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에 인터넷 사용 정보 기록 요청, 유전자 정보 데이터베이스 문제 등 국민들의 '정보' 수집과 관련된 문제를 계속 만들고 있는 영국 정부가 이번에는 ID 카드(신분증명 카드) 도입으로 또 다른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영국 맨체스터 시가 영국에서는 처음으로 ID 카드를 도입하게 됐다고 영국 공영방송 <BBC>와 영국 일간지 <가디언>, <더타임스> 그리고 <텔레그래프> 등이 6일 일제히 보도했다. 영국 여권을 가진 16세가 넘은 맨체스터 거주자는 60파운드(약 11만 5천 원)를 내면 올해 가을부터 카드를 만들 수 있다.

<BBC>는 영국 내무부에서 사기 범죄를 줄이고 테러리즘과 조직범죄와 싸우기 위해서는 ID 카드 도입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재키 스미스 영국 내무부 장관은 "ID 카드 도입은 범죄, 불법 이민 그리고 테러 등으로부터 시민들의 안전을 증진하는 등 모든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스미스 장관은 맨체스터를 시작으로 2012년까지는 영국 전역에 ID카드 도입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국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유럽연합(EU) 회원국 거주자가 아닌 사람들에 대해서 반드시 ID 카드를 만들어 소지하도록 하고 있다.

<가디언>은 스미스 장관이 사람들이 쇼핑을 나왔다가 편리하게 ID 카드를 만들 수 있도록 우체국과 약국 등에서 지문과 얼굴 인식 정보를 등록할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카드 발급과 정보 수집 비용은 각각 30파운드로 총 60파운드를 내면 ID 카드를 만들 수 있다.

<타임스>는 영국의 'ID 및 여권 서비스국(IPS)'의 제임스 홀 국장이 ID 카드를 발급 받고자 하는 사람들은 관계 당국의 정부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등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ID 카드 도입에 대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국제적인 금융 위기 여파로 영국이 1930년대 이후 최대의 경기 침체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영국 정부는 경기 회복을 위해 막대한 재정지출 부담을 지고 있다. 때문에 야당 등에서는 예산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이 계획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크리스 게일링 그림자 내각의 내무부 장관이 "이 계획의 비용은 증가할 것이 분명하다. 어려운 상황에서 납세자와 시민 모두 이 카드를 구입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감당하지 못할 일을 벌이는 이 정부는 매우 무책임하다"고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데이비드 블런켓 전 내무부 장관은 지난해 도입한 '생체정보 여권(biomatric passport)'의 정착을 위해서는 ID 카드 계획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라이버시 보호 시민단체인 'NO2ID'의 필 부스는 "정부가 지문과 같은 민감한 개인 정보를 지역 카메라 상점 같은 곳에서 다루도록 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한편 자발적인 등록제로 알려진 ID 카드 등록이 조종사들에게는 강제되고 있다며 조종사 연합 회원들이 이 계획에 반발하고 있다고 'BBC'가 보도했다.

영국 항공조종사협회의 짐 맥아술란은 "우리 회원들은 ID 카드가 자발적으로 등록하는 것이라고 말한 정부의 말을 믿었다"면서 "하지만 정부는 이제 와서 비행기를 조종하기 위해 출국게이트 안쪽 통로(조종사와 승무원 등 관계자만 들어 갈 수 있는 곳)응 통과하려면 ID 카드가 있어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는 '빅 브라더'와 마찬가지며 강압적인 처사다"라고 덧붙였다.

조종사들의 이러한 반응에 정부 관리들은 이 문제를 풀기위해 조종사협회와 협의하고 있다면서도 ID 카드는 공항의 안전을 높이고 채용 과정을 더 빠르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리들은 ID카드 발급을 위해 개인정보 수집과 보관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이는 여권 발급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IPS의 홀 국장은 "우리가 시민들의 정보를 대량으로 축적하려고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