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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모임이 있었다. 모이는 장소가 지지난해 공공근로를 했던 놀이터 근처라 자가용이 아니라 자전거로 가기로 했다.  공공근로를 할 때 하루도 쉬지 않고 달렸던 자전거 길은 익숙한 길이었다. 남강 둔치를 따라 만들어진 자전거 길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강바람을 맞으면서 걷기 운동을 하는 사람, 자전거 동호회원들이 삼삼오오 짝지어 달리는 모습은 참 아름답고 건강한 모습이다.

 

 

그런데 이상했다. 이맘 때면 다니는 사람이 많아 다니기가 불편할 정도인데 사람이 없었다. 하늘이 흐리고, 바람이 조금씩 불어 날씨가 쌀쌀해서 그런가보다 생각했다. 하지만 이유는 금방 드러났다. 남강둑에 새 자전거 길을 만드는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가는 날리 장날이라고 할까.

 

 

참 난감했다. 이미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섰고, 다시 돌아가서 차로 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냥 가기로 했다. 달려보니 재미는 있엇다. 터닦기 공사가 한창이라 콘크리트가 아니라 아직 흙길이었다. 흙길을 자전거로 달려 본 일이 중학교 때쯤으로 기억이 날 정도로 오래된 옛 추억이다.

 

달리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은 흙길을 조금 더 다듬고 콘크리트를 덧씌우지 않았으면 했다. 흙으로 만든 자전기 길. 생각만 해도, 얼마나 멋진가. 강둑 위에 콘크리트를 덧씌우는 것보다 흙길을 그대로 살린느 것도 자연을 지키는 또 다른 방법이므로.

 

 

 

흙길로 만든 자전거 길을 떠올리면서 달렸는데 그만 또 길이 막혔다. 강둑 길 위에서 다리로 올라가야 하는데 길을 새로 만든다고 빙빙 돌아가야만 했다. 약속 시간은 다 되었고, 길을 돌아가야 하고. 마음은 급해졌다.

 

급한 마음에 화도 났지만 한 가지 위로는 전에는 강둑 길에서 다리로 올라가려면 자전거에서 내려 들고 가야했지만 길이 다 만들어지면  내리지 않고 다리로 바로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이다. 길이 다 만들어지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다리 위에 만들어진 자전거 길은 뻥 뚫렸다. 강바람이 시원하다. 꽉 막힌 가슴을 뻥 뚫어준다. 자전거가 주는 재미이다. 2년 전 이 다리위를 얼마나 다녔는지 모른다. 그 때가 생각났다. 또 다른 사람이 이 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달릴 것이다.

 

 

하지만 뻥뚫린 자전거 길은 금방 막혔다. 자전거 길(?) 사람다니는 길(?()무슨 길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시각 장애인 보도 블록도 끊어졌다. 자전거 길도 아니고, 사람다닌 길도 아니고, 장애인도 다닐 수 없다. 자전거 길이라는 표시만 해 두면 저절로 자전거 길이 될까?

 

어떤 곳은 자전거 길을 잘 만들었지만 시각 장애인 보도블록이 가운데 있었다. 끊어진 시각 장애인 보도블록 보다는 훨씬 낫지만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이 조금만 먼산을 보면 가운데 걸어가는 시각 장애인과 부딪힐 수 있다. 시각 장애인을 조금만 더 배려 한다면 자전거 길 가운데 시각 장애인 보도블록을 만들지 않을 것이다.

 

 

자전거 길에 시내버스 주차장이 있다. 사람이 많지 않아 자저거를 타고 가는 데 불편하지 않았지만 출퇴근 시간과 아이들 등하굣길에는 매우 불편하고, 위험할 수 있다. 사람 다니는 길에 자전거 길을 만들었다는 자체가 문제다. 사람 다니는 길과 자전거 다니는 길을 꼭 같은 곳에 만들 수밖에 없었을까?

 

 

또 공사중이다. 이번에는 보도블록 교체이다. 보도블록 교체는 빨리 끝나겠지만 자전거가 갈 곳이 없다. 결국 차 다니는 길로 갈 수밖에 없다. 쌩쌩 달리는 차를 피하면서 자전거를 탄다는 것은 보통 위험한 일이 아니다.

 

 

2년 전 추억을 떠올리면서 달린 자전거 길은 위험했다. 조금만 더 배려하면 안전한 길을 만들 수 있는데 아직 부족하다. 자전거 길 가운데를 다녀야 하는 시각 장애인, 자전거 길 위에 있는 주차장, 곳곳에 끊어진 자전거 길. 조금 더 노력하여 시각 장애인과 자전거 타는 사람 모두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그리고 콘크리트 자전거 길이 아니라 흙길로 만든 자전거 길을 기대한다.


태그:#자전거길, #시각장애인, #보도블록,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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