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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7일 기획재정부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노동유연성 문제는 금년 연말까지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국정 최대과제"라며 "이번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 노동유연성 문제를 개혁하지 못한다면 국가간 경쟁에서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과거 외환위기 때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점이 크게 아쉽다"고 말하므로 1997년에 매듭짓지 못한 비정규직법을 반드시 개정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현재 비정규직법은 한나라당에서도 합의가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이번 대통령의 발언으로 미루어 볼 때, 대통령이 직접 비정규직법을 챙기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 들어 의원입법 형식으로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고 파견업종을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비정규직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한나라당과의 엇박자로 법개정이 미뤄지자 노동부는 7월 실업위기를 내세우며 정부 입법으로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제출하였다. 그러나 한나라당내 '민본21'은 정부안을 정면 거부하였다. '민본21'은 현행법의 정규직전환 시기만 2년 유예하자는 의견을 제시해놓고 있다.

 

환경노동위원장을 지냈던 홍준표 원내대표 역시 당시 정부안에 반대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부는 "잠깐 모면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며 비정규직 사용기간 4년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나온 이 대통령의 '노동유연성 문제가 최우선 과제'라는 발언은 6월 국회에서 비정규직법을 반드시 개정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노동계와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이승철 민주노총 대변인은 "정부의 기본권 탄압이 가속화된 상황에서 대통령이 친재벌적인 의지를 표현한 게 유감스럽다"며 "노동 유연화를 강행할 경우 노동자들의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하여 민주노총은 논평을 내고 이번 이 대통령의 발언은 '노동계를 향한 선전포고'라며 "재벌․자본위주 노동정책부터 유연화 하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이어 "비정규직법 개악이나, 재계의 숙원과도 같았던 정리해고 요건 완화 등을 염두에 둔 말"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노동기본권 억압정책으로 한 명의 특수고용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까지 끊은 안타까운 사건이 생겨난 마당에 나온 대통령의 말이 고작 이 수준이란 점은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며 "만일 정부가 대통령의 공언처럼 '노동유연화'를 국정 최대과제로 추진할 경우, 노동자들의 분노와 저항 역시 함께 타오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도 노동유연성에 관한 한 반대 입장이 분명하다. 한국노총은 지난달 23일 열린 '고용위기와 양질의 노동실현 방안에 관한 국제정책 세미나'에 관한 보도자료를 내고 '노동유연성'에 관한 자신들의 입장을 피력했다.

 

롤란드 슈나이더 OECD-TUAC(OECD 노동조합 자문위원회) 선임정책자문위원은 'OECD 국가에 대한 사례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 "양질의 고용은 복지국가의 축소와 노동시장 규제완화보다는 임금교섭제도와 거시경제 정책, 사회정책의 효율적 조율에 의해 실현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높은 국가가 경제 위기를 더 심하게 겪는다"고 말했다.

 

OECD 및 IMF 등 국제기구와 많은 경제학자들이 실업과 경제 성장 둔화의 책임을 노동조합과 노동시장 격직성에 두고 있는 것에 대하여 슈나이더는 "오히려 임금, 고용, 사회보장의 경직성이 각 국가들이 현재의 위기에 잘 대처할 수 있게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대통령의 발언으로 그간 지지부진하던 비정규직법 개정 문제를 놓고 정부와 여당, 그리고 야당 및 노동계의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태그:#노동유연성, #대통령이 발언, #노동계,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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