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스캔들 엄정화

▲ 인사동 스캔들 엄정화 ⓒ ㈜쌈지 아이비젼영상사업단

오늘은 가수 엄정화가 아닌 여배우 엄정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분명 서두에 가수 엄정화를 이야기하지 않겠다 했지만, 이 글의 시작은 짧게라도 가수 엄정화에 대해 언급해야 될 것 같습니다. 특히 저와 같이 90년대 군 생활했던 분들이라면 여배우 엄정화보다 섹시 가수 엄정화가 더 기억에 선명히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90년대 가수로서 엄정화는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습니다. 군대에서 그녀의 인기는 지금 원더걸스나 소녀시대, 손담비에 뒤지지 않았습니다. 선임병이 후임병 휴가 나갈 때 연예인 브로마이드 부탁하면 대부분이 엄정화였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녀는 90년대 가수로서 정말 대단했습니다. 

 

1990년대는 분명 가수 엄정화의 전성시대였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는 연기자로서 엄정화에 주목할 시기입니다. 개인적으로 섹시 가수 이미지 때문에 연기자로서 그녀의 역량이 평가절하 받고 있는 여배우가 아닐까 생각을 해봅니다. 특히 그녀는 흥행에 성공과 관객들에게 연기자로서 좋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유달리 영화제에서 상복이 없었습니다.

 

엄정화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기억에 남는 수상은 2003년 제39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최우수 연기상 수상과 KBS 연기대상 우수 연기상,  2005년 제7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여우주연상 수상뿐입니다. 분명 앞으로 그녀가 나온 영화들과 TV드라마를 살펴본다면 조금 아쉬운 수상기록임에 틀림없습니다.

 

여배우 엄정화에 대해 평가하자면 팔색조 같은 배우라고 단정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로 그녀가 보여준 다양한 캐릭터와 연기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00년대 그녀가 주연 혹은 조연으로 나왔던 영화들을 떠올려보면 상당히 다양한 장르에 출연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 장르 안에서 그녀의 연기가 머문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장르 안에서 변주를 보여 주었습니다. 특히 TV드라마까지 포함시키면 그녀의 연기 색깔은 종잡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칼잡이 오수정 엄정화

▲ 칼잡이 오수정 엄정화 ⓒ SBS

2000년대 그녀가 출연했던 영화들을 장르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멜로드라마로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2001년), <싱글즈>(2003년),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2007년), 로맨틱코미디로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2004년),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2005년), <Mr. 로빈 꼬시기>(2006년)가 떠오릅니다.

 

이뿐만 아니라 음악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2006년), 불륜멜로극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2007년), 여기에다 범죄스릴러인 <오로라 공주>(2005년), 개봉을 앞두고 있는 <인사동 스캔들>(2009년)까지 더하면 그녀가 얼마나 폭 넓은 영화장르 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였는지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영화뿐만 아니라 2000년대에 출연했던 드라마 <아내>(2003년), <12월의 열대야>(2004년), <칼잡이 오수정>(2007년)까지 그녀가 출연했던 드라마들 역시 대부분 호평 받았습니다. 최근 막장드라마 여파가 많이 있지만 그녀의 드라마 선택 안목은 정말 탁월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00년대 그녀가 주연으로 출연했던 드라마들은 시청률뿐만 아니라 작품성에 있어서도 호평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엄정화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2000년대 그녀가 얼마나 연기자로서 활발히 활동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게 해줍니다. 톱스타 위치에 있는 여자 연기자 중에 그녀만큼 많은 작품에 출연한 여배우를 찾기 힘들 정도입니다. 오늘은 그녀가 2000년대 출연했던 영화중에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BEST5 작품을 연대순으로 간략하게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연기자로서 엄정화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는 팬들이라면 꼭 빼놓지 않고 봤을 작품 혹은 꼭 챙겨봐야 될 작품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가수 엄정화에서 연기자 엄정화로 변신하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엄정화

▲ 결혼은 미친 짓이다 엄정화 ⓒ 싸이더스

1990년대 섹시 가수로 한 시대를 평정했던 그녀이지만 가수로서 위기는 2000년대 들어 완연해졌습니다. 이제 더 이상 섹시 가수 이미지가 대중들에게 통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이런 시기에 그녀가 영화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조금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본 것이 사실입니다.

