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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하게 메마른 땅에 단비가 촉촉히 내린다.

 

얼마되지 않지만 이 비는 물이 없으면 단 며칠도 살 수 없는 대지의 모든 생명들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다.

 

이 단비처럼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이를 지난 주말 계양산 하느재고개에서 만났다. 지난 1월 7일 경인운하로 둔갑한 삭막한 굴포천방수로 공사현장을 둘러보고 찾은, '계양산 골프장 반대 릴레이 100일 단식농성' 현장에서 99일차 농성을 이어간 안봉한 전교조 인천 중등서부지회장(교사)을 다시 만났다.

 

 

그를 만난 날도 현 정부가 본격적으로 착공에 들어간 경인운하 공사현장(시천교-목상가교)을 둘러보고 계양공원에서 가파른 계단을 무거운 베낭을 메고 수행삼아 올랐다.

 

지난 1월 매서운 겨울바람이 산줄기를 타고 올라와 두툼한 옷차림에 침낭으로 몸을 감싸고 농성장을 지키던 그는, 초여름날처럼 더운 4월의 봄날 가벼운 옷차림으로 산고개를 오가는 사람들에게 "골프장 개발은 안된다"며 롯데골프장 개발문제를 알리고 반대서명 동참을 호소하고 있었다.

 

 

2차 릴레이 100일 단식농성 42일째 되는 날, 하느재고개에는 주말을 맞아 계양산을 찾은 수많은 등산객과 상춘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그 인파 속에는 안봉한님의 릴레이 단식농성을 응원-지지하러 온 동료 교사와 학생들도 있었다. 더운 날씨에 점심께 산을 오른 아이들은 농성중인 그를 응원하고 골프장 반대서명에 동참했다.

 

 

교육현장에서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사람들!!

 

아이들과 너무나 친근하게 어울리는 그는 지난 1차 릴레이농성 관련 기사와 동영상을 학교 아이들이 보고 "선생님! 거기서 뭐하신 거예요?"라고 아는 체를 했다며 웃으며 멋쩍어했다.

 

그리고 그는 학교뿐만 아니라 학원(사교육)에서까지 시달리는 아이들을 상대로 학교가 학력경쟁만 강요하는 "강제적 방과후학교(자율학습)를 시키고 있다"며 관련 1인 시위를 했다고 알려주었다. "오후에 학교수업이 끝난 뒤 저녁 학원에 가기 전까지의 짧은 휴식시간마저 학교가 빼앗았다"며 "학생들의 불만이 대단하다"고 한다.

 

 

"하루 단식농성하면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이 좋다"는 안봉한님과 인천 계양산 롯데골프장뿐만 아니라 지역 교육현안과 문제(경기도교육감 선출 등)에 대해 서로 이야기 나누면서, 터무니없는 일제고사 등 차별적-경쟁적 교육정책으로 고통받는 아이와 학부모, 위협받는 공교육을 위해 그와 동료 교사들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새삼 알 수 있었다.

 

오가는 등산객들에게 "롯데골프장 반대서명에 동참해주세요!"라 외치는 그를 보면서, 계양구뿐만 아니라 서구, 부평구 등 인천지역 학교 교문에 '4월 과학의 달'을 기념한다며 나붙인 정부의 허울뿐인 '녹색성장' 구호가 새겨진 현수막도 떠올랐다.

 

 

환경과 교육을 말로만 하는 욕심많고 못난 어른들이 아이들의 미래와 소중한 자연환경까지 짓밟고 빼앗으려 하지만, 이를 막아내기 위해 힘겹게 교육현장에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희망을 엿 볼 수 있었다. 진달래처럼 화사한 어린아이들이 작은 손으로 골프장 반대서명을 하겠다며 부모의 손을 이끄는 모습에서도.

 

그 희망과 생명을 지키고 키워가는 일은 바로 우리들의 몫이다.

비가 오는 오늘도 하느재 고개에서는 릴레이 단식농성이 벌어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계양산, #롯데골프장, #학생, #교사, #단식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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