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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그동안 수십차례 드나들었지만 막상 한라산에 오른다는 생각은 갖지 않았다. 산에 오르는 자체를 싫어하는 터라 높은 산에 올라갈 생각은 애시당초 갖지 않았던 것.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산 정상에는 한번도 올라간 적이 없기도 하다.

 

그동안 지리산이나 설악산 등 이름높은 산을 가게 되더라도 차가 갈 수 있는 곳까지만 따라가고 다른 사람들이 등산하는 동안 입구에서 막걸리나 홀짝거리는게 다였기 때문이다. 왜? '다시 내려올 길을 올라가느냐'는 나름의 확고한 지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산을 싫어하는 반면 낚시는 무척이나 즐긴다. 자다가도 '낚시'의 '낚'자만 나오면 벌떡 일어나 쫒아가니 말이다. 다시말해 기자 개인적인 성격이 산은 싫어하지만 물은 무척이나 좋아하는 편이다. 자고로 '지자는 요수요 인자는 요산이라(智者樂水仁者樂山)'하였으니 지자를 택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철학을 다시 한번 몸으로 새길 일이 있었다. 바로 지난 주말(25, 26일) 이틀 간의 경험 때문이다. 11시간 남짓 걸린 한라산 백록담을 등산하는 과정에서 온몸으로 생생하게 체험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봄이 한창인 4월 말에 얼어죽을 수도 있다는 믿기 어려운 사실도 함께다.

 

이번 한라산 산행을 통해 몸으로 느끼고 무릎팍으로 느꼈나니 앞으로도 기자는 '인자(仁者)' 보다는 '지자(智者)'의 길을 택하겠다는 결심이 바뀔것 같지 않다. 어쨓든 기자 개인적인 이 같은 철학을 새삼 공고하게 만든 지난 주말 이틀동안의 그 사연을 설명해 보련다.

 

 

사법정화를 위한 법의날 기념... '한라에서 백두까지' 행사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송사에 휘말리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 자신의 진실과 부합하는 결과가 나온다면 억울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을텐데 우리네 현실이 그렇지는 못한것 같다. 바로 경찰과 검찰 그리고 법원을 들락거리면서 이들 사법기관으로부터 자신이 피해를 입었다고 불만을 표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사법피해자(이하 사피자)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정당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사법부가 전관예우 등으로 인해 힘없는 자신들이 피해를 입고 있고 또한 입었다고 사법부 자체에 대해 강한 불신을 가지고 있다. 이 같은 공통의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뭉쳐서 시민단체를 만들어 조직적으로 활동을 벌리고 있다.

 

이 같은 시민단체들 중 <다음>에 카페를 개설하고 활동하는 시민단체가 있다. '일류국가추진운동본부(본부장 어우경)'다. 이 단체에서 지난 25일 법의날을 기념해 사법정화를 기원하는 행사를 가졌다.

 

바로 한라산에서 시작해서 백두산까지 사법정화의 염원을 담은 깃발을 꼽겠다는 계획으로 그 첫 실천에 옮겼기 때문이다. 그 시작으로 지난 24일(금) 오후 인천항을 출발해 3박4일 일정의 사법정화를 위한 국토대장정 행사의 시작으로 한라산 등정을 시작했다.

 

'일류국가추진운동본부' 회원 10명이 참가한 이번 행사에 기자도 동행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산행이라서 마다할려고 했지만 한라산 등산은 난코스가 아니라는 설명이 있었기에 오랜만에 제주도에 가보겠다는 설래는 마음이 앞서 그만 줏어담지 못할 동행취재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삼다도'라는 별명의 제주도...'해안에 서있다 보니 날라갈듯'

 

첫날 행사는 제법 바빴다. 제주도청을 비롯해 <다음> 본사, 제주법원 등을 방문하기로 했기 때문. 이들 방문지에서는 이들 회원들 각자의 사연을 적은 펼침막을 펼쳐놓고 사진을 찍기로 했기 때문이다. 또한 <다음> 본사 방문은 자신들 카페의 일부 글을 다음측이 무단으로 블라인드 처리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를 시정을 촉구하기 위한 항의 방문이었다.

 

제주도청과 제주법원 앞에서 이 단체의 이번 행사 내용을 적은 펼침막 등을 펼쳐 놓고 기념사진을 각각 찍었다. 제주도청에서는 희한한 광경에 도청 직원들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지켜보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신제주에 있는 <다음> 본사 항의방문에 책임자로 나온 <다음>관계자는 '앞으로 카페글 블라인드 처리에는 신중을 기하겠다'는 대화가 오가기도 했다. <다음> 입장에서는 휴일날인 토요일 생뚱맞은 10여명의 항의 방문객들 탓에 무척이나 당황해하는 듯했다. 

 

 

사법정화를 위한 국토대장정 이틀째인 이날 공식일정을 마친후 남는 짜투리 시간은 제주도 관광지 방문이었다. 시간을 헤아려 보니 한군데 정도 들를 수 있을듯해 선정한 곳이 '성산일출봉'이었다.

 

이날 바람은 제주도가 왜 삼다도라 불리는지 증명했다. '성산일출봉'을 오르는데 무척이나 거센바람이 얼굴을 때렸기 때문. 기상청 날씨 조회에서 이날 동부 제주해안에는 초속 16~18m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소식을 전했었다.

