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강화도 불은면 중심을 지나가는 14번 군도. 구불구불 여유롭게 흘러간다.
 강화도 불은면 중심을 지나가는 14번 군도. 구불구불 여유롭게 흘러간다.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새벽안개 밟으며 걸어간 길

새벽 5시 반. 숙소를 조용히 빠져나와 길 위에 선다. 은은한 안개가 가야 할 길을 피해 앉았다. 길은 구불구불. 그 길을 따라간다. 새벽에 일을 나오는 아주머니는 새벽부터 어디를 가냐고 한다. "일찍 일 나가시네요." 그냥 웃는다.

모퉁이를 돌아서니 안개로 잔뜩 화장한 붉은 해가 언덕 위로 얼굴을 내민다. 물을 가득 담아 놓은 논들이 거울처럼 반짝거린다. 군데군데 전봇대는 줄을 양쪽으로 늘어뜨린 채 다정하게 서있다. 강화도. 역사의 중요 순간마다 등장하는 땅. 그 길 위에 서서 새벽안개를 밟는다.

해가 안개속으로 얼굴을 내밀고, 물을 가득 채운 논으로 하늘이 비친다.
 해가 안개속으로 얼굴을 내밀고, 물을 가득 채운 논으로 하늘이 비친다.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무논이 마치 거울처럼 하늘을 담고 있다.
 무논이 마치 거울처럼 하늘을 담고 있다.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아침을 여는 풍경

포장도로를 구불거리며 따라가다 해를 향해 농로로 들어선다. 해를 따라가면 바다가 나올까? 안개는 은은하게 땅에서 피어오르고, 사위는 물기를 촉촉이 머금고서 나를 감싸고 있다. 마을을 가로질러 들판으로 나간다. 반듯하게 정리된 논들이 넉넉하게 보인다.

농로는 네모진 논들을 가로지르며 반듯하게 나있다. 조용한 아침 요란한 굉음을 내면서 트랙터가 무논을 지나다닌다. 하얀 백로가 트랙터 주변으로 발을 담그고 있다. 트랙터에 놀라지 않던 백로가 내가 다가가니 귀찮다는 듯 저만치 자리를 옮긴다. 괴물 같은 트랙터보다 내가 더 싫은가 보다.

이른 아침에 논을 갈고 있는 트랙터. 백로와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이다.
 이른 아침에 논을 갈고 있는 트랙터. 백로와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이다.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안개에 쌓인 바다위로 해가 떴다.
 안개에 쌓인 바다위로 해가 떴다.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큰 도로로 나왔다. 길 너머로 바다도 보인다. 강화도 순환도론가? 그런데 어느 방향으로 가나? 해가 뜨는 방향으로 따라간다. 차는 가끔 가다 한 대씩 나를 지나친다. 바다는 옅은 안개로 덮고 있다. 해는 아직 힘이 없다. 자전거 두 대가 나를 쫓아온다. "안녕하세요." 대꾸도 하지 않고 엉덩이만 보이고는 지나쳐 버린다.

벽돌로 쌓은 성도 있다

해안에 커다란 나무들이 줄지어 서있다. 저런 나무들은 마을 주변으로 심어지는데…. 커다란 식당 간판만 보인다. 안내판도 보인다. 강화전성? 색다른 이름이다. 토성, 석성은 들어봤는데, 전성이라는 표기는 처음 본다.

강화전성 풍경. 마치 방풍림 같은 모습이다.
 강화전성 풍경. 마치 방풍림 같은 모습이다.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일부구간 복원했다고 하는데 마치 가정집 담장 같다.
 일부구간 복원했다고 하는데 마치 가정집 담장 같다.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내용은 이렇다. 강화전성(江華塼城)은 강화외성의 일부 구간으로 갯벌 위에 다듬은 돌로 기초를 쌓고, 그 위에 벽돌을 쌓아 만든 전축성이다. 고려 고종 때(1213~1259) 흙으로 쌓은 토성(土城)이 흘러내리자, 조선 영조 18년(1742)에 강화유수 김시혁이 나라에 건의하여 2년 동안 전돌로 다시 고쳐 쌓았다고 한다.

이 전성(塼城)은 정조 18년에(1794)에 벽돌을 사용한 수원 화성보다 50여년이나 이른 시기에 축성되었다. 현재는 약 270m 정도가 있고, 일부분만 8~10단 벽돌이 남아있다. 2004년 그 중 70m를 복원했다고 하는데 마치 가정집 담장 같은 느낌이다. 아니 한만 못한 복원. 재래식 전돌 생산지가 사라져 현재와 같이 정비됐다고 하지만 너무했다.

성은 허물어지고, 나무 뿌리로 뒤엉켰다. 세월따라 흘러가고 있다.
 성은 허물어지고, 나무 뿌리로 뒤엉켰다. 세월따라 흘러가고 있다.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나무뿌리가 파고 들어 성을 부수고 있지만 그 자체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나무뿌리가 파고 들어 성을 부수고 있지만 그 자체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정비되지 않은 곳은 성 위로 나무가 자라면서 전돌 사이를 헤집어 놓았다. 나무가 사원을 파괴하고 있는 캄보디아 따프롬 사원이 떠오른다. 그런 거창한 모습은 아니지만, 촘촘히 쌓았을 성벽이 나무뿌리에 이지러지는 모습에서 자연의 거대한 본능이 느껴 본다.

작은 원형경기장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 돈대

강화전성의 끝은 바다로 톡 튀어나온 지형이다. 작은 언덕으로 길이 있다 길을 따라 올라가니 동그란 성이 보인다. 오두돈대(鼇頭墩臺)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다. 돈대는 외적의 침입이나 척후활동을 사전에 관찰하고 대비할 목적으로, 접경지역 또는 해안지역에 흙이나 돌로 쌓은 소규모의 방어 시설물이다.

강화지역에 돈대가 설치된 것은 숙종 5년(1679)에 전 해안을 하나의 방위체제하에 운영하고자 설치하였다. 자라의 머리와 같은 지형에 설치되어 오두돈대라고 했다. 원형으로 지름이 32m정도란다.

둥그런 원형경기장 같은 돈대
 둥그런 원형경기장 같은 돈대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머리를 숙여야만 들어갈 수 있는 작은 문이 있다. 안으로 들어서니 마치 원형경기장 같이 둥그렇다. 바다 쪽으로 포를 거치할 수 있는 포대가 여러 개 있다. 포대 위에는 총을 쏠 수 있도록 총안을 만들어 놓았다.

성벽에 서면 아래 풍경이 보일 거라 기대했는데, 제 역할을 잃어버린 돈대 주변은 나무로 숲을 이루고 있다. 당연 장쾌한 바다도 보이지 않는다. 민들레 홀씨가 아침이슬을 머금고서 반짝거린다. 햇살에 산란되는 풍경이 마치 병사들의 함성소리처럼 웅성거린다.

덧붙이는 글 | 강화도 새벽을 여는 아침풍경 너무나 좋습니다. 지금 한창 모내기철이라 무논에 비친 아침풍경 너무 아름답습니다. 아침을 여는 새벽에 강화도를 한번 걸어가 보세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태그:#강화도, #강화전성, #오두돈대, #무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