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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6일 오후, 대전 충남대학교 노천극장에서는 포크와 기타의 향연이 펼쳐졌다. 이 갑작스런 음악회를 만든 주인공은 충남대학교에서 '보도 사진 실습'을 강의하는 오동명(52) 교수. 그는 내리쬐는 봄 햇살에도 아랑곳 없이 검은 모자를 꾹 눌러쓴 채 기타 연주와 함께 소리 높여 노래를 불렀다. 그의 낮은 음색의 목소리는 노천 극장에 모인 40여 명이나 되는 그의 제자들에게 작은 감동을 전해줬다.

 

그런데 문득 궁금하다. 오 교수의 한낮의(?) 음악회는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여기에는 딱딱한 중간 시험 대신, '포크와 기타의 만남'에 대한 특별한 의미를 전달하려는 오 교수의 숨은 뜻이 담겨 있었다. 그의 소중한 제자들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음악회 현장을 파헤쳐봤다.

 

추억의 힘을 노래하는 교수

 

오후 2시 30분, 노천 극장 계단에 빙 둘러앉는 제자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연주를 시작하는 오동명 교수,

 

70, 80세대라면 누구나 아는 '참새와 허수아비' 곡부터 이름 모를 아련한 팝송까지 오 교수가 부르는 포크송은 추억이란 이름을 아련히 떠오르게 한다. 그는 노래에 얽힌 사연을 대화하듯 전했다.

 

"다음은 아내가 듣고 싶어하던 참새와 허수아비라는 곡이야. 귀 기울여서 들어봐"

 

추억이 담긴 포크송이기 때문일까? 통기타와 포크가 낯선 그의 젊은 제자들에게도 그 곡은 익숙한 것마냥 선율이 귀에 착착 달라붙는다.

 

어떤 이들은 따라부르고, 더러는 박수를 치기도 한다. 그렇게 열창은 1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재밌는 사실은 이 음악회가 중간 시험 과제라는 것이다. "음악회 연주하는 것을 찍어서 기사를 써라" 이것이 오 교수가 제자들에게 전달한 시험 문제였다. 시험문제라면 딱딱하고 어려울 것만 같지만 이상하게 제자들의 표정은 밝다. 이것은 시험이 아니라 마치 놀이를 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덕분에 '포크와 기타가 만났을 때'를 강조하는 오 교수의 메시지는 그의 제자들에게 제대로 전달이 되고 있는 것 같았다.

 

오 교수는 -아빠 열심히 치셔서 저에게 좋은 노래 들려주세요-라는 문구가 새겨진 갈색 통기타를 들고 연주를 계속 이어갔다. 쉼없는 노래에도 그는 얼굴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런 오 교수의 열정은 제자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빠르게 변하는 현세태에서 우리내 젊은이들이 잊고 있던 추억이라는 이름을 꺼냈기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교수가 제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추억의 힘 아니었을까?

 

추억은 세대를 투영한다

 

 

오 교수의 제자들 틈속에서 그의 포크송 기타연주를 우연히 듣게 된 필자는 마음 한켠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마도 이런 감동은 당시 현장에 있던 많은 젊은이들이 공유했을 것 같다.

 

그 감동의 근원, 아마도 그것은 과거와 단절되어 버린,  빠르게 변화는 세상에 적응하려고 과거를 잊은채 발버둥치는 우리 세대에게 교수가 부른 포크송이 옛 향수를 떠올렸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과거와의 기억을 연결시켜주는 다리 역할을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그동안 붕괴 되어 있던 마음의 다리를 연결시켜준 것이 바로 오 교수의 음악회였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하지만 그동안 포크송과 통기타를 과거의 낡은 것 정도로 치부했던 필자에게 그의 정열을 다한 노래는 작은 울림을 전해주었다.

 

그것은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수많은 음악 장르의 그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1달, 2달이 지나면 흥미가 사그라드는 인기곡과 달리 '포크와 통기타의 만남'은 우리에게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은 아름다운 추억의 저장소를 만들어 줬기 때문이다.

 

세대를 투영하는 추억을 만들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포크의 힘이고 통기타의 힘이 아닐까? 어느 5월의 하루, 파격적인 중간 시험으로 제자들의 감동시킨 오 교수의 음악회는 그렇게 특별한 감동을 전해주었다.


태그:#오동명, #통기타, #음악회, #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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