 

일류국가추진운동본부 회원들은 성산일출봉에 올라서도 망설임 없이 자신들이 들고온 각종 현수막을 펼쳐 들었다. 성산일출봉에 올라온 관광객들은 무슨 내용을 적었는지 유심히 지켜 보고는 놀라는 기색이 확연했다. 이들 회원들이 들고온 현수막에는 자신의 사건과 관련된 판검사들의 실명과 사진이 적나라하게 적혀 있었기 때문.

 

 

한라산은 높고도 멀어라... 봄이 결코 아니도다

 

둘째날 행사는 이번 장정의 주행사인 한라산 등정후 백록담에서 자신들 사건을 적은 현수막을 들고 사법정화를 기원 행사였다. 일찌감치 라면으로 아침을 때운 회원들은 현수막 등을 펼쳐들고 펜션을 나와 성판악으로 향했다.

 

성판악에서 등정을 시작한 시간은 오전 8시 30분경. 코스의 길이는 9,8km였다. 예상소요 시간은 올라가는데 5시간 남짓 내려오는데는 4시간 남짓 소요된다는 설명이 입구에 적혀 있었다. 다른 등산객들은 전문복장을 갖추고 있는데 반해 이들 회원들의 복장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행정법원에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자신이 치뤘던 시험지 답안을 공개하라며 소송을 제기해 다투고 있는 최종주(61) 좋은사법세상 부회장의 바지는 빨간색 추리닝이었으니 말이다.

 

한라산 등산길은 비교적 평탄했다. 남녀노소 올라가기에도 크게 부담되는 코스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길이 왕복 50리길이 되다보니 그리 만만한 등산길은 아니었다. 등산을 시작한후 3킬로 정도 올라가자 생소한 광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바로 나무서리가 연출하는 장관이었다. 얼음꽃이 나무마다 맺혔있다가 바람에 후두둑 소리를 내며 등산로에 떨어져 내렸다. 한라산 중턱 이상은 백색 세상이었다. 마치 한겨울 눈꽃세상을 연출하고 있었다.

 

정상에 올랐다가 마주치는 하산객들의 입에서 '산 정상은 체감온도가 영하 30도'라고 말했지만 선뜻 믿기는 어려웠었다. 하지만 길이 계속될 수록 기온이 장난이 아니었다. 급기야는 겉옷을 하나 더 꺼내 입었지만 추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조금 쉬면서 다리의 근육을 풀라치면 싸늘한 기온이 곧 바로 엄습해 왔다. 힘들더라도 계속해서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해발 1400 미터를 넘어서자 온통 백색 천지다. 희뿌연 안개속에 나무서리를 덮어 쓰고 있는 나무들은 장관을 연출한다. 등산을 시작한지 3시간 30여분만에 성판악 코스 입구 7.2km에 위치한 진달래 대피소에 당도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컵라면과 커피등으로 몸을 데운후 나머지 2.6km에 도전했다. 이곳부터는 그야말로 집어 삼킬듯한 거친 바람소리만이 귀에 가득할 뿐이다. 한시간 삼십분여를 어찌어찌해서 올라가니 드디어 백록담이란다. 하지만 백록담은 안개에 휩쌓여 있어서 한치 앞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다.

 

올라갔으니 당초 계획대로 삼십여분여 동안 현수막등을 펼쳐놓고 사진을 찍었다. 현수막이 바람에 날라가는 듯 하다. 현수막에 부딪히는 바람소리가 천둥소리 같다. 에베레스트 등정후 태극기를 꽂고 기념촬영하는 등산가들의 모습이 바로 이런 순간이 아닐까 한다.  

 

 

행사를 마치고 내려가는길. 첫발을 내딛자 마자 왼쪽무릎이 송곳으로 찌르는 듯 하다. '억'하는 신음소리가 절로 터져나온다. 한번도 이날처럼 무리하게 써먹지 않던 무릎팍이 제 스스로 나자빠진것이다. 내려가는길 9.8km가 무척이나 길게 느껴진다. 누군가 버려두고간 나무막대기에 의지해 절뚝절뚝 거리며 한걸음씩 어렵게 내려올 수 밖에.

 

내 생애 앞으로는 다시는 이런 높은 산에 올라갈일 없을테니 이번 한번만이라도 완주한답시고 고집을 부렸다. 진달래대피소 에서 입구까지 짐을 싣고 내리는 화물운반용 삭도에 몸을 맡기라는 권유를 완강히 거부했던것. 물론 일행중 네사람은 이 삭도에 몸을 맡겼다. 여섯시간 남짓 걸려 성판악까지 절뚝거리며 내려오니 시간은 오후 여섯시 반이다.

 

'추워서 얼어 죽을뻔 하고', '바람에 날라가 죽을뻔하고', '배는 고파 굶어 죽을뻔한' 11시간 산행이었다. 행사는 성공적이었지만 지자(智者)인 기자로서는 톡톡한 댓가를 치뤄야만 했다. 오늘까지 이틀째 무릎팍이 아파서 물리치료를 받아야만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절규하는 심정으로 산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묻고 싶은거다. 왜? 산을 올라가시는 겝니까. 낚시가 얼마나 좋은건데요. 산을 좋아하는 이들이여! 몸도 안피곤하고 마음도 넉넉해지는 물을 좋아 하실 생각은 없는건가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한라산, #제주도, #일류국가추진운동본부, #어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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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는 굴러가는게 아니라 뛰어서 갈 수도 있습니다. 물론 화물칸도 없을 수 있습니다. <신문고 뉴스> 편집장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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