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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제작진에 대한 검찰수사가 계속되고 있다. 검찰은 이미 두 명의 PD를 체포, 조사했으며 MBC 압수수색도 한차례 시도했다. 그러나 여전히 네 명의 제작진은 검찰수사에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사내 숙식생활을 하고 있는 상황인 가운데 박경신 고려대 법대 교수(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가 <오마이뉴스>에 글을 보내왔다. 박 교수는 검찰을 향해 "'PD수첩' 수사도 법대로 하라"고 주장했다. <편집자말>

 

체포·압수·구속·수색·압류·징역·손해배상 등은 모두 사법부가 그와 같은 기본권 제한의 타당한 사유를 인정하였을 때 허용된다는 것은 법치주의 국가의 기본원리이다. 국가가 범죄수사 목적으로 개인 소유 정보를 압수수색할 때도 역시 사법부의 결정인 영장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하며 사법부가 이렇게 결정하기 위해서는 '왜 그 사람에 대한 압수수색이 타당한지'에 대한 입증이 선행되어야 한다.

 

불심검문의 예를 들자면, 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에 따르면 경찰관은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어떠한 죄를 범하였거나 범하려 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 또는 이미 행하여진 범죄나 행하여지려고 하는 범죄행위에 관하여 그 사실을 안다고 인정되는 자"만을 정지시켜 질문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7조와 제201조에 따르면 "피고인이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만 구속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200조의 2항도 마찬가지.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만 체포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형사소송법 215조는 "검사는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에' 영장에 의하여 압수, 수색을 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이 조항에서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를 단순히 형식적인 요건이라고 해석하는 형사소송법 학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 요건은 국민을 국가의 자의적인 사생활 침해로부터 보호해주는 실체적인 내용을 가진 요건이다.

 

진실을 밝혀보자고 주장하는 것이 사회적 담론의 시작

 

그러나 <PD수첩> 수사에서는 검찰이 취득하고자 하는 취재원본의 '범죄수사에의 필요성'이 입증되지 않았다. 이번 사건에 적용될 수 있는 죄목은 '허위에 의한 명예훼손'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이다(이번 보도는 공익성이 명백하여 '진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만이 적용될 수 있다). 그렇다면 검찰은 다른 소송들과 마찬가지로 '허위' 및 '위계' (이하 '허위')를 입증해야 한다. 물론 허위의 입증 자체는 재판에서 해도 되지만 우선 영장을 신청할 때 허위가 무엇인지 제시를 하고 이를 입증하기 위해 취재원본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작년 중간수사발표를 통해 공개된 검찰 스스로의 주장과 자료들에 따르면 그러한 '허위'는 없다. 'CJD가 의심된다'를 'vCJD인지 의심된다'로 바꾼 것은 현지 언론보도를 분석해보면 당연한 조치였다. 주저앉는 소(다우너)를 '광우병 의심소'로 지칭한 것은 허위도 과장도 아니다. 미국인의 먹거리 불안감 여론조사의 조사방법 등을 생략한 것은 허위가 아니다. 사물의 어느 측면을 언급할지는 순전히 견해의 영역이며 법적 규제의 밖에 있다.

 

"94% 발병률", "발병율이 다른 나라에 2∼3배" 등등 과학자들이 특정한 조건들을 가정한 상황에서 불완전한 정보에 근거하여 수립한 가설들을 그대로 옮긴 것이며 누구에 의해서도 허위라고 입증된 바가 없다.

 

혹자들은 94% 발병률이 진실이라고 입증된 바도 없다고 하면서 '정부비판도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회적 담론들은 정보가 불완전한 상황에서 형성된다. 진실인지 아닌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진실을 밝혀보자고 주장하는 것이 바로 사회적 담론의 시작이다.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발생 가능성이 그런 사례다. 광우병인지 여부를 확신하지 않더라도 '의심이 드니 조사해보자'는 말은 당연히 할 수 있는 것이다. 진실을 근거로 하지 않았다고 비판하지 말라는 건 아무것도 비판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더욱이 작년에 이번 형사사건의 수사의뢰인인 농림수산부가 제기한 <PD수첩>보도에 대한 정정 및 반론보도재판에서 법원은 '과장됐다', '근거가 불충분하다', '편파적이다' 라고 판시했을 뿐 '명백히 허위'라고 판단한 것은 없다. '... 이라고 단정할 수 없어 정정해야 한다'는 등의 판시가 있을 뿐이다.  '과장'이나 '근거 불충분'은 '허위사실의 적시'와는 완전히 다르다. 민사재판에서도 허위가 밝혀지지 않은 이상 입증책임이 훨씬 높은 형사재판에서 '범죄수사에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허위'의 입증은 더욱 요원해보인다. 

 

법치주의에는 성역이 없다

 

검찰은 <PD수첩> 측이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원본제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PD수첩> 측이 입증해야 할 위법성조각사유이지 검찰이 입증할 것이 아니다. 즉 검찰이 허위를 특정하면 <PD수첩>측이 '허위이기 하지만 우리는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니 면책된다'고 할 일이지 지금 검찰이 나설 일이 아닌 것이다. 이것은 강간사건에서 피고가 자신이 발기불능이라거나 성전환자라는 주장을 하지도 않았는데 검찰이 피고가 밝히길 원치 않는 자신의 발기능력이나 성정체성에 대한 검증을 하려는 것과 같다.

 

물론 '범죄수사의 필요성' 여부는 법원이 결정하며 이번 수사에서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영장의 요건인 '범죄수사의 필요성'이 소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부된 영장은 불법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압수수색 영장의 위법성을 다툴 수 있는 제도가 없다. 압수수색영장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영장집행을 거부할 수밖에 없다.

 

영장의 거부는 실정법 위반이기는 하지만 압수수색영장에 대한 항고를 할 수 없는 현재의 제도에 대해서는 헌법적 판단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와 같은 헌법적 판단을 받기 위해서라도 공무집행방해죄로 감옥에 가는 것이 원본제출하는 것보다 낫다.

 

법치주의에는 성역이 없다. 압수수색, 구속 등의 모든 기본권의 제한은 공정한 사법적 절차를 통해 이루어져야 하며, 공정한 사법적 절차란 기본권 제한의 수용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함이 기본이다. 구속에 대해서는 피의자가 영장실질심사와 구속적부심을 통해 두 번이나 이의제기를 할 수 있다. 그런데 검찰과 법원만이 참여하는 절차를 통해 발부된 압수수색영장에 대해 절대성을 인정하는 것은 성역을 인정하는 것과 같다.


태그:#박경신, #PD수첩, #검찰, #광우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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