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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은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기록이나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마세요. 오버페이스 합니다. 무리하지 말고, 건강을 위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달렸으면 좋겠어요. 제자리 뛰기 시작!"

전 국가대표 마라토너 임은주씨 구령에 맞춰 3500여명의 사람들이 일제히 도약했다. 양손을 하늘을 향해 쭉 폈다가 손뼉을 쳤다. 그 모습이 마치 새싹 같다. 파아란 하늘, 푸른 인조잔디, 그 사이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봄' 그 자체다.

작년에는 칠순잔치, 올해는 생신잔치 겸 봄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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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오마이뉴스 강화 바다사랑 마라톤대회 참가자들이 활짝 '폈다'. 19일 아침 9시. 대회 시작 30분 전, 본부석 진행에 따라 몸풀기가 한창이다. 그에 따라 생명력이 풀풀 넘친다. 지금 이 곳은 강화군 길상면 공설운동장이다. 동호회 참가자들의 천막이 즐비하다.

그 중 유독 튀는 '이름'이 있다. '돌고개'다. 류근필(41·남)씨 가족 천막이다. 부모님을 모시고 4형제가 또 자신들의 아이들과 함께 단체 참가신청을 했다. 마라톤대회에서 보기 드문 풍경이다. 이미 작년에도 류씨 가족은 오마이뉴스 마라톤대회를 통해 아버지 칠순잔치를 함께 했다. 올해는 '생신' 잔치를 겸하기로 했다.

주인공 류상호(71) 할아버지는 계속 '싱글벙글'이다. "온 가족이 모여 "함께 하루 노는 것보다 더 행복한 일이 있냐"며 "아직 건강해서 아이들과 같이 이렇게 함께 할 수 있어 굉장히 좋다"고 말씀하신다. 황춘자(68) 할머니의 말씀 또한 "식구들 소풍 오는 셈치고 작년에 와 봤는데 아주 좋았다"고 하신다. 작년에는 구경만 했지만, "올해는 살살 걸어서라도 5km를 완주하겠다"며 의욕이 대단하다.

할머니만이 아니다. 작년과 달리 올해는 모든 가족이 대회에 출전하기로 했다. 몸풀기 구령에 따라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손자·손녀까지 모두 한 몸짓이다. 때마침 벚꽃 잎까지 흩날리니 '이보다 흐뭇한 모습이 없다'. 며느리들의 얼굴 또한 환하기만 하다.

"놀이동산보다 더 좋아" 가족과 5km 나란히 걸어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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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며느리 김지영(38)씨는 "핵가족 시대에 모든 가족이 한 종목으로 출전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며 "날짜를 미리미리 잡아 놓으니까 가족들이 모두 출전하는데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고 했다. 둘째 며느리 박지애(39)씨는 은근히 자랑이다. "며느리들 때문에 형제 사이가 벌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은 걸 보면, 우리가 복 덩어리"라는 말에 김지영 씨도 금방 "그럼요"라고 맞장구를 친다.

"함께 땀 흘리고 점심 먹고, 또 여기 강화도 한 바퀴 돌면서 쉬었다 가고, 자연스럽게 하루 코스가 되더군요. 작년에는 '그래 그것도 좋겠다'는 정도였어요. 헌데 막상 와보니까 생각보다 너무 좋은 거예요(웃음)."

'마라톤 소풍'을 처음 제안한 류근필씨의 설명이다. "대부분 어르신들이 먹고사는데 지치다 보니까 레저 활동에 인색한 편 아니냐"며 "그런데 마라톤대회는 큰 부담도 없으니까 아주 좋아하시는 것 같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돌고개'란 이름도 그래서 붙였다. 충남 공주 태생, 그들 가족이 어렸을 때 살던 동네 이름이다.

"놀이동산 가는 것보다 여기 오는 것이 더 좋더라구요. 놀이동산 가면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잖아요. 너무 정신 없기도 하고 … 생각해봐요. 아이들과 손잡고 나란히 5km 정도 걸어갔다 오는 것. 사실 흔한 기회가 아니잖아요."

이스타향공 그룹 동호회도 '눈길', 기념품 쌀 전액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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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넷! 셋! 둘! 하나!", 번호가 줄어들수록 함성 소리는 그만큼이나 커진다. 출발 시간이다. 총성과 박수가 한꺼번에 쏟아진다. 풀코스 주자들이 일제히 땅을 박찬다. 그 '공력'만큼이나 힘찬 출발이다. 이윽고 하프코스, 10km, 5km 참가자들 역시 차례차례 튀어나간다.

그런데 유독 눈길이 머무는 참가자들, 어쩔 수 없다. 어여쁜 여자들에게 눈길이 가는 것을 어쩌란 말인가. 이스타항공그룹(KIC) 마라톤동호회 회원들이라고 한다. '궁금증 반, 사심 반'이 작동했다. 하프 코스를 뛰고 들어온 고익용(48·남) 회장을 붙잡았다.

전체 회원은 약 백 여명, 그중 80여명이 오늘 대회에 참가했다고 한다. 그 중 절반 이상이 여성회원이라고 한다. 고 회장은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다이어트 효과에 대한 문의가 많은 편(웃음)"이라며 "그룹 안에서 대표적인 인기 동호회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회사에서 자기 일만 하다 마라톤을 통해 단합을 도모하고 애사심을 높이는 효과"도 있는 것은 물론이다.

이날 또 '이스타 마라톤동호회' 회원들은 좋은 일도 했다. 기념품으로 나온 쌀을 모두 모아 불우이웃을 위해 사용해달라고 기증한 것. 김영민 이스타항공 상무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항공사를 지향하고 있는 만큼,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결정한 것"이라며 "사원들 또한 서비스업 종사자로서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설명했다.

풀코스 남자부 우승은 신호철씨, 여자부 박인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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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대회사에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는 "오늘 날씨가 아주 맑다. 이런 날씨에 대회에 함께 한 마라톤 가족들에게 정말 감사하다"며 "마라톤을 통해 건강한 몸을 다지고, 건강한 몸으로 우리 사회를 더 맑고 건강하게 만드는데 노력하자"고 말했다.

안덕수 강화군수는 "이렇게 눈에 들어오는 좋은 날씨 못지 않게 지금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가 있다. 그것은 강화도의 맑고 건강한 기운"이라며 "좋은 기운을 마시며 평소 기량을 최대 발휘하길 바란다. 멋진 대회 축하한다"는 축사를 전했다.

이경재 의원도 축사를 통해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강화도에 오신 걸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즐거운 하루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대회에는 이경재 의원 외에도 양승조·이성헌·이종걸·전병헌·천정배·최문순 의원 등 국회의원들이 다수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대회 풀코스에서는 남자부 신호철(2:45:17), 여자부는 박인숙(3:40:35)씨가 각각 우승했으며, 하프코스는 남자부 권영덕, 여자부 원영희씨가 각각 1위를 차지했다. 10km 코스에서는 정훈(남자부), 오상미(여자부)씨가 1위에 올랐다. 또 오마이뉴스 창간일을 기념하여 신설한 222위상에는 하프코스에서는 박정숙, 10km 코스에서 윤석훈씨가 각각 행운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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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오마이뉴스 강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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