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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말
▲ 데이지 꽃말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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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벗 친구이자, 친 형님이 잠만 쿨쿨 자는 핸드폰을 울렸다. "동생아 ! 금정산에 야생화 체험 학습장에 구경가지 않을래 ?" 나는 형님의 말씀이 끝나기도 무섭게 말했다.

"형님 ! 뭐라구요 ? 야생화 체험 학습장요 ? 하하하 형님은 내가 아직도 일곱살짜리 어린애인 줄 아세요 ?" 하고 핀잔 주듯이 말했던 것이다. "허허 ! 동생아 ? 난 항상 우리가 일곱살이면 좋겠다. 너 무조건 가볍게 등산짐을 꾸러 가지고 당장 나오너라"라고, 명령하는 형님의 목소리에는 거부할 수 없는 힘이 있었다.

나의 형님은 국가유공자. 월남전쟁에서 얻어온 고엽제 병으로 정말 오랜 세월을 몸과 마음으로 고생하신 분이다. 이 병으로 제대로 된 직장을 가진 적이 없었다. 한 때는 화원에서 일도 하셨다. 화원에서 일을 하기 전에도 삼형제 중 유독 꽃을 좋아했던 형님… 형님만 생각하면 목젖이 아프다.

만난 야생화는 내가 이름을 불러주지 못해 슬프네...
▲ 내가 만난 야생화는 내가 이름을 불러주지 못해 슬프네...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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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과 나는 부산 동래 온천장역에서 만났다. 그리고 마을 버스를 타고 산성마을 종점에서 내렸다. '허브랑 야생화 체험 학습장'은 찾기 쉬웠다. 금성동 교회 근처였다. '허브랑 야생화' 체험장에 들어서니 귀여운 유치원 학생과 개구장이 학생들이 가득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학부형들이 많이 보였다. '허브랑 야생화 체험 학습장'의 안내원은 이곳 주인이었다. 주인은 학생들과 일반인에게 친절하게 꽃이름을 가르쳐 주었다.

전하는 말, 알아 듣지도 못하고...
▲ 꽃이 전하는 말, 알아 듣지도 못하고...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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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곳도 있었나
▲ 금정산 안에 이런 곳도 있었나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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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름이 뭐지 ?
▲ 이건 꽃 이름이 뭐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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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의 편지 같은....
▲ 야생 화의 편지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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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의 말에 귀 기울여봐
 꽃들의 말에 귀 기울여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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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곳도 다 있었나 ?
▲ 금정산 이런 곳도 다 있었나 ?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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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전화 받고 급히 나온다고 메모장을 준비하지 못했고, 금방 알려 준 허브와 야생화 꽃이름은 이상하게 듣고 돌아서니 기억에 남아 있지 않아 매우 안타까왔다. '허브랑 야생화' 야생화 체험 학습장은 입장료(관람료3,000원)가 있었다. 그러나 관람료 대신 허브와 야생화로 교환해 주니, 결국 관람료는 무료인가. 형님과 나는 초등학교 학생처럼 관람료 대신 데이지 화분을 선물처럼 교환 받았다. 민트나 세스피아 같은 단 맛이 나는, 허브는 생각보다 비쌌다.

지도
▲ 꽃의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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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 꽃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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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야생화
▲ 허브 그리고 야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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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는 채소나 과일 약재 등의 기본 분류에서 빠져 있으면서, 향기나고 먹을 수 있고, 몸에 이로운 박하, 방아, 재피, 창포 등을 칭한다. 박하 향기 나는 민트, 방향제로 많이 쓰이는 정신 안정 효과에 좋은 라벤더, 요리에 많이 쓰이는 세이지 등 많은 허브를 구경할 수 있었다.

뭡니까 ?
▲ 허브가 뭡니까 ?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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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꽃구경 마음껏 했다. 형님과 산길을 걸으면서 제비꽃도 만나고 금낭화도 만났다. 산길 내려오면서 형님이 물었다.

"동생아 ! 너는 무슨 꽃 좋아하느냐 ?"
"....찔레꽃 제일 좋아합니다."
"허허 너가 아는 꽃이름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하얀 찔레꽃 밖에 없제 ?"
"아닙니다. 형님... 꽃이름 많이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데이지 ? 아느냐 ?"
"데이지요 ?"
"아까 처음 본 그 꽃 말이다. 하얀 색깔을 가진 귀엽고 작은 들국화 같은 꽃 말이다. 너도 이제 꽃을 만나면 이름정도 알아야 꽃에게 미안하지 않지 ? 동생 니는 내 꿈이 뭔줄 아나 ? 나는 나중에 고향에 돌아가서 꽃과 나무 키우며 사는 거다..."
"형님, 그럼 조카들은요 ?"
"이제 다 장성했으니 무슨 걱정이냐 ?"
"형님, 고향 갈 때 나도 데리고 가십시오."
"넌 안돼. 꽃 이름도 모르면서 꽃을 어떻게 키우냐 ?"
"아닙니다. 형님 ! 이제부터 꽃이름 잘 외우겠습니다. 외우는 거 누구보다 잘 하는데 꽃 이름 외워도 꽃을 만나면 무슨 꽃인지 몰라서 그렇죠. "
"그게 다 사랑이 없어서 그래... 꽃도 사람처럼 사랑하는 눈으로 보면 다 알게 되지..."

내가 모르는 꽃이 더 많아서...
▲ 내가 아는 꽃보다 내가 모르는 꽃이 더 많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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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형님의 말씀에 마음의 고개를 끄덕이었다. 말이 좋아서 '고향에 가서 꽃과 나무를 키우며 살고 싶다...'는 희망을 말하지만, 나처럼 게으르고 자연에 대한 애정이 없이는 안될 일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나라 꽃이름 정도는 외워야 겠다. 나를 언제나 부끄럽게 만드는 형님, 형님을 존경합니다. 


태그:#야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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