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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형제들이 만난 족두리봉과 향로봉 사이 북한산 어느 능선이다. 우리가 내려온 길을 내려오고 있는 등산객들이 보인다.
 우리 형제들이 만난 족두리봉과 향로봉 사이 북한산 어느 능선이다. 우리가 내려온 길을 내려오고 있는 등산객들이 보인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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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일요일, 한 달 전에 약속했던 대로 우리 4남매 13명이 산행을 했다. 7남매 중 큰언니와 오빠는 식당을 하는지라, 바로 아래 동생은 포항에 살다보니 참석하지 못했다.

더러더러 나들이 삼아 가까운 산에는 자주 갔지만 아이들에게 등산화를 신겨 산행다운 산행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가 이번에 선택한 코스는 바위도 적당히 있어 아이들은 조금 힘들지도 모를 북한산 족두리봉과 향로봉 사이.

산을 오르며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진달래꽃 한 송이씩을 따서 입에 물려주며 어렸을 때는 이 꽃을 따먹고 놀았다는 것, 옛날 사람들은 이 꽃으로 화전을 부쳐 먹기도 했다는 것을 알려줬다.

"입안에 꽃이 가득 들어와 있는 것 같아. 아직도 향기가 가득해!"

꽃을 머금은 지 10분 남짓 지나 이렇게 말하는 고3 조카는, 살며시 씹어보다가 시큼하다며 뱉고 말아버리는 우리 아이를 아쉽다는 듯 바라보며 "네가 아직 삶의 쓴맛을 몰라서 그러는 거야!"라고 한마디 덧붙인다. 나무 등걸 앞 작은 돌탑 앞에 아이들이 멈춰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다. 고3 조카의 대학 합격 소원을 비는 것이란다.

쑥버무리,개떡,호박죽...뭐니뭐니해도 제일 즐거운 시간은 먹는 시간, 조촐하지만 산에서의 점심은 언제나 꿀맛이다. 게다가 형제들과 나눠먹으니 오죽 맛있으랴~!
 쑥버무리,개떡,호박죽...뭐니뭐니해도 제일 즐거운 시간은 먹는 시간, 조촐하지만 산에서의 점심은 언제나 꿀맛이다. 게다가 형제들과 나눠먹으니 오죽 맛있으랴~!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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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북한산 산행 최소연령이었을 조카들의 재롱
 아마도 북한산 산행 최소연령이었을 조카들의 재롱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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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차례 더 쉬엄쉬엄. '북한산 제법 높은 곳인데 어떻게 이런 곳이 있나?' 싶을 만큼 넓은  전나무 숲에 이르렀다. 이미 많은 등산객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음식을 나눠먹고 있었다. 점심 후 낮잠을 즐기는 사람도 더러 보였다.

우리도 각자 준비해온 것들을 나눠 먹었다. 형제들끼리 산에서 나눠먹는 음식,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꿀맛이다. 듬성듬성 먹고 일어나 카메라를 꺼내면서 친정 부모님께 전화를 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으신다. 들에 나가셨나보다. 오늘은 무엇으로 바쁘고 고단하실까?

점심을 먹고 아이들과 숲을 돌아봤다. 80세의 어떤 분이 가꾼 숲이라는, 느티나무를 보호하자는 소박한 안내문과 함께 그럼에도 두 번씩이나 나무를 캐간 몰염치한 사람에게 쓴 경고문이 죽은 나무등걸에 붙어있다.

누군가의 힘든 수고와 고운 맘씨 덕분에 많은 사람들의 쉼터가 된 것이다. 여기저기 석물부재가 보이고 인공으로 쌓은 기단이 성벽처럼 이어져 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오래전에 암자가 있지 않았을까? 우리는 이런 추정을 하면서 그 가능성을 아이들에게도 들려줬다.

난, 내 아이들이 늘 자신이 만난 것들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보고 관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연을 가까이 하는 아이들이 되기를 바라기에 아이들과 길을 걸으며 만나는 들꽃과 나무 이야기를 자주 해주곤 한다.

