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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어떤 운동을 좋아할까? 아이들이 좋아하는 운동은 많지만, 요즘은 농구를 무척이나 즐겨하려 한다.
▲ 우리는 농구광이에요 아이들은 어떤 운동을 좋아할까? 아이들이 좋아하는 운동은 많지만, 요즘은 농구를 무척이나 즐겨하려 한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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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학급담임을 맡지 않고 교과전담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단위학급 아이들을 떠나 더 많은 아이들을 만납니다. 6학급으로 단출한 학교라 전담교과목이 많습니다. 2학년부터 6학년까지 재량수업 '한자', 3,4,5,6학년 '체육', 5,6학년 '실과', 특별활동 '논술반'까지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는 격으로 바쁩니다.

하지만 보람도 있다. 150여명이나 되는 전교생을 두루 만난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학교의 모든 아이들과 친근합니다. 뿐만 아니라 유치원생들과 1학년 아이들은 그런 나를 '할배'라고 반깁니다. 이제 나잇살이 오십줄에 들었으니 아이들 눈에 그렇게 비치는 것입니다. 할배소리를 들어도 기분이 나쁘지 않은 것을 보면 나도 이제는 나이가 들었나 봅니다.

다목적 강당에 간이농구대가 하나 있다. 하지만 아이들 키에 비해 너무높다.
▲ 농구대가 너무 높아요 다목적 강당에 간이농구대가 하나 있다. 하지만 아이들 키에 비해 너무높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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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하다 보면 아이들은 딱딱한 교실보다는 팡팡 내달을 수 있는 운동장을 더 좋아합니다. 그래서 체육수업은 단연 인깁니다. 아직 채 수업시간이 되지도 않았는데도 연방 아이들은 강당으로 우르르 몰려듭니다. 그리고 곧장 농구공을 집어들고는 멋진 슈터 폼을 내고 있습니다. 

내가 먼저다. 다가오는 친구의 공을 먼저 잡으려는 마음에 아이들은 바쁘다.
▲ 내 차례는 언제냐? 내가 먼저다. 다가오는 친구의 공을 먼저 잡으려는 마음에 아이들은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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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공 여덟 개로는 아이들 조급증을 달래기 역부족이다. 그래서 안달이 난다
▲ 바쁘다 바빠 농구공 여덟 개로는 아이들 조급증을 달래기 역부족이다. 그래서 안달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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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운동은 단연 농구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운동장에서 방망이를 휘두르며 야구에 열중하더니만 그새 취향이 깡그리 바꿨습니다. 물론 축구는 늘 상종가다. 하지만 봄날 아이들 얼굴 그슬리는 게 마음 아파 체육관 수업을 하다보니 자연 농구로 옮아가게 되었습니다.

"선생님, 이번 한 달 동안은 다른 것 하지 말고 농구만 해요?"
"뜀틀이랑 매트운동은 다음달에 하면 되잖아요?"
"그렇지 않으면 선생님 미워!"

녀석들을 이겨낼 재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준비운동만 하고 나면 실컷 농구공을 만지게 그냥 둡니다. 한참을 신명나게 슈팅연습을 하거나 드리볼을 하고 나면 온몸에 땀이 흠뻑 배입니다. 그러면 몇몇 녀석들은 샤워실로 들어가 찬물을 끼얹고 나옵니다. 아직은 물이 차가운데도 누구 하나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인가 봅니다. 어른들 같으면 돈을 준다고 해도 이처럼 맹렬히 운동하지는 않을 겁니다.

슈팅하는 친구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즐거운 아이들
▲ 잘한다 잘해 슈팅하는 친구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즐거운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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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학년 어린이들 가장 키가 큰 현수의 슈팅 모습
▲ 키다리 현수 6학년 어린이들 가장 키가 큰 현수의 슈팅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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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 공을 몰고 가는 아이나 그것을 지켜보는 아이들 모두 즐겁기는 마찬가지다.
▲ 야, 골인이다! 직접 공을 몰고 가는 아이나 그것을 지켜보는 아이들 모두 즐겁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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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농구에 열중하다 보면 한 시간이 후딱 지나쳐 버립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안달을 합니다. 그러니 어쩝니까. 못 이기는 척하며 쉬는시간까지 내버려둡니다. 물론 나야 인심을 쓰는 일이지만, 교실에서 다음 수업을 기다리는 담임 선생님들은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그런지 간간히 담임 선생님들로부터 지청구를 듣곤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이라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아이들이 체육수업을 좋아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한창 다리에 근육이 오르는 시기인데 갑갑한 교실에 앉아 있자니 좀이 쑤시는 것입니다. 그나마 우리 학교 아이들은 나은 편입니다. 매 쉬는 시간마다 운동장 흙을 밟을 수 있으니까요.

팔년 전, 창원에서 근무할 때 보면 3, 4층에 배치되어 있는 아이들의 경우는 하루 종일 운동장을 밟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것도 다인수 학급이다 보니 제때에 체육수업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동학년 체육시간으로 배당받은 날만 운동장을 차지하게 됩니다. 하지만 한꺼번에 2,3백명이 운동장을 사용하다보니 아이들은 늘 성이 차지 않습니다.

드리볼에 열심인 아이들, 하지만 조급증이 나서 엉덩이를 마루바닥에 붙이지 못한다
▲ 드리블이다 드리볼에 열심인 아이들, 하지만 조급증이 나서 엉덩이를 마루바닥에 붙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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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학년 여학생 도영이의 멋진 슈팅 모습
▲ 도영이의 슈팅 6학년 여학생 도영이의 멋진 슈팅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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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적으로 슈팅 연습을 하고 있는 아이들, 지커보는 아이들이 더 신중하다.
▲ 누가누가 잘하나 집중적으로 슈팅 연습을 하고 있는 아이들, 지커보는 아이들이 더 신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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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보면 커다란 학교, 많지 않은 아이들이 함께하는 우리 학교는 행복합니다. 전교생이 다 운동장을 내달아도 앞막음할 사람이 없으니까요. 어느 난 전문가에 따르면 사람이나 식물이나 땅에 뿌리를 두고 살아야 한답니다. 이유인즉슨 그렇게 해야 신선한 생명의 에너지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죠. 아스팔트 콘크리트에 휩싸여 사는 도시인들이 편리한 문명이기로 행복하게 사는 것 같지만, 농촌에 사는 맛도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농구가 즐거운 아이들, 그 환한 웃음이 천진난만하다.
▲ 내 모습 어때요? 농구가 즐거운 아이들, 그 환한 웃음이 천진난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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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어디를 딛고 살든지 간에 자연과 찬화 교감하는 일이야말로 '웰빙'(참살이)하는 어느 방편보다 더 나은 게 아닌가 자신합니다. 한 시간 동안 농구에 몰입했던 아이들 땀범벅이 되었습니다. 조금은 꾀죄죄한 얼굴이지만 건강한 냄새가 물신합니다. 우리 아이들 그렇게 열심히 뛰놉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와 다음 블로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농구, #교과전담, #체육, #지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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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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