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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19일 대통령 선거와 동시에 실시된 울산, 충북, 경남, 제주 교육감 직선에서 모두 기호 2번의 후보들이 당선되었다.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기호도 2번이었다. 교육감 선거가 끝나자 당시 언론들은 '교육감 선거에도 정당 공천이 있는 것으로 오인한 유권자들이 대통령 후보와 같은 기호의 인물에 투표를 한 때문'으로 기호 2번 교육감 후보들의 줄줄이 당선 결과를 분석하였다.

 

울산에서는 36.2%를 득표한 기호 2번 후보가 25.7%를 득표한 기호 1번 후보를 꺾었다. 한나라당 소속 울산광역시장 아래에서 방금 정무부시장을 역임한 기호 1번 후보는 텔레비전 토론에서 "대통합민주신당(기호 1번)과 관련이 없으며 오히려 한나라당 인사들과 친분이 많다"고 줄곧 변명(?)을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경남에서도 현직 교육감인 기호 1번 후보가 신문광고 등을 통해 "교육감 선거는 정당 공천과 관계가 없다"면서 애타게(?) 유권자들에게 호소하였으나 48.6% 득표에 그쳐 51.4%를 얻은 기호 2번 후보에게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충북과 제주에서는 현직 교육감이 기호 2번을 받아 낙승을 하였다.

 

경북교육감 보선도 후보기호와 정당은 무관

 

4월 29일 경북에서 교육감 보궐선거가 실시된다. 후보는 3명이다. 김철, 유진선, 이영우 세 후보는 기호 프리미엄을 어떻게 의식하고 있을까. 기호 3번 이영우 후보는 신문광고까지 하면서 자신의 기호인 '3' 바로 옆에 "교육감 선거는 정당에서 공천하지 않습니다. 기호는 성명의 '가나다' 순으로 결정된 것입니다"하고 밝혀두었다. 기호를 보는 순간 저절로 기호와 정당의 무관함을 알 수 있도록 하려는 세심한 배치였고, 특히 "기호는 성명의 '가나다' 순으로 결정된 것입니다"라는 부분은 고딕체로 검게 처리하여 시각적으로 두드러지게 하였다.

 

 

그런가 하면 기호 2번 유진선 후보는 거리에 붙은 포스터의 기호와 이름 사이에 "교육감 선거는 정당에서 공천하지 않습니다. 기호는 가나다 순입니다"하고 커다랗게 써넣어 유권자들의 눈에 확 띄도록 하였다. 특히 '가나다'는 붉은색으로 표시가 두드러지게 하였다.

 

 

물론 선거 실무를 관장하는 경상북도 선거관리위원회가 이 문제를 그냥 방치만 하고 있을 리는 없는 일이다. 경북 선관위는 경주 시내 한복판 등에 "주민 직선 교육감 선거 후보자의 기호는 정당과 관계없이 성명의 가나다순"이라는 대형 입간판을 세워 유권자들의 착오에 따른 기표 행위를 예방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 일간 신문도 "기호는 정당과 무관하다"는 제목을 붙인 기사를 크게 게재하였다.

 

 

유권자들의 투표 행위가 그러한 만큼, 세 후보는 모두 한나라당의 상징색인 푸른색 일변도의 대형 현수막을 선거 사무실 벽에 커다랗게 내걸었다. 거리 현수막도 마찬가지로 세 후보 모두 푸른색으로 만들어 경북 유권자들의 한나라당 지지 심리를 이용하고자 하였다. 포스터들도 하나같이 푸른색 일색이다. 이러한 현상들은 결국 정당과 무관한 교육계 선거에서도 유권자들이 지역감정에 기반한 '묻지마 투표'를 반복하기 때문에 일어난 결과이다.

 

포스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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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만진

 

따라서 선관위와 언론은 유권자들이 정책을 보고 교육계 지도자를 뽑을 수 있도록 계도하는 노력을 더 한층 기울여야 한다. 투표 용지에 '교육감 후보의 기호는 정당과 관계가 없습니다'라는 문구를 인쇄해 넣고, 투표소와 기표소 앞에도 그러한 내용을 담은 소형 현수막을 거는 등도 생각해볼 만하다. 

 

교육계 선거와 일반정치 선거를 혼동하는 유권자들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한나라당 이주영 국회의원은 교육감 선거 입후보자들의 기호를 '가나다'로 하되, 그것도 성명의 가나다 순이 아닌 추첨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는데, 그것도 합리적인 방안일 것이다.

 

정치권의 교육감 임명 기도는 어불성설

 

그런가 하면, 일부 국회의원들은 교육감 선거가 ①과다한 선거경비 지출 ②지방선거로 인한 교육감 선거결과 왜곡 ③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 훼손 ④정당 관여를 금지하는 선거법상 집행의 문제 등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면서 시·도지사가 시·도의회의 동의를 얻어 교육감을 임명하도록 하자는 법률 개정안을 제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특정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지역감정에 기반한 '묻지마 투표'에 힘입어 시장, 도지사, 국회의원의 지위에 오르는 정치인들이 교육감을 임명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국민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할 일이다. 기초의원과 기초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을 없애라는 국민의 요구가 열화와 같이 번져가는 상황에서 민심과 반대로 가는 교육감 임명제를 추진하겠다고 하니, 정치인들의 탐욕은 과연 어디까지인가.

 

이른바 '가방모찌'와 공천헌금을 시·도의원과 구·군 의원 공천의 기준으로 삼는 몰지각한 국회의원들 때문에 기초자치단체 선거에서 정당 공천을 없애라는 여론이 비등함을 일부 국회의원들은 진정 모른단 말인가.

 

교육감과 교육위원들도 줄을 세워 거액의 공천헌금을 받고, 차기 선거의 운동원으로 부려먹고, 평상시에는 '가방모찌'를 시키겠다는 속셈인가.

 

과다한 선거비용 문제 거론도 그렇다. 보궐 선거인 탓에 선거비용이 많이 든 것이지 교육감 선거 자체가 과다한 경비를 유발한 것이 아님을 번연히 알면서도 그런 주장을 펼치는 것은 국민들을 속이려는 행위다.

 

내년부터 지방선거와 교육감 선거가 동시에 실시되는데 그 때에 무슨 과다 비용이 든다는 것인가.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권은 교육감이든 국회의원이든 부정부패 등으로 보궐선거를 유발한 자가 있으면 그에게 책임을 묻는다거나, 잔여 임기가 짧으면 보궐선거를 실시하지 않도록 하는 등의 보완장치를 하는 것이 입법기관인 국회 본연의 임무임을 명심하기 바라며,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온통 잿밥에만 마음이 가 있는' 낡은 정치를 이제는 그만둘 것을 권고한다.


태그:#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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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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