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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그동안 학교 다닌다고 미루었던 감잎차를 만들기 위해 산에 갔습니다. 금요일부터 비가 내리고 폭풍에 가까운 바람이 지나간 뒤라서 그런지, 봄 하늘답지 않게 쪽빛으로 물든 하늘이 높고 푸르렀습니다.

감이파리를 따기에 좋은 날씨라서 출발부터 싱글벙글 신이 났습니다. 해마다 감잎차를 만들었지만 올해는 더 가슴이 설레는 까닭을 아마 아내도 모를 것입니다. 내가 만든 차를 올해는 누구한테 선물을 할까 미리 목록을 만들며 혼자 신이 났거든요. 세상 살아 보겠다고 고개 내미는 어린 감잎을 따는 마음이 편하기야 하겠습니까만, 사람한테 즐거움 주는 것도 자연의 몫이려니 생각하고 한 잎 두 잎 감이파리를 땄습니다.

"퇴임할 나이에 학생이 웬말이요"

 산에 가면 열매 따기를 포기하고 방치된 감나무가 의외로 많습니다.
 산에 가면 열매 따기를 포기하고 방치된 감나무가 의외로 많습니다.
ⓒ 공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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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다닌다는 것을 뒤늦게 안 지인이 '공교수, 퇴임할 나이에 학생이 웬말이요?'하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공교수'라는 호칭에 익살을 실어 보낸  문자에서 그 분의 재미있어 하는 표정을 읽으니 덩달아 입가에 웃음이 맴돕니다. 농사꾼에게 따로 은퇴라는 게 없으니 다행이지만, 노후에 대한 보장을 따로 해 둔 게 없으니 한편으로는 막막하기도 합니다.

이런 실정에 학교까지 다니니 어쩌면 익살스럽게 보이기도 했겠지요. 교수라는 호칭을 뜻밖에 듣고 생각하니, 지금 저를 가르치는 교수님 가운데 한 분을 빼고는 모두 저보다 나이가 적습니다. 나이 많은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님 마음은 어떨까 생각하며 제가 만든 감잎차를 선물할 명단에 교수님들 얼굴을 그려 넣습니다.

앞으로 한 달이 지나면 매실을 딸 시기입니다. 최대한 결석을 하지 않을 생각이지만 매실 따는 시기에는 어쩔 수 없이 결석을 해야 할 형편이니, 미안한 마음이 앞섭니다. 돈을 주고 일꾼을 얻으려 해도 사람이 없는 형편이니 다른 방도가 없어 결석을 하니 이해해 주시라는 편지도 한 장 써서 정성껏 만든 감잎차와 함께 교수님께 드릴 요량입니다. 친구같은 학생이 건네는 작은 선물에 '우정'이 전해 졌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감잎차 만드는 법을 간단히 올립니다

이번 주말은 황금연휴입니다. 가족과 함께 가까운 산이나 들에 나가서 쑥이나 감잎을 따서 차로 만들어 마시면 좋을 듯합니다. 요즘이 야생 감잎과 쑥을 차로 만들기에 아주 좋은 시기거든요. 그리고 넉넉히 만들어서 아는 분들에게 선물을 하면 아주 좋겠지요.

감잎 따기

 한 잎 두 잎 따서 모은 감잎입니다.
 한 잎 두 잎 따서 모은 감잎입니다.
ⓒ 공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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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말에서 5월 중순이 감잎을 따기에 가장 좋습니다. 너무 어리면 맛은 순한데 비타민 함량이 적고 너무 크면 떫은 맛이 강해 맛이 떨어집니다. 요즘은 맛도 좋고 비타민 함량도 높아 최적기라 할 수 있습니다. 가까운 야산에 가면 관리를 하지 않는 감나무가 더러 있습니다. 주인에게 미리 말씀을 드리고 가지를 솎아서 따면 한 나무에서도 많이 딸 수 있습니다. 특별히 주위에 농약을 칠 만한 과실나무나 농장이 있는지 잘 살펴 보아야 합니다.

