하우(How)'였다.

 

1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3차 'C40 세계도시 기후정상회의' 개회식에서 '클린턴 기후구상'(CCI)의 이사장인 클린턴은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말로만 논의할 수 있는 시간 여유가 이제 없다"면서 "어떻게, 어느 부분에, 얼마만큼 투자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린턴 "교토의정서 비준 실패는 비극"

 

먼저 클린턴은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했다. 그는 "다양한 보고서를 종합하면 현재 기후변화가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라며 "2050년까지 현재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80%를 절감하지 않으면 치명적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클린턴은 "이와 같은 상황을 그냥 방치한다면 나중에 가서는 너무나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 할 것"이라면서 "식량 공급 감소나 수자원 부족 문제도 있지만, 가장 많은 비용이 필요한 문제는 수천 만 명의 사람들을 짧은 기간 내에 이주시켜야 하는 상황에 봉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클린턴은 과거 대통령 재임시절 앨 고어 부통령과 교토의정서 비준을 추진했던 사실을 거론하면서 "당시에는 미국 의회에서 지지해주지 않았고, 우리를 지지하는 상원의원도 찾을 수 없었다. 세계 기업자유 정신을 손상시키는 것이란 얘기까지 나오더라. 비극이었다"고 회상했다.

 

클린턴은 "부의 창출이 이산화탄소 배출을 수반해야 한다"는 생각은 이제 시대착오적인 것이라 규정했다. 그는 "중국이나 인도가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동참할 것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고 있다. 그에 대한 답은 경우에 따라 다르다"면서도 오히려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듦으로써 경제문제 타개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클린턴은 '중국 카드'를 예로 들었다. 그는 "화력발전에 10억 달러를 투자한다면 그로 인해 생기는 일자리는 870개에 불과하지만, 태양열 1900개, 풍력 발전 3300개, 그리고 에너지 합리화 사업을 추진한다면 6천여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며 "이미 재정 능력을 갖고 있는 중국이 노후 건물에 대해 이런 사업을 추진한다면 충분히 많은 일자리가 생긴다. 이런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실가스 감축, 실행 안 하면 용서받을 수 없을 것"

 

그래서 클린턴이 기조연설에서 줄곧 강조한 말이 '하우(How)'였다. 그는 "교토의정서가 재정립되는 시점에 열리는 코펜하겐 회의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교토의정서의 가장 중요한 교훈을 말하지 않는 것 같다. 그것은 많은 국가가 비준에 동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감축 목표를 달성한 나라가 극소수라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기후변화 문제 대응에 있어 정치적인 접근보다는 실질적인 이산화탄소 감축책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클린턴은 "실질적인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코펜하겐에 모이는 것은 소용없다"며 "하우(How)에 대한 답을 찾아서 실행해야 한다. 단순히 앉아서 말로만 논의할 수 있는 시간 여유가 이제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클린턴은 "일단 무엇을 하기로 결정하면 그 다음에 대두되는 문제는 자금 조달"이라면서 "그러나 세계 많은 도시들이 청정에너지로 운행되는 버스를 동일한 구매원으로부터 대량으로 구매한다면 그만큼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며 '발상의 전환'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이 자리에 없는 사람들에게 기후변화 대응이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는 것을, 그래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그들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우란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아야 한다"면서 다음과 같은 말로 기조연설을 마무리했다.

 

"앞으로 20년 후 우리 자녀들이 이렇게 물어볼지도 모른다. 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내버려뒀느냐고 말이다. 경제적인 타당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산화탄소 감축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용서받을 수 없을 것이다. 교토의정서에 이미 많은 나라들이 조인했다. 이런 노력도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적인 '어떻게'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데 함께 동참하는 것이다."

 

"취약계층이나 빈곤국가 안전망 구축해야"

 

한편 클린턴의 기조연설에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개회사를 통해 기후변화 문제에 도시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실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세계 지표 면적의 2%만 차지하는 도시 지역에서 지구온실가스 80%가 배출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며 "직접적인 원인 제공자인 동시에 가장 큰 피해자인 도시가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열쇠를 쥐고 있다"고 말했다.

 

반기문 UN 사무총장도 개막축하 메시지 영상을 통해 도시 역할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반 총장은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으며, 80%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도시가 기후변화 문제의 핵심부에 있다"며 "건물 에너지 합리화, 친환경 교통, 신재생 에너지 사용 등 이미 나와 있는 해결책을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면 지금 당면하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회식에 참석한 한승수 국무총리 역시 축사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을 소개하면서 "올해 말 코펜하겐에서 열릴 기후변화 협약에서 우리나라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세계 에너지 생산량의 75%를 소비하는 도시야말로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제3차 C40 회의 의장을 맡은 데이비드 밀러 토론토 시장은 환영사에서 "최근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하여 많은 과학자들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기후변화 영향은 실로 막대한 만큼, 그에 따른 사회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특히 기후변화로 인해 취약 계층이나 빈곤 국가들이 더 많은 타격을 받는다. 재원 마련을 통해 이에 대한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클린턴, #기후변화 , #서울시, #C40, #이산화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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