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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8시 20분경 강원도 홍천군 화촌면 군업리 도광터 마을에 군헬기가 비상착륙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군 관계자는 헬기 야간 교육훈련을 하던 중 조종사가 엔진에 이상이 있다는 비상등이 깜박거리는 것을 확인하고 비상 착륙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탑승자는 모두 4명이었고, 다행히 3명은 모두 무사하고 한 명만 가벼운 타박상을 입고 병원으로 호송되어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고 발표했다.

 

사고 당일 홍천의 기상 상태가 안 좋았던 것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군 관계자는 오전에 흐렸고 오후에 잠깐 비가 왔을 뿐 야간 훈련시간에는 정상이었다고 말했다.

 

 

사고지점은 민가와 불과 100여 미터 떨어진 계곡이었다. 헬기가 착륙한 바로 위에 전선줄이 늘어져 있었고, 바로 옆으로는 엄호식씨 내외가 풋고추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 5동이 있었다. 비상착륙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헬기의 비상착륙 항로를 확인하면 더욱 아찔한 상황이었다. 엄호식씨 내외와 장애인 아들이 살고 있는 집 바로 위를 지나 100미터 떨어진 계곡 쪽으로 착륙했던 것이다.

 

군관계자는 사고 당시 헬기의 조종 기능 중 좌우로 이동하는 기능이 작동되지않은 상태에서 상하 기능만으로 착륙을 시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조종사의 미숙한 점이 있었다면 민가를 덮쳤을 가능성도 전혀 없지는 않았던 것이다. 좌우 이동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상하 이동만으로 민가를 피하고, 비닐하우스를 피하고, 전기줄을 피해 계곡에 사뿐이 내려앉는 착륙은 누가 뭐라해도 조종사의 기지가 충분히 발휘된 장면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사고 현장은 계곡에 헬기 한 대가 그냥 툭 떨어져 있는 장면이었다. 옆에 쌓아둔 제방도 한군데 손실된 데가 없었다.  더군다나 탑승자 4명이 모두 무사하다는 것은 정말 세상에 이런 일도 있구나 싶을 정도였다.

 

사고 광경을 맨 처음 목격한 엄호식씨도 저녁밥을 먹으려는데 지붕이 흔들리고 무너질 것 같은 소리에 깜짝 놀라 집에서 뛰어 나와 보니 헬기가 툭하고 떨어지더라는 것이다.  엄호식씨가 렌턴을 들고 조심스럽게 헬기에 접근하니까 탑승자들이 나오면서 괜찮다고 놀라지 말라며, 다친 사람이 한명 있다면서 119 구급대 좀 불러달라고 부탁을 했다고 말했다.

 

어쨌거나 30년 된 낡은 헬기에 목숨을 걸고 훈련하는 우리 군인에게 경의를 표하며, 지금까지 3955시간의 비행경력의 조종사(이모 준위)와  2834시간의 비행 경력을 가진 정모준위의 침착한 사고 대응이 조용한 농촌 마을에서의 큰 사고를 막아준 격이었다.

 

육군은 현재 정확한 사고 원인과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사고 헬기는 30년 이상된 수송용 헬기(UH-1H)로 지난 2008년 2월에 경기도 용문산에 추락해 탑승자 7명 전원이 숨졌던 헬기 사고와 같은 기종이었다.


태그:#헬기 추락, #홍천 헬기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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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아재양념닭갈비를 가공 판매하는 소설 쓰는 노동자입니다. 두 딸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서로가 신뢰하는 대한민국의 본래 모습을 찾는데, 미력이나마 보태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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