개구리알과 도롱뇽알의 차이는? 무더기로 뭉쳐있으면 개구리알이고 이렇게 도넛처럼 모양을 갖추었으면 도롱뇽알이다. 산란한지 몇주가 지나 성체를 갖췄다. 아래 사진처럼 바위에 알집 한쪽 끝을 고정하여 산란한다.
 개구리알과 도롱뇽알의 차이는? 무더기로 뭉쳐있으면 개구리알이고 이렇게 도넛처럼 모양을 갖추었으면 도롱뇽알이다. 산란한지 몇주가 지나 성체를 갖췄다. 아래 사진처럼 바위에 알집 한쪽 끝을 고정하여 산란한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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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cm가량된 산개구리 올챙이이다. 금방 깨어났나보다. 먼저 깨어난 몇마리만 가끔 움직일 뿐 대부분의 올챙이들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면...,
 0.5cm가량된 산개구리 올챙이이다. 금방 깨어났나보다. 먼저 깨어난 몇마리만 가끔 움직일 뿐 대부분의 올챙이들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면...,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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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잠에서 얼마전에 깨어났을 산개구리는 아직 봄날에 적응하지 못한 것 같다. 가까이 가도 그대로 있었다. 제발 장수하시길~!
 겨울잠에서 얼마전에 깨어났을 산개구리는 아직 봄날에 적응하지 못한 것 같다. 가까이 가도 그대로 있었다. 제발 장수하시길~!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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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여기저기를 돌아보던 언니가 개구리알과 도롱뇽알을 발견했다. 운이 참 좋다. 쉽게 볼 수 없는 것을 만나다니! 아마도 산란한 지 3~4주 정도는 되었나 보다. 알속에 올챙이 비슷한 것들이 가득 들어있다. 몇 걸음 거리에는 불과 몇 시간 전에 깨어난 듯한 산개구리 올챙이들이 물속 참나무 낙엽 위에 가득 앉아 꼬물거린다.

아이들은 교과서나 텔레비전에서만 봤던 것들을 보며 마냥 신기해한다. 고3짜리 조카도 유치원생 조카도 한덩이가 되어 눈앞의 새끼손톱 길이 만한 올챙이를 바라보느라 정신이 없다. 감탄사도 끝없고 아이들의 질문도 끝없다.

"같은 올챙이인데 어떤 것은 움직이고 어떤 것은 움직이지 않는 거예요?"
"얘들이 한꺼번에 나온 것이 아니라 먼저 태어난 대로 순서대로 나왔을 거야. 때문에 먼저 나온 것은 움직이고 조금 늦게 나온 것은 지금 환경에 적응하는 준비를 하는 것 아닐까?"

"개구리알과 도롱뇽알을 어떻게 구분해요?"
"개구리 알은 그냥 뭉쳐있고 도롱뇽알은 도넛처럼 이렇게 둥글게 말려있지. 그런데 자세히 봐. 바위에 붙여놓은 부분이 보이지? 왜 그랬을까?"

"얘네들은 언제쯤 나올까요?"
"글쎄? 잘은 모르겠지만 이번 주와 다음주에는 모두 나오지 않을까? 봐 몸이 거의 완성됐잖아. 알을 자세히 보면 어떤 것에는 진한 올챙이가 어떤 것에는 하얀 올챙이가 보이지? 더 까만 것이 먼저 산란한 거야"

"담쟁이는 어떻게 이런 바위를 쉽게 올라가 살 수 있어요?"
"이것은 무슨 잎이에요?"
"이 바위는 왜 이렇게 생겼을까요?"

언제까지고 꼬물거리는 올챙이 옆에 있고 싶어 하며 아쉽게 일어서는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길, 손톱 만한 별꽃이 앙증스럽다. 산에 오르기 시작할 때만 해도 진달래가 지천이든 말든 큰 관심을 보이지 않던 아이들이었건만 이젠 눈에 보이는 것들을 물어보느라 바쁘다.

