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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리를 찾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건축입니다. 헤이리는 애초부터 엄격한 건축지침하에 의욕과 능력을 갖춘 건축가의 창의적이고 모던한 건축이 이루어지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현대건축의 성과가 집합된 곳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무실 빌딩, 연립 혹은 아파트, 경제성에만 치중한 분양업자의 유사한 단독주택에 눈이 익숙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헤이리의 건축물은 확실히 기성의 도시건축과는 확실히 차별된 것입니다. 헤이리는 아직 주민의 50%이상이 더  건축을 진행해야 되므로 여전히 진행 중인 건축 실험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헤이리의 K갤러리
 헤이리의 K갤러리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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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설계와 시공을 거쳐 모티프원을 건축하는 과정을 거쳐 왔고 주변의 이웃들이 모두 저와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미 건축을 완성한 많은 이웃들이 아파트가 아닌 곳에서 살면서 겪는 만족과 불만족에 대한 사례를 접하면서 공간의 중요성과 그 공간을 짓는 건축가의 막중한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애석한 것은 적지 않은 건축가들이 '건축주의 삶이 담겨야할 물리적인 공간'이라는 제일 중요한 목적을 자신의 '건축적 재능의 과시'보다 선후차의 나중에 둔다는 것입니다.

건축가는 건축을 완성하고 건축주가 이사 오기 전에 삶에 동반되어야할 세간 하나 없는 텅 빈 공간을 석양의 특수한 찰나 상황에 맞추어 촬영하여 건축 잡지에 발표하는 것이, 그 후 그 공간에서 하루 24시간 365일 평생을 살아야할 사람에 대한 배려보다 중요한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또한 그 건축물의 외관의 시야확보를 위해 정원수는 대지경계선의 코너에 단 한 그루의 감나무를 식재하는 것으로 제한하는 것이 생태적 환경의 확보보다 중요한가 하는 의문입니다. 조경은 자신의 작품을 좀 더 거룩하게 하는 시종으로 인식하는 단계를 넘어서지 않은 건축가가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헤이리의 퍼스펙티브
 헤이리의 퍼스펙티브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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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부르제Paul Bourget 가 말했습니다.
"그대 스스로 생각하는 대로 사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머지않아
그저 사는 대로만 생각할 것입니다."

저는 건축을 계획하고 있는 건축주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그대 스스로 생각하는 대로 건축가에게 말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새집에서
그저 건축가의 생각대로만 살게 될 것입니다."

건축은 건축가 상상력만의 독주가 아니라 건축주의 목적과 편의의 악보대로 연주되어야할 이중주임을 헤이리의 많은 건축 과정을 지켜보면서 실감하게 됩니다. 또한 훌륭한 연주가 되기 위해선 건축주 또한 독주가 가능할 만큼 고민과 협주자에 대한 이해가 동반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헤이리의 반디와 이끼집
 헤이리의 반디와 이끼집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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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짐이 되는 결과를 건축주에게 남기지않기위해 현역의 건축가와 앞으로 그 길을 꿈꾸는 건축학도는 건축을 고민하기에 앞서 생명과 그 삶을 탐구하고 고민해야할 것입니다. 건축미학을 얘기하기에 앞서 삶의 진정성에 대해 얘기해야 할 것입니다.

헤이리의 가슴
 헤이리의 가슴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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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속 주인공들의 공간을 통해 건축을 살피려고 한 김억중의 '나는 문학에서 건축을 배웠다'라는 책속에서 마음에 드는 한 줄을 발견했습니다.
"손 때보다 더 아름다운 장식은 없습니다."

저는 명경(明鏡)같은 집보다 그 집을 사는 사람의 사연과 추억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필자가 말하는 '손 때'는 아마 그 집을 거쳐한 사람들의 사연과 추억이겠지요?
그래서 저는 모티프원이 나이 들어가는 것에 안달하지 않습니다. 저는 집이 '차가운 새 것'으로 남기보다 누군가와 삶을 고민한 흔적과 사랑과 행복의 추억이 쌓인 '삶의 역사'가 되길 원하기 때문입니다.

헤이리의 모티프원
 헤이리의 모티프원
ⓒ 김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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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포스팅됩니다.



태그:#헤이리,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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