덖기

 큰 무쇠솥에 넣고 5분 정도 덖습니다.
 큰 무쇠솥에 넣고 5분 정도 덖습니다.
ⓒ 공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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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 온 감잎을 두꺼운 무쇠솥에 넣고 물을 붓지 않고 250도 가량 온도를 높여서 5분 가량 덖습니다. 차를 만들 때는 볶는다 하지 않고 덖는다 하는데 이는 곡식과 같이 낟알을 마른 솥에 넣어 익히는 것은 볶는 것이고, 차잎처럼 식물을 마른 솥에 넣고 익히는 것은 덖는다 합니다. 이 때 장갑을 다섯 켤레쯤 끼고 합니다. 무쇠솥이 없을 경우에는 큰 냄비에 넣고 쪄도 됩니다. 냄비나 솥에 물을 붓고 걸침망을 놓은 다음 그 위에 감잎을 얹고 김이 난 뒤 5분에서 10분 정도 찌면 됩니다.

 막 덖어낸 감잎입니다.
 막 덖어낸 감잎입니다.
ⓒ 공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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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기

 덖은 감잎을 멍석에 광목을 깔고 비빕니다. 잎을 마는 과정이지요
 덖은 감잎을 멍석에 광목을 깔고 비빕니다. 잎을 마는 과정이지요
ⓒ 공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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덖은 차잎을 약간 식혀서 멍석에다 대고 비빕니다. 마치 빨래를 하듯이 앞뒤로 왔다갔다 하면 잎이 말리면서 세포막이 으깨지지요. 그러면 차를 우려 낼 때 색이 고와지고 깊은 맛이 납니다. 차를 만드는 용어로는 유념이라고 하는데, 비비기를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맛이 차이가 많습니다. 요즘은 주로 기계를 써서 비비기를 합니다. 만약 가정에서 멍석이 없을 경우는 손 빨래판을 구해서 면이나 광목을 깔고 그 위에서 비비면 됩니다.

 말리기

 잘 비빈 감잎을 펴서 말립니다.
 잘 비빈 감잎을 펴서 말립니다.
ⓒ 공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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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기가 끝난 차잎을 그늘에다 펴서 말립니다. 빨리 말리려면 온돌방에 군불을 때고 그 위에다 펴서 널고 선풍기 바람을 쐬면 하룻밤 정도면 다 마릅니다. 물론 전기장판이나 보일러 방에도 괜찮구요. 꼭 선풍기를 틀어 주어야 빨리 마릅니다. 짧은 시간에 말리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끝덖음

잘 마른 차잎을 다시 무쇠솥에 넣고 끝덖음을 합니다. 이 때는 120도 쯤 되는 온도로 한 시간쯤 하는데, 건조 과정에서 미쳐 빠지지 않은 수분을 제거합니다. 끝덖음을 마치면 비로소 차 모양을 갖춥니다. 가정에서는 솥이나 팬에 약한 불로 한시간 쯤 나무 주걱으로 뒤집어 주면 됩니다. 이 때 차잎은 수분이 빠지면서 쉽게 부스러지니 조심해야 합니다.

포장

 직접 만든 감잎차를 나누면서 茶談도 나누신다면 참 좋겠지요?
 직접 만든 감잎차를 나누면서 茶談도 나누신다면 참 좋겠지요?
ⓒ 공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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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분이 거의 빠진 차잎을 좀 굵은 체에 치면 가루나 찌꺼기가 빠집니다. 모양이 곱게 마무리 된 것을 한지에 싸서 유리병에 넣어 공기가 통하지 않게 보관하시면 되구요. 선물을 하실 경우에는 은박지에 넣어서 다리미로 입구를 봉하면 됩니다. 그리고 겉포장지를 예쁘게 만들어서 글과 그림을 곁들여 선물하신다면 받는 분들은 자연이 만든 차와 함께 정성도 받겠지요. 요즘은 은박지와 겉포장재를 소량으로 파는 사이트가 많으니 거기서 사면 됩니다.

모처럼 맞는 황금연휴,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고, 함께 만든 차를 가족끼리 마시면 두고두고 오붓한 정이 솟겠지요. 또한 내가 만든 차를 좋은 분께 선물하는 마음은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를 즐겁게 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5월1일부터 5일까지 하동군에서는 제 14회 야생차 문화 축제를 엽니다. 이 기간에 차 만들기 체험도 할 수있으니 오셔서 여러가지 차도 함께 만들고, 다양한 차 음식도 맛보시기 바랍니다. 또 직접 만든 차를 선물도 하시면 좋을 것입니다.

차 만들기 체험 행사는 하동군청 홈페이지 http://www.hadong.go.kr/ 나 화개면 사무소 (055-880-6056번)로 문의하시면 됩니다.



#감잎차#야생차 문화축제#차만들기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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