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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나라의 국민들은 부자 나라의 발전에 필요한 비용을 대기 위해서 죽도록 일을 해야 한다. 남반구가 북반구, 특히 지배계층을 위해 돈을 댄다. 오늘날 북반구가 남반구를 지배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은 부채를 제공하고 그에 대해서 받는 대가라고 할 수 있다." <탐욕의 시대 중>

모순된 세상의 실체를 깨우쳐주는 책 <탐욕의시대>의 저자 장지글러는 "한 나라의 국민들을 노예 상태로 만들어 복종시키기 위해 기관총이나 네이팜탄, 탱크 따위가 필요없다"고 말한다.

부채가 그 모든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기 때문이라 주장한다. 교묘한 폭력을 자행하는 부채 때문에 5초마다 10세 미만의 어린이 한 명이 죽어간다고 한다.

추악한 부채로 이득을 보는 지배계급과 매판상인

그런데 부채에 의한 빈곤의 악순환과 지배현상은 가난하고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고 국민소득이 매우 낮은 나라만 해당하지 않는다. IMF 외환위기 이후 국가채무가 산더미처럼 늘어나는 한국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만 명의 아이들이 죽어가는 가운데, 죽음과 빈곤을 부르는 부채의 멍에에서 벗어나려 채무변제와 이자를 갚기 위해 공공재산을 팔아치우고 아무리 발버둥쳐도 외채는 줄어들기는 커녕 늘어만 간다.

하지만 국민의 생존이나 국가의 기본적인 이해관계보다 거대 다국적기업들을 위해 존재하는 세계화 지상주의자(신자유주의자)들은, 실속있는 공공서비스를 민영화하거나 외국에 판매할 것을 종용하고, 군대의 무장을 위해 외국의 무기를 구입하도록 하면서 죽음을 불러오는 부채를 증식시킨다.

이 '죽음의 부채'로 이득을 보는 것은 과거 식민지시대부터 지배계급으로 군림해 온 극소수의 매판 상인(콤프라도르)이다. 이들은 높은 이자율을 요구하는 대형은행과 다국적 기업, 외국 정부에 의존적(사대주의)이며, 국민들을 기만하며 국익과 싸구려 애국심을 팔아먹는다. 뒤로는 추잡한 기득권 세력의 이권만을 보장한다.

지난 4월 영국 런던에서는 '배부른 돼지들의 잔치'인 G20정상회의가 있었다. 그들은 '추악한 부채' 보증인인 IMF의 기만 살려줬다.
 지난 4월 영국 런던에서는 '배부른 돼지들의 잔치'인 G20정상회의가 있었다. 그들은 '추악한 부채' 보증인인 IMF의 기만 살려줬다.
ⓒ G20 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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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글러도 "제3세계 국가 대다수는 거의 전적으로 콤프라도르 계급의 이해관계의 지배를 받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부채가 외국 채권자(다국적 금융자본 등)뿐만 아니라 "현지 지배계급에게 수많은 이익을 안겨준다"고 말한다.

위와같이 '악성종양'과 같다는 부채를 이용해 투기를 일삼는 자본가들의 이익을 보장하는 보증인인 국제통화기금(IMF, http://www.imf.org/external/index.htm)은, 부채를 '피할 수 없는 필연적인 것'이라는 황당무개한 거짓말로 '합리화' 한다. 빈곤과 죽음을 강요하는 '추악한 부채'를 탕감해줄 생각은 전혀 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IMF, 최빈국 르완다에게 동족 죽인데 든 부채도 갚아라!

오로지 돈으로 이 세상의 민중을 지배하고 착취하겠다는 논리에 따라 그들은 움직인다.
더불어 파렴치한 국제통화기금을 통해 '영양가가 전혀 없는' 부채의 노예로 전락한 이들은 경제주권 뿐만 아니라 정치적-도덕적-인간적 존엄성까지 철저히 짓밟힌다.

일례로 1994년 4월부터 6월 사이에 르완다의 구릉지대에서 정규군과 인터함웨 용병들이 투치족 어린이, 성인 남녀들과 정권에 대항하는 후투족 수천 명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하는데, 프랑스-이집트-남아프리카공화국-벨기에-중국 등이 제공한 외채와 무기가 사용되었다.

이집트 무기의 공급은 크레디 리요네를 통해 보장되었고, 재정적인 지원은 특히 프랑스(미테랑 대통령 시절, 살인마들을 국외로 탈출시키기도 함)에서 맡았고, 1993년부터 1994년 사이 중국은 50만 점의 칼을 르완다 정부에 제공했다. 대학살이 자행되는 가운데서도 프랑스에서 빌린 돈으로 지불된 칼이 르완다로 물밀듯이 흘러들어왔다 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내란으로 피폐해진 르완다에 새로이 들어온 정권은 약 10억 달러가 넘는 외채를 이어받았는데, 이 외채는 자신들의 어머니와 동생들, 자식들을 죽이는데 사용된 칼을 사기 위해 끌어들인 외채라고 한다.

이에 새 정권은 채권단에게 부채 상환 중지, 아니 아예 무효화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이 주도한 채권단은 협력 자금 공급을 끊거나 르완다를 재정적으로 세계로부터 고립시키겠다고 위협해 '대학살'의 부채 무효화 요구를 거부했다.

* IMF Lending at a Glance http://www.imf.org/external/np/exr/map/lending/index.htm

'추악한 부채'를 증식시키는 국제통화기금
 '추악한 부채'를 증식시키는 국제통화기금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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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자들의 연대와 역습을 준비하자!!

이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르완다 농부들, 모진 집단학살에서 기적처럼 살아남은 몇 안되는 그 농부들은 동족을 죽이는 데 든 비용을 빌려준 외국 은행에게 빚을 갚기 위해 매달 등골이 휜다고 한다.

그렇다면 천문학적인 부채의 덫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전혀 없는가?
장지글러는 제3세계 민중들이 이용할 수 있는 3가지 전략적 수단을 제시한다.

1. 노예화된 민중들이 중심이 된 사회단체 지도자들은 연대의식을 내세운 북반구의 강력한 시민단체들과 연합하라!
2. 불법적인 부채 내역에 대해 철저히 감사하라!
3. 채무자 카르텔을 구성하라! 가난한 자들과 연대하라!

'추악한 부채'를 없애기 위해 무엇보다, 가난뱅이들의 연대와 역습이 필요한 때란 말이다.

마지막으로 가난한 우리가 처해 있는 암울한 현실에 눈을 번쩍 뜨자는 의미에서, 1789년 10월 1일 발표한 '입법의회 대표들의 선택에 대한 고찰'에서 장-폴 마라가 한 말을 전한다.

"단 하루 동안 민중들이 집을 몇 채 약탈했다고 한들, 나라 전체가 15세기에 걸쳐 세 부류의 국왕의 발빝에서 겪어온 독직과 횡령에 비하면 그것이 비교나 되겠는가? 몇몇 개인이 파산을 한들, 혈세를 징수하는 세리, 민중의 고혈을 빨아먹는 흡혈귀, 공공의 자산을 탕진하는 약탈자들에게 고난을 당해온 수십억 명에 비하면 그것이 비교나 되겠는가? .... 이제 모든 편견을 접어두고 현실을 직시하자."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탐욕의 시대 - 누가 세계를 더 가난하게 만드는가?

장 지글러 지음, 양영란 옮김, 갈라파고스(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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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태그:#부채, #탐욕의시대, #IMF, #빈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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