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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강화군 불은면 두운리의 깊은 산속에는 고려 충숙왕 때의 문신인 충목공 허유전(1243-1323) 선생의 묘소가 있습니다. 그는 고려 원종 때 문과에 급제하였고 충렬왕 때는 밀직사사에 올라 지공거가 되어 여러 인물을 선발하는 일을 맡았다 합니다.

 

불은면사무소 앞 사거리에서 작은 이발소가 있는 골목으로 접어들어 축사가 모여있는 산길로 500m 가량 오르면 1995년 3월 시도기념물 제26호로 지정된 허유전묘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지난 강화도 무박2일 자전거방랑길에 낙조조망지를 찾아가다 둘러본 허유전묘는, 그의 후손들이 지키고 있는 사당 뒷편 양지바른 곳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허유전묘를 찾은 날은 새봄을 맞아 제사를 지내기 위해 전국 곳곳에서 문중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습니다. 민망하긴 하지만 낯선 방랑자는 사람들에게 허유전묘를 둘러보러 왔다 전하고, 사당 뒤편의 아담한 묘소를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김해 허씨 사람들에게는 큰 걱정거리가 하나 있었습니다. 사당으로 오르는 길 옆에 나붙은 현수막들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관련해 허씨 문중 사람들에게 허유전묘에 무슨 일이 닥쳤는지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숲 밀어내고 시도기념물 바로 등뒤에 양로시설??

 

김해 허씨 종친회 회장이라 자신을 밝힌 분은, "인천시가 자신들 시조의 묘이자 문화재인 허유전묘 바로 뒤에 양로시설 개발허가를 내주려 한다"고 하소연했습니다. "현행법 상 문화재 인근 500m 이내에 개발이 제한되지만, 묘소 바로 뒤 50m도 채 안되는 거리에 양로원이 병풍처럼 들어서려 한다"며 너도나도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제사를 지내기 위해 모인 문중 사람들은 인천시에 탄원까지 낸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별도로 논의할 계획이라 말하기도 했습니다. 인근 마을 주민들도 문화재 주변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양로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며, 허유전묘의 소유-관리자인 김해 허씨 종중은 주민들과 함께 개발을 막아내겠다고도 했습니다.

 

골프장 한복판에 고립-방치된 국가사적 인천녹청자도요지, 폐차장과 고층아파트가 밀려드는 대제학 류사눌묘, 요란한 총소리로 가득한 심즙선생의 묘, 무분별한 등산로와 골프장 개발로 짓밟히는 한성백제시대의 계양산성처럼 인천시와 강화군은 시도기념물인 허유전묘도 제대로 보존할 의지가 없어 보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문화재, #양로시설, #개발, #허유전묘, #인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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