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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20일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31)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석방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유영현 판사는 이날 허위사실을 유포하였다는 이유로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유 판사는 판결문에서 "박 씨가 문제가 된 글을 게시할 당시 그 내용이 허위라는 인식을 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언했다. "설사 허위 사실이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당시 상황과 외환 시장의 특수성에 비춰봤을 때 그가 공익을 해할 목적을 갖고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미네르바 석방을 통해 본 '표현의 자유'

 

미네르바 박 씨가 전격 소환 구속될 때만 해도 이렇게 인터넷 언로마저 문을 닫는구나, 내심 걱정을 했었다. 다행히도 박 씨의 석방 소식은 그래도 대한민국이 민주국가라는 자존심을 법원이 세워준 게 아닌가 하여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언론통제는 독제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박정희 정권 시절 정권에 반대하는 기운이 돌면 긴급조치 등을 발표하고 반대자를 감금하고 언론을 통제했었다. 이후 군부통치 시절도 언론통폐합 등의 조치를 거치면서 언론통제는 비슷하게 있어왔다.

 

그러나 군부독재가 끝나면서 한 동안 일부 언론과 정권이 껄끄러운 관계로 있을 때가 없지 않았어도, 언론을 통제하지는 않았다. 이명박 정부 들어 반대 언론과의 불편한 일들이 있었던 차에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까지 구속되자 그 충격은 사뭇 큰 것이었다.

 

그런데 그 '미네르바' 박 씨가 석방된 것이다. 해박한 경제 지식을 피력했던 '인터넷 언로 아이콘' 미네르바의 석방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박 씨가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 정문을 나서며 취재진 앞에서 "심려 끼쳐 죄송하다"고 말문을 연 뒤 한 말은 이렇다.

 

"개인의 권리를 지킨다는 게 얼마나 힘든 고난의 과정인지 생각해본 계기였습니다."

 

'개인의 권리'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여기서는 '표현의 자유'를 말함이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21조는 '표현의 자유'에 대하여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통신·방송의 시설기준과 신문의 기능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그러나 '미네르바' 박 씨의 구속은 이런 법적 자유를 무시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 언론관의 폐쇄성을 드러낸 대표적 사안이라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였었다. 그런데 '미네르바' 박 씨가 무죄 판결을 받고 석방되었으니 국민적 관심이 더욱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

 

2008년 7월 KBS를 '정부 산하기관'이라고 규정한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의 발언이 있었는가 하면, 결국 참여정부에서 임명한 정연주 KBS 사장이 해임되고 이병순 사장이 취임했다. 이후의 KBS의 변화는 말 안 해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YTN은 또 어떤가? 지난해 7월 이명박 대통령 언론특보 출신인 구본홍 사장이 선임되면서 YTN노조(위원장 노종면)는 강력히 반발하여 제작거부는 물론, '공정방송 사수 및 낙하산 사장 반대투쟁'을 벌여왔다. 노종면 노조위원장은 구속되었고(2일 풀려남), 투쟁 259일, 총파업 11일 째 되던 지난 1일 YTN노사는 9개항에 합의하면서 노조의 투쟁은 일단 끝났다.

 

 

'국경 없는 기자회'의 브로셀 기자는 "YTN의 문제가 언론 자유와 편집권 독립에 관계된 중대한 문제"라며 "노 위원장의 구속은 정치적 보복 행위"라고 규정했다. 아직도 '공정방송 사수'라는 면에서는 여전히 숙제를 안고 있다.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보도로 MBC는 큰 홍역을 치르고 있다. 'PD수첩' 사건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전현준)는 15일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와 관련해, 이 프로그램을 제작한 김보슬 PD를 체포해 조사했다.

 

김 PD는 'PD수첩' 광우병 편의 미국 현지 취재를 담당했었으며, 지난해 6월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에 의해 명예훼손으로 고소된 바 있다. 김 PD는 19일 결혼을 앞두고 있을 때 구속되었기에 동료들과 누리꾼들의 안타까움을 샀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MBC는 신경민 앵커를 교체했다. 지난 3월 6일 MBC 정기인사에서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과 신일고 동기인 전영배 보도국장이 부임하면서 '친정부 코드 맞추기'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클로징 맨트'를 통해 반정부적 소견을 밝혀오던 신 앵커의 교체는, 겉으로는 시청률 하락의 책임이지만 그리 단순하게 생각할 사람은 많지 않다. 결국 이 일로 노조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고 전영배 보도국장은 20일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미네르바 석방이 언로 여는 계기되길

 

이제 더 열거할 필요도 없을 정도다. 급기야 이명박 정부는 인터넷에까지 손을 댔다. 고 최진실 씨 자살은 악성 댓글 때문이라는 전제하에 인터넷 실명제와 악성댓글에 대한 제재를 골자로 하는 소위 '최진실 법'을 들고 나온 것이다.

 

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에 인터넷 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를 요구했으나 구글은 거부했다. '익명성에 기반한 표현의 자유'라는 원칙을 세계 어느 곳이든 유지하려는 세계 최대 인터넷기업 구글이 한국정부의 인터넷 통제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정부가 구글에 대해 법적 대응을 강구하고 나선 가운데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석방된 것이다. MB정부의 언론정책과는 딴판인 판결이기에, 박 씨 본인도 그런 결과에 대하여 예측하지 못했고, 변호인단조차 낌새를 채지 못했다.

 

박 씨 사건은 신영철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원장 시절 전기통신법에 대한 위헌 신청을 기각하라고 했다는 판사의 증언이 나오며 신 대법관을 궁지에 몰아넣기도 했다.

 

진중권 교수는 이번 미네르바 석방을 두고 "대한민국 검찰의 완패"라며 "미네르바 사건은 대한민국 법치의 수준을 만방에 드러낸 국제적 망신"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어 "이번 판결이 조국 대한민국의 명예를 더 큰 망신으로부터 막아준 셈"이라며 판결을 환영했다.

 

검찰은 즉시 항소의 뜻을 밝혔는데 이젠 여기쯤에서 그만 두길 바란다. 정부 정책에 대하여 찬성하는 사람이 있으면, 반대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다양한 의견을 가진 이들이 서로 공존하며 건전한 사회를 만들어 가야 진정한 민주국가라 할 수 있다.

 

조선 태종 때에도 신문고 제도를 통하여 국민의 소리를 들었다. 억울한 호소, 반대의 목소리, 격려의 소리, 모두 들어야 한다. 오늘날처럼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에, IT강국 대한민국에서 인터넷을 통제하겠다는 생각은 얼마나 시대에 뒤진 생각인지 모른다.

 

석방된 박 씨 자신도 다양한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아고라를 벗어나 블로그를 만들어 익명으로보다는 실명으로 자유롭게 글을 쓸 것을 피력했다. 무죄가 확정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미네르바' 박 씨의 이번 석방을 계기로 인터넷을 위시해 자유로운 언로가 항상 열려 있길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앤조이, 세종뉴스 등에도 송고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미네르바, #박대성, #언론통제, #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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