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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배제'와 '탈당'으로 갈라선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정동영 후보가 전주 덕진에서 마주칠 뻔했다. 4·29 재보선 유세 첫날인 16일 두 사람은 전주 덕진구 모래내 시장을 10분 간격으로 찾아왔다.

 

정 후보는 이날 6시10분께 모래내 시장에 먼저 도착해 시장상인들의 손을 일일이 붙잡으며 지지를 호소했다. 10분 뒤 도착한 정세균 대표도 시장 입구 사거리를 한바퀴 돌며 유권자들을 만났다. 하지만 두 사람은 얼굴을 마주치지 않고 비껴갔다.

 

대신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일찍부터 4거리 한쪽에 차를 세워놓고 유세를 벌이던 정동영 캠프가 민주당이 선거운동을 벌이려던 반대편 도로마저 승합차로 점령하자 민주당원들이 "선거운동을 방해한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민주당 김근식 후보측이 "차를 빼달라"고 요구하면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지만 큰 마찰은 없었다.

 

그러나 유세 첫날 벌어진 두 캠프의 가벼운 충돌은 13일간의 선거전이 치열하게 진행될 것임을 예고했다.

 

정세균 "정동영, 정치도의를 저버렸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전주로 총출동했다. 초반부터 '정동영 기세'를 꺾어놓겠다는 계산이었다. 이날 오전 인천 부평을(홍영표 후보)과 시흥시(김윤식 후보)에서 출정식을 개최한 정 대표와 당 지도부는 곧바로 전주로 내려와 확대간부회의를 연 뒤 전주 덕진(김근식 후보), 완산갑(이광철) 지원유세에 나섰다.

 

정 대표는 탈당한 정동영 후보를 지원유세에서 '해당 행위자'로 거칠게 몰아세웠다. 정 대표는 전주 확대간부회의에서 "무소속 연대는 국민들의 정치환멸을 부추기는 일로서 절대 안 된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또 "민주당은 지금 MB정권의 공안탄압에 맞서 싸우고 있다"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민주당에 반해 무소속 연대를 한다는 것은 정치 도의를 저버린 짓"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을 흔들고, 민주당의 분열을 획책하는 것은 '대의'가 아니라 '소의'"라고도 말했다.

 

송영길 최고위원도 정 후보를 겨냥해 "본인이 지역을 인위로 정해서 공천하고, 공천 안 해주면 탈당하는 공당이 어디 있느냐"고 날을 세웠다. 송 최고위원은 또 "민주당이 호남 지역에 갇혀서 몇 사람 국회의원 만들기 위해 있는 당이 아니다"라며 김근식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그토록 어렵게 만들어낸 정권에서 가장 혜택을 받았던 분들이 연대해서 민주당을 쪼개고 때려 부수려고 하고 있다"며 "전주 시민들이 자존심과 자부심을 갖고 반드시 막아줘야 한다"고 힘을 실었다.

 

후보들도 앞다퉈 정 후보를 비난했다. 이광철 후보는 "MB정권의 독선과 독주를 막기 위해서 강한 민주당이 필요하고, 강한 민주당을 위해서 전주에서 꼭 승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근식 후보 역시 "이번 선거는 분당과 탈당, 분열의 과거를 이기고 미래로 나가는 것"이라며 "저 편(정동영)에서는 민주당을 내려깎고 죽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과거를 깨고 미래의 대한민국을 위해 도와 달라"고 말했다.

 

정동영 "민주당이야말로 바뀌어야 할 대상"

 

정동영 후보도 이에 밀리지 않았다. 탈당하면서 당 지도부에 대한 원망의 말을 아꼈던 정 후보는 이날 전북대 정문 앞에서 발표한 출정선언문을 통해 "민주당은 대안정당으로는 불가능한 당"이라고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또 "이번 선거를 '정동영 죽이기' 선거로 만들어낸 민주당이야 말로 바로 바뀌어야 할 대상"이라며 "민주당 지도부는 잘못하고 있다"고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정 후보는 "정동영이 강력한 제1야당으로 민주당을 바꿀 수 있다"며 원내진입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정 후보와의 교감 속에 출마를 결정한 신건 후보도 이날 오전 출마선언을 통해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신 후보는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당의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정동영 전 장관의 공천 신청마저도 받아주지 않았다"며 "전주가 '친노386' 손바닥 안에 들어가서야 되겠느냐"고 성토했다. 신 후보는 또 무소속 연대설에 대해 "필요하다면 연대가 아니라 연합이라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정 후보와는 '러닝 메이트'가 되겠다는 얘기다.

 

선거전략을 조용한 '물밑 행보'로 잡은 정 후보는 전주 바닥을 샅샅이 훑으며 유권자들을 만나고 있다. 그는 이날 오후 4시 KBS라디오가 마련한 후보토론회에도 나가지 않았다. 이를 두고 김근식 후보는 "탈당하고 또 다시 민주당을 깨려는 게 본인 스스로도 부끄러운 것이냐"고 조롱했다.

 

선거전 첫날 전주는 이렇듯 민주당과 정동영 후보와의 신경전으로 불이 붙었다. 전주시민들의 '동정론'을 타고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정동영 바람이 태풍이 돼 여의도에 상륙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할 일이다.


태그:#4.29 재보선, #민주당, #정동영, #정세균, #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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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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