아이들의 질문은 끝이 없고 전문가가 아닌 우리의 대답은 궁색하기만 하다. 산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것 중 가장 자신 없는 것은 버섯이다. 가을 산행을 위해 버섯에 대해 좀 더 알아둬야겠다.

처음으로 등산화를 신고 산에 오른 조카와 우리 둘째. 뒤로 보이는 곳은 은평구 일대다.
 처음으로 등산화를 신고 산에 오른 조카와 우리 둘째. 뒤로 보이는 곳은 은평구 일대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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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꼭 등산화 신고 가야 하나? 난 딱딱해서 싫은데? 그냥 운동화 신고 가면 안 되나? 운동화도 편하잖아."

집을 나서기 직전까지 낯설어서 불편한(?) 등산화를 신으면서 이렇게 말했던 둘째가 암벽을 타고 산을 내려오는 동안 "엄마 말대로 등산화 신기를 참 잘했다"고 말한다.

이런 아이에게 다음에는 등산 바지와 티셔츠도 하나 사고 "무엇보다 네 몫의 등산 배낭이 꼭 필요할 것 같다"고 했더니 아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며칠 전까지 등산복을 아줌마 옷 같다며 촌스러워했고 오늘만 해도 등산배낭이 싫다며 제 배낭을 메고 온 아이였는데.

"것 봐! 등산양말까지 신고 왔으면 발 딛기가 훨씬 편했을 텐데!"

아이에게 이렇게 한마디 덧붙이며, 안전을 위해 배낭을 꼭 메야 하는 이유를 알려줬다. 아이와 이렇게 조근 조근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보니 언니와 조카만 보일뿐, 앞서간 일행은 보이지 않는다. 언니와 나와 달리 아이들이 어려 신경을 많이 써야하는 두 동생은 우리처럼 여유롭게 산행을 하기에는 아직 무리인가 보다.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노랑제비꽃-별꽃-양지꽃-산벚나무 새순. 외에도 조팝나무꽃이 피었고 산벚나무, 팥배나무, 생강나무 등은 새순을 막 틔우고 있는 중이었다.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노랑제비꽃-별꽃-양지꽃-산벚나무 새순. 외에도 조팝나무꽃이 피었고 산벚나무, 팥배나무, 생강나무 등은 새순을 막 틔우고 있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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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다리까지? 영락없는 돼지바위이다.
 짧은 다리까지? 영락없는 돼지바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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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길에 만난 아기코끼리 바위
 내려오는 길에 만난 아기코끼리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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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등산을 시작, 지난해 9월부터 매주 일요일마다 산행을 하고 있는 언니와 함께 고3이 된 조카와 둘째에게 언니와 내가 고향의 들과 산에서 보고 자랐던 나무와 들꽃에 대해 이야기해주며 천천히 내려왔다. 형제들과의 이런 시간이 참 좋다.

우리는 이모나 고모, 삼촌의 정을 모르고 자랐다. 아버지는 단독 월남하셨고 어머니는 6자매지만 이모들과 멀리 떨어져 살았기에 집안 잔치 때 만나면 동네 이웃보다 더 낯설었다. 이런지라 우리 형제들은 고모나 이모와 가까이 지내는 친구들을 부러워했다.

이런 우리 형제들이 하나둘 가정을 꾸리며 다짐한 것은 우리 아이들에게는 고모나 이모, 삼촌이나 사촌들의 정을 듬뿍 안겨 자라게 하자는 것이었다. 오늘 산행도 이런 의도에서 시작됐다. 우리 형제들의 이런 노력 때문인지 사촌들끼리 친형제나 다름없이 잘 어울린다.

마지막 쉼터에서 점심 때 먹고 남은 쑥버무리와 개떡을 나눠먹었다. 헤어지려는데 막내네 유진이가 울음을 터뜨린다. 한달에도 몇 번이고 자주 만나는 편인데, 좀 더 놀고 싶어 떼를 쓰는 것을 보면 이 고모 저 고모, 언니 오빠 손에 이끌려 힘들게 올라간 산행이지만 제 딴에 무척 좋았나 보다.

