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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맞고 흐드러진 핑그색 영산홍
 봄비 맞고 흐드러진 핑그색 영산홍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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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내린 봄비를 맞은 꽃들이 더욱 화사한 모습으로 흐드러졌습니다. 경기도 남양주시 산자락에 사는 친지의 집을 방문한 날도 비가 내렸습니다. 친지는 벌써 20여 년 전에 고향인 이곳에 삶의 뿌리를 내린 사람입니다.

서울에서 10여 년을 살긴 했지만 결국 고향땅으로 돌아가 부모님이 농사짓던 땅을 물려받아 밭농사를 지으며 전원생활에 안착했지요. 다행이 부모님이 물려주신 땅이 제법 넓어 집 주변에 각종 꽃나무를 많이 심어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어 놓았더군요.

친지의 집 정원에 가꿔놓은 꽃잔디
 친지의 집 정원에 가꿔놓은 꽃잔디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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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사과꽃이 봄비를 맞아 함초롬하게 젖어 있습니다.
 꽃사과꽃이 봄비를 맞아 함초롬하게 젖어 있습니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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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봄비가 내리는 날, 친지의 집 정원에는 요즘 한창 피어난 봄꽃들이 함초롬하게 젖어 더욱 고운 모습이었습니다. 꽃길 양쪽에 심어 놓은 꽃잔디와 장독대 앞의 꽃잔디가 주변에서 피어난 다른 꽃들과 어우러진 풍경도 무척 아름다웠지요.

하얀 꽃이 만발한 꽃사과 나무는 마치 하얀 구름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가지마다 촘촘하게 피어난 꽃송이에 작은 빗방울이 맺혀있는 모습은 청초하기도 했지요. 그러나 화려한 모습으로는 아무래도 영산홍이 최고였습니다. 새빨간 색으로 피어난 꽃들과 함께 진분홍색으로 피어난 꽃들이 요염하고 화려한 자태를 마음껏 뽐내고 있었습니다.

붉은 영산홍
 붉은 영산홍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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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처럼 하얀 꽃을 피운 꽃사과 나무
 구름처럼 하얀 꽃을 피운 꽃사과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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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 가운데 있는 아담한 집을 둘러싸고 있는 꽃밭은 농사짓는 면적을 줄인 대신 꽃밭을 늘려 작은 집이 꽃 속에 완전히 파묻혀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낮은 축대 밑에 심어 놓은 몇 그루의 할미꽃들도 꽃동산에 합류하고 있었지요.

비가 갠 다음날 아내와 함께 마을 뒷동산에 올라갔습니다. 전날 내린 비로 말끔하게 씻긴 꽃들이 더욱 화사한 모습이었습니다. 언덕을 오르는 계단길 양쪽으로 피어난 영산홍과 정자에 오르는 계단 옆에도 역시 연분홍 영산홍이 화려했습니다.

뒷동산 영산홍 꽃길
 뒷동산 영산홍 꽃길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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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 속의 장독대
 꽃밭 속의 장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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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서 사진 한 장 찍어줘요"

정자에 오르려고 계단을 밟고 선 아내가 갑자기 영산홍 꽃무리 옆에 쪼그리고 앉았습니다. 곱게 피어난 영산홍 꽃무리가 초로의 여심까지 흔들어 놓고 있었나 봅니다.

"꽃이 너무 예뻐서 당신의 미모가 빛을 잃을 것 같은데"

화려한 꽃무리에 섞여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초로의 아내 마음에 슬쩍 재를 뿌려 본 것입니다.

"꽃이 아무리 예뻐도 단 며칠뿐이에요. 당신에겐 조금 못생겼어도 내가 최고지 호호호"

영산홍과 꽃잔디길
 영산홍과 꽃잔디길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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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홍이 꽃이 너무 고와 아내도 꽃이 되고 싶었나 봅니다
 영산홍이 꽃이 너무 고와 아내도 꽃이 되고 싶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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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아내는 함께 살아온 연륜이 있어 어지간히 약 올리는 농담정도는 거침없이 받아 넘깁니다. 수십 년을 더불어 살아온 아내인지라 제 마음을 꿰뚫어 보고 있어서일 것입니다. 아니 어쩌면 아름다운 꽃밭에 들면 누구나 꽃처럼 고운 마음이 되어서일지도 모릅니다.

할미곷도 곱게 피어났습니다
 할미곷도 곱게 피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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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봄비, #봄꽃, #이승철, #흐드러지다, #영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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