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에서 감독 데뷔 후 첫 우승을 차지하고 기뻐하는 전주 KCC의 허재 감독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에서 감독 데뷔 후 첫 우승을 차지하고 기뻐하는 전주 KCC의 허재 감독 ⓒ 전주 KCC

 

'농구대통령' 허재가 6년 만에 프로농구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번엔 유니폼이 아닌 말끔한 정장을 입고 있다는 것이었다.

 

전주 KCC를 이끄는 허재 감독은 1일 막을 내린 2008~2009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에서 서울 삼성을 꺾고 대망의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005년 처음 전주 KCC 지휘봉을 잡은 지 4년 만이다.

 

강동희, 김유택과 함께 '허동택 트리오'로 불리며 한국 농구를 휩쓸었던 허재가 지도자로서도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프로농구 역사상 선수와 감독으로서 모두 우승 트로피를 차지한 것은 허재가 처음이다.

 

화려한 은퇴, 그리고 감독으로서 깜짝 복귀

 

지난 1998년 허재가 기아 엔터프라이즈(울산 모비스 전신)를 떠나 나래 블루버드(원주 동부 전신)로 트레이드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농구팬들은 물론이고 한국 스포츠계가 크게 놀랐다.

 

실업리그 시절부터 기아의 얼굴이나 다름없던 허재가 다른 팀의 유니폼을 입고 뛰는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니폼이 바뀌어도 허재는 여전히 최고였다. 학창시절 선후배에서 감독과 선수로 다시 만난 전창진 감독, 14살 아래의 대학 후배 김주성 등과 함께 의기투합해 2002~2003 우승을 일궈냈다.

 

이듬해 정규리그 우승, 챔피언 결정전 준우승이라는 유종의 미를 거둔 허재는 은퇴를 발표하고 화려했던 선수 생활을 끝냈다. 그리고 2년 뒤 지도자가 되어 돌아오겠다고 미국 연수를 떠났다.

 

그러나 또 다시 농구팬들에게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허재가 연수를 떠난 지 1년 만에 전주 KCC의 감독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축구의 차범근, 야구의 선동열에 이어 농구에서도 최고의 스타가 감독으로 데뷔하는 순간이었다.

 

돌이켜보면 허재의 선택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고등학교 농구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고려대와 연세대를 뿌리치고 중앙대에 입학한 것도, '농구명가' 삼성과 현대가 아닌 기아에 들어간 것도 모두 예상 밖이었다. 하지만 허재는 어딜 가나 최고였다.

 

농구팬들의 관심사는 허재가 과연 감독으로서도 선수 시절 못지않은 영광을 누릴 수 있을 것인가로 모아졌다.

 

'허재 농구'의 전성시대 열릴까  

 

허재에게도 감독이라는 자리는 쉽지 않았다. 2005~2006시즌 정규리그 5위와 4강 플레이오프 진출로 비교적 성공적인 데뷔를 했지만 이듬해에는 정규리그 최하위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허재 감독은 중요한 선택을 해야 했다. 자유계약(FA) 신분이 된 서장훈을 영입하는 대신 이상민을 보상선수로 내준 것이었다. 전주 KCC에서만 10년 넘게 몸담았던 이상민이 떠난다는 것은 선수시절 허재가 기아를 떠났던 것과 버금갈 정도로 놀라운 소식이었다.

 

그리고 올 시즌에는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돌아온 '괴물센터' 하승진까지 전주 KCC 유니폼을 입게 되면서 허재 감독은 모든 감독들이 부러워할 만큼 최고의 전력을 갖추면서 감독으로서의 첫 우승을 기대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악재가 터졌다. 하승진에 밀려 좀처럼 출전 기회가 줄어든 서장훈이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허재 감독은 또 다시 중요한 선택을 해야 했다. 결국 서장훈을 내보내고 강병현과 조우현 등을 받아들여 전열을 가다듬었고 정규리그 3위를 차지했다.

 

허재 감독의 능력은 플레이오프에서 더욱 빛났다. 키는 컸지만 경험 없는 신인이었던 하승진은 일취월장을 거듭했으며, 코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한 신명호의 빈자리에도 불구하고 인천 전자랜드, 원주 동부를 연달아 물리치고 챔피언 결정전에 올랐다.

 

어느덧 4년 전의 '초보 감독' 딱지를 떼고 챔피언 된 허재 감독이 '제2의 전성시대'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09.05.02 09:25 ⓒ 2009 OhmyNews
허재 전주 K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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