포항에 사는 동생이 늘 마음에 걸리고 오빠와 큰 언니가 일요일이면 더 바쁜 식당 때문에 참여할 수 없지만, 이번 산행을 시작으로 우린 한달에 한번씩은 산행을 하기로 했다.

동생들을 챙기다보면 신경 쓰이는 것도 많고 더 높은 곳에 오르지 못하는데도 한달에 한번은 형제들과의 산행을 하겠다는 둘째 언니가 그저 고맙다. 둘째를 배낭 매듯 업고 힘들게 오른 길도 마다하지 않은 동생도 고마울 뿐이다. 우리 형제들의 안전한 산행을 도와준 북한산의 산신령도 고마운 그런 밤, 피곤하지만 기분 좋은 밤이다.

봄나들이로 산에? 아이에게 등산화를 신겨야...
형제들과의 산행을 앞두고 아이의 등산화를 구입하면서 아쉬웠던 것은 아이들 등산화가 그리 흔하지 않고 가격도 대체적으로 비싸다는 것이었다.

아동용 등산화가 그리 많지 않고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들은 꼭 구입하는지라 선택의 폭에 비해 가격은 대체적으로 비싼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한번 사면 오래 신을 수 있는 어른들과 달리 발이 자라는 대로 자주 바꿔줘야만 하는 아동용 등산화의 높은 가격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필요는 하지만 구입을 망설이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아동용 등산화에 대해 검색해 봤다. 검색결과 5개 업체 10제품. 대략 6~9만 원 선에서 13만 원 선이다. (물론 싼 제품도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겠지만) 내가 구입한 칸투칸 아동용 등산화는 검색결과 가장 싼 가격인 29800원. 운좋게도 싼 가격에 아주 만족스런 제품을 구입했다.

딸아이의 등산화를 구입한 온라인 판매업체인 칸투칸 마켓팅 담당 김종식 과장과 아동용 등산화의 필요성 등에 대해 이야기해봤다.

-아동용 등산화의 필요성은?
"아이들은 균형 감각이 완전발달하지 않고 성장하는 단계라 낮은 산을 가더라도 등산화는 반드시 갖추는 것이 좋다. 미끄러짐을 방지하고 발목을 보호하는 등의 등산화의 특성 때문에 현장체험을 갈 때나 눈썰매장을 갈 때도 등산화를 신기면 훨씬 안전하다. 등산화는 비싸다는 생각과 아동용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도 있어 어른인 자기는 등산화를 신고 아이는 일반운동화를 신겨 산에 가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신을 수 있는 등산화가 있다."

-다른 업체보다 저렴한데도 품질은 만족스럽다. 다른 업체들도 싼 가격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우리나라 아웃도어제품 거품이 너무 심하다. 우리는 직접제조-온라인판매 방식이라 거품이 끼어들 틈이 없다. 반면 오프라인 매장을 갖춘 업체들은 유통 과정에서 거품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아동용 등산화 8~9만원이나 10여 만 원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다."

-부모입장에서 아동용 등산화가 5~6만 원대만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업체에서 볼 때 어떤가?
"5~6만 원대도 사실 비싸다는 생각이다. 아웃도어업계 거품만 줄여도 훨씬 싼 가격이 가능하다. 3만 원대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아동용 등산화를 고를 때 주의할 점은? 
"가격이 비싸야만 안전한 것은 아니다. 모양이나 색깔보다는 등산화의 기능에 충실한 것을 우선하여 고르면 저렴하면서 품질이 뛰어난 것을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다. 아동용 등산화 중 찍찍이 테이프 등을 쓴 것도 있는데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편리함보다는 안전이 우선이다. 등산화는 끈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인전하다. 산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라게 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안전한 산행을 위한 안전한 습관이라고 생각한다."(2009.4.13 통화 내용 정리)



태그:#북한산, #형제, #산행, #봄꽃, #몽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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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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