 

그녀는 1990년대에도 영화와 TV드라마에 출연한 적은 있었지만 가수로 성공한 이후 그녀의 연기를 제대로 평가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전혀 연기에 대해서 어떠한 평가를 내릴 수 없던 시기에 단지 자신의 위기를 돌파할 전환점으로 영화를 선택한 것은 아닌지 색안경을 끼고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그녀가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컴백한다는 점에서 이런 선입견은 더 강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영화 보기도 전에 이런 선입견을 준 작품은 바로 감우성, 엄정화가 주연을 맡고 유하 감독이 연출한 <결혼은 미친 짓이다>입니다.

 

하지만 극장에서 이 영화를 확인한 순간 연기자 엄정화에 대한 모든 편견을 사라졌습니다. 그녀가 열연을 펼친 연희 역은 그녀를 위해 존재하는 캐릭터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모든 것이 그녀의 이미지와 맞아 떨어졌습니다. 만약 그녀가 연희 역을 맡지 않았더라면 영화에서 이야기하고자 했던 결혼제도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마음으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그만큼 이 영화에서 엄정화가 여배우로서 보여준 파격적인 연기는 오랫동안 저의 기억 속에 남았습니다.

 

이 작품은 이후 그녀가 2000년대 출연했던 영화와 TV드라마에서 더 이상 연기 논란에 휩쓸리지 않게 종지부를 찍어준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연속 흥행 성공 <싱글즈>

싱글즈 엄정화

▲ 싱글즈 엄정화 ⓒ 싸이더스

영화 <싱글즈>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성공이 우연이 아님을 증명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 2000년대 엄정화가 여배우로 확실히 자리를 잡게 해준 작품이란 평가도 가능합니다. <싱글즈>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그녀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두 편이 연달아 관객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전작과 비슷하게 젊은 연인들의 솔직 담백한 연애관을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전작보다 조금 가벼워진 엄정화의 연기는 원작 토시오 가마타의 베스트셀러 소설 '29세의 크리스마스'에서 표현하고자 했던 20대 후반 직장여성의 불안함과 연애에 대한 솔직한 감정을 충실하게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그녀의 이런 매력은 <싱글즈>가 여성 영화팬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게 만든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녀뿐만 아니라 함께 주연을 맡은 장진영과 이범수, 김주혁 등도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 20대 후반 여성 영화팬들에게 강력히 추천하는 작품입니다.

복수를 위해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냉혹한 그녀 <오로라 공주>

오로라 공주 엄정화

▲ 오로라 공주 엄정화 ⓒ 이스트필름

<오로라 공주>는 엄정화가 여배우로서 연기 폭이 얼마나 넓은지 보여준 영화입니다. 그녀는 이 작품에서 자신의 딸을 숨지게 한 주변 인물들과 정신병원으로 도피한 살인자를 끝까지 추적해 죽이는 냉혹한 살인마를 연기했습니다.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복수의 화신 정순정과 한 아이의 엄마로서 사랑하는 딸을 잃어버린 모정을 잘 표현해내었습니다. 그녀가 보여준 뛰어난 표정연기는 이 영화에서 압권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의 엄정화 이미지를 떠올려보면 <오로라 공주>에서 그녀의 모습은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았습니다. 가볍고 톡톡 튀기만 하는 그녀가 어떻게 냉혹한 복수에 물든 살인마를 연기한다 말인가? 하는 반문이 있었던 것 역시 사실입니다. 혹자는 미스 캐스팅이란 이야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이런 평가를 비웃기라도 하듯 뛰어난 표정 연기와 발군의 연기력을 통해 극중 인물 정순정을 완벽하게 표현해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엄정화 출연 작품 중에 최고를 뽑으라면 주저 없이 선택하는 영화입니다. <오로라 공주>는 엄정화가 멜로, 코믹, 드라마, 로맨틱, 스릴러, 호러, 공포 모든 장르 안에서 통용될 수 있는 여배우임을 확인시켜준 작품입니다. 만약 그녀에게 이 영화가 없었다면 작품 선택의 폭이 엄청 좁아졌을지도 모릅니다.

그녀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이미지는 발랄하면서도 톡톡 튀는 이미지 혹은 새침한 도시적 이미지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영화가 아닌 TV드라마 <아내>에서 순종적인 여성상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영화에서 그런 배역은 없었습니다.

