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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 재보선을 일주일 앞둔 21일. 전주에서 맞붙은 무소속 정동영 후보와 민주당 사이에 감정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정 후보의 탈당 직전까지 서로 비판을 삼갔던 분위기는 아예 사라졌다. 지금은 상대방에게 "대안세력으로 불가능한 당"(정동영)이라거나 "어머니 가슴에 비수 꽂았다"(노영민 대변인)는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고 있다.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소환이 임박해지자, 최근엔 서로 '친노'라며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

 

사실 '친노' 딱지는 양측 모두 입에 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다. 재보선의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동영-정세균, 둘 다 옛 열린우리당 당의장 출신이다. '친노'를 약점 삼아 서로 비방하게 되면 득 될 게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양측은 '친노'라는 민감한 단어를 써가며 서로를 공격하고 있다. 이쯤 되면 '갈 데까지 갔다'는 관전평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동영-신건에게 29일은 민주당 친노386 심판의 날?

 

요즘 정동영 후보(전주 덕진)는 선거유세나 기자회견마다 '친노386 정세균 지도부'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21일 오전 전북도청에서도 정 후보는 "민주당은 친노386 정세균 지도부의 것이 아니다"는 말로 신건 후보와의 합동기자회견을 시작했다.

 

그는 민주당이 "친노386 정세균 지도부 때문에 무정체성, 무정책, 무리더십의 3무(無)에 빠져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MB정부 중간평가로 치러야 할 재보선을 친노386 정세균 지도부의 기득권 유지 선거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독설도 나왔다.

 

정 후보는 한 발 더 나가 "29일은 친노386 정세균 지도부로부터 민주당을 되찾는 승리의 날"이라고 열을 올렸다. 그의 어법을 원용하면, 전주 재보선은 'MB정부 심판'이 아니라 '민주당 친노386 심판'의 날인 셈이다.

 

무소속연합을 선언한 신건 후보(전주 완산갑)도 적극적으로 정 후보를 편들고 있다. 신 후보는 지난 19일 유세에서 "민주당 지도부를 장악하고 있는 친노386 세력들은 안 썩었느냐"며 "음모를 밥 먹듯이 하는 노무현 세력은 진실로 비판받아야 한다"고 성토했다.


신 후보는 또 "(친노 세력은) 전주가 자기들 것인 것처럼 하는데 전주는 자존심이 없느냐"며 "덕진에서 정동영을 쫓아내고, 완산갑에서는 노무현 세력 후보를 내세웠다, 이게 옳은 일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노386 심판론'을 들고 나온 정 후보의 셈법은 어렵지 않다. 민주당이 공천한 이광철 후보(전주 완산갑)에게 '친노' 딱지를 붙여 선거를 유리한 국면으로 끌고 가겠다는 것이다. 또 당선 뒤 복당의 명분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무소속연대(정동영+신건)가 전주에서 승리한다면 민주당은 책임론이 들끓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때 '친노386 심판이 곧 민심'임을 내세운다면 복당은 한결 쉬워진다고 내다보는 것이다. 또 복당한 뒤 노선 투쟁이나 당권 경쟁에서 유리해질 수 있다.

 

 

민주당, 대권 후보 정동영에게 "습관적 배신자, 참여정부 황태자"

 

이런 정 후보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는 화가 날 대로 난 상태다.

 

비록 당을 뛰쳐나가기는 했지만, 그는 불과 며칠 전까지 한솥밥을 먹던 동지였다. 그러나 재보선 직전에 터진 '악재'(노무현 수사)를 고리 삼아 당을 공격하는 정 후보의 행태는 두고 볼 수 없는 일이다. 당을 뿌리째 흔들 약점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정 후보는 "반드시 복당하겠다"는 선언을 되풀이하며 당을 흔들고 있다.

 

급기야 민주당은 정 후보를 향해 '습관적 배신자'라는 오명을 붙였다. 지난 20일 김유정 대변인은 공식 브리핑에서 "배신의 역사는 마침내 반복되고 있다, 배신도 습관이라는 말이 그리 낯설지 않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대변인은 또 '친노386 심판론'을 들고 나온 정 후보의 태도를 적반하장이라고 몰아붙였다. 김 대변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 밑에서 누릴 것은 다 누렸던 사람이 정동영 전 장관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엄연한 사실"이라며 "그런 그가 친노 세력을 운운하며 비판의 날을 세우는 것은 누워서 침 뱉기"라고 쓴소리를 했다. 

 

21일에도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이번엔 정 후보를 "참여정부의 황태자"로 규정했다. 노영민 대변인은 정 후보를 향해 "친노386 지도부를 비난하지만 그것이 실체 없는 정치공세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참여정부의 황태자는 바로 정동영 전 의장이 아니냐"며 "이제라도 민주당을 분열시키는 적대 행위를 중단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태그:#4.29 재보선, #정동영, #민주당, #친노386, #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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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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