<오로라 공주>와 완전히 상반된 이미지를 보여준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엄정화

▲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엄정화 ⓒ (주)수필름

비슷한 시기에 엄정화가 주연을 맡은 두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2005년 10월 말에 개봉한 <오로라 공주>와 10월 초에 개봉한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이 바로 그 영화들입니다. 두 작품에서 엄정화가 보여준 캐릭터들은 완전히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두 영화 모두 흥행까지 성공하며 그녀에게 기쁨이 배가된 한 해였습니다.

<오로라 공주>는 문성근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엄정화 단독 주연이나 다름없는 작품이었다면,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은 여러 스타들이 출연하는 옴니버스 영화입니다. 이 작품에 여러 주인공들이 나오지만 당연 눈에 띄는 인물은 형사 나두철 역을 맡은 황정민과 의사 허유정 역을 맡은 엄정화가 보여주는 알콩달콩한 로맨스입니다.


기존의 엄정화 이미지를 극대화 시킨 극중 인물 허유정은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로맨스 영화를 찾는 영화팬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그녀가 출연했던 영화중에 가장 발랄하면서 톡톡 튀는 캐릭터를 보여준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발랄한 매력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 수 있게 해준 작품이기도 합니다.

숨겨진 보석 같은 작품 <호로비츠를 위하여>

호로비츠를 위하여 엄정화

▲ 호로비츠를 위하여 엄정화 ⓒ (주)싸이더스FNH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작품 <호로비츠를 위하여>는 좀 특이한 영화입니다. 이 작품은 한국에서 보기 힘든 음악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천재 피아니스트 소년과 평범한 피아노 선생님의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재회를 드라마틱한 구조로 풀어내고 있는 작품입니다. 특히 이 작품에서 그녀는 신경질적인 피아노 선생님 역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습니다. 박용우가 그녀를 받쳐주고 있긴 하지만 실제 엄정화 단독 주연 작이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엄정화와 피아니스트 소년 역을 맡은 신의재군이기 때문입니다.


<호로비츠를 위하여>는 음악영화답게 전체적으로 다양한 피아노 연주곡이 나옵니다. 권형진 감독이 실제 피아노를 잘 치는 소년을 찾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것이 영화에 완벽한 생동감을 더하고 있으며, 피아노 선생 역을 맡은 엄정화 역시 연주 장면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역을 소화하고 있어 사실감을 높여주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음악이 주를 이루지만 피아노 선생님과 천재 피아니스트 소년이 교감을 이루어가는 과정 자체도 상당히 잘 구성되어 있는 영화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이 작품은 음악 영화답게 마지막 장면에 엄청난 피아노 연주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유럽 빈 국립음대를 최우수 졸업하고 현재 젊지만 유망한 피아니스트로 활약 중인 김정원씨가 피날레를 장식하는 멋진 연주를 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그녀가 출연했던 영화중 <오로라 공주>가 없었다면 이 작품을 베스트 오브 베스트 영화로 선택했을 것입니다.

꾸준히 활동하는 그녀가 아름답다

 

엄정화는 2000년대 들어 TV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가수로서 쉬지 않고 매년 계속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물론 그녀에 대해 여러 가지 평가와 이야기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그녀를 높이 평가하는 것은 바로 이런 꾸준함 때문입니다. 보통 한 영화나 드라마가 성공하고 나면 그 이미지로 몇 년을 버티는 연기자가 많음을 상기하면 그녀가 매년 영화나 드라마 혹은 가수로서 대중들과 쉬지 않고 만난다는 것은 스스로 열정이 없다면 쉽지 않은 선택임에 틀림없어 보입니다.

분명 이런 열정만큼은 그녀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높게 봐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평가할 때 그녀는 자신의 위치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자신에게 주어진 배역에 최선을 다했기에 매년 쉬지 않고 영화에 캐스팅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2000년대 그녀가 출연한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여준 연기력에 비해 평가절하 받고 있는 여배우가 아닌지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은 이때문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그녀가 어떤 모습으로 다시 영화에서 자신의 매력을 뽐낼지 새로운 작품이 기다려집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4.22 16:08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엄정화 인사동 스캔들 호로비츠를 위하여 오로라 공주 무비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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