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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말에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진실 혹은 거짓'이라는 부제로 실제 있을 것 같은 거짓 이야기를 골라내는 프로그램이지요. 3년 전 만우절에 제가 <오마이뉴스>에 올린 로또 관련 '가상뉴스'를 방송으로 만들고 싶다고 하더군요. 소정의 원작료(상품권)와 함께 흔쾌히 허락했습니다.

 

3년 전 가상뉴스 내용을 간단히 요약해보면 이렇습니다.

 

빚보증 잘못 서서 3억 원의 부채를 떠안게 된 30대 가장 김씨와 교통사고로 사망한 아내가 가해자로 몰리면서 법정 싸움에 지친 30대 가장 박씨. 기구한 운명과 힘에 겨운 두 30대 가장이 자살을 위해 한강다리 위에 올랐지만 경찰의 설득으로 성공하지는 못한다.

 

이후 속사정을 알게 된 두 사람은 친구가 되고 위로삼아 구입한 로또가 3억 원에 당첨된다. 서로에게 3억 원을 양보하다가 한 친구가 편지와 함께 당첨로또 용지를 친구집 우편함에 넣는다는게 그만 옆집에 잘못 넣게 된다.

 

하지만 옆집 주인은 그 로또와 편지를 언론에 제보해 빚 탕감과 국선변호사 선임 등 문제 해결을 해준다. 이 소식은 CNN, BBC, 요미우리 신문 등 전 세계 주요 언론에 소개되고 결국 이 사연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내용의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물론 영화의 주인공은 바로 이  두 가장.

 

 

 

내가 쓴 감동 가상뉴스, 공중파에 나오니 교육 목적으로 활용하려고 했는데...

 

어때요? 감동 있지 않나요? '그럴싸한' 개연성도 보이구요. 위 글은 간단하게 요약해서 잘 모르지만 당시 '가상뉴스'에는 실제 지명과 가상으로 인터뷰에 응한 인물 이름이 나와 있고 사건을 다룬 스트레이트 기사 형식이라 실제 있었던 것인지 꾸며낸 것인지 쉽게 구분이 안될 정도이지요. 그 당시 심혈을 기울여 만든 '가상뉴스'라 정말 그럴 듯 했습니다.

 

이 내용이 공중파에서 영상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에 저는 초점을 맞춰 아이들 교육에 활용해 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독서토론 지도하는 일인데요, 책 대신 이 내용을 보고 우선 영화감상평을 써보는 것이지요. 시간적 여유가 되면 이 내용으로 토론도 해볼 수 있구요. 주인공인 이 두 친구의 행동에 대해 말이죠.

 

여하튼 저는 이 내용이 경제적인 문제, 시사적인 문제, 양보와 배려 등 아이들에게 유익하다고 생각해 이 원글을 출력해 아이들에게 나눠줬습니다. 일요일에 시간되면 보라고 말이죠. 보고 나서 감상평 써보고 싶은 친구는 한번 써보라구요. 이것은 수업 외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강요하거나 의무를 지을 순 없으니까요. 아이들 어머니들께도 직접 알려드리거나 문자를 통해 제 글이 방송으로 영상화돼 나감을 공지해 드렸습니다.

 

감동과 우정, 배려와 눈물이 비극적 결말로 바뀌어버리다

 

궁극적으로 교육적인 목적으로 활용을 해보겠다는 것인데요. 방영 이틀 전인 지난 금요일(10일) 해당 작가에게 전화를 해보았습니다. 몇 번째로 방송되는지 궁금해서 말이죠. 그런데 작가 하는 말이 "마지막 내용이 좀 바뀌었는데요, 두 주인공이 서로 로또를 차지하려다가 죽는걸로요. 프로그램의 특성상 극적 반전을 꾀해야 해서요. 끝 내용이 감동적이긴 하지만 좀 밋밋해서요."  

 

그 말을 듣는 순간 하늘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아이들과 어머니들에게 매우 감동 있고 아이들이 뭔가 느끼는 점이 많을 내용이라고 '광고'를 하다시피 했는데요. 원글을 각색해서 드라마, 영상으로 만드는 데 내용의 변형은 당연한 것이지만 이렇게까지 그것도 완전하게 반전될 줄은 전혀 상상도 못했거든요. 며칠 전 작가에게 전화했을 때는 거의 원글(가상뉴스)대로 제작이 된다고 했는데 진행을 하면서 내용이 좀 '강하고' '쇼킹한 것'으로 나름대로 변한 듯 했습니다.

 

<서프라이즈> 그 방송이 바로 오늘(12일) 있었습니다. '자살 친구 이야기'라는 제목으로요. 처음 내용은 제 원글과 크게 다르지 않더군요. 약간 재밌는 요소를 넣긴 했지만요. 그러나 로또 당첨 시점부터 두 친구가 서로 가지려고 하다가 한 친구를 살해하고 당첨금을 타려고 은행에 갔다가 그 로또가 지난회차였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헛수고'를 한 셈입니다. 아무것도 아닌 일로 친구를 죽인 죄책감과 어리석음을 깨닫고 이 친구 또한 자살을 선택하게 됩니다. 결국 두 친구 모두 죽게 됩니다. 이날 방송 내용이죠.

 

아름다운 해피엔딩으로 감동과 눈물로 뒤범벅될 줄 알았던 만우절 가상뉴스. 결국 이렇게 비극으로 끝나버렸습니다. 솔직히 그 작가님이 야속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뭐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쪽 나름대로 시청률을 의식해 효율적으로 일을 추진한 것뿐이니까요. 다만 그렇게 비극으로 만들었을 때와 원문처럼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했을 때 시청자들에게 어느 것이 더 많은 감흥과 느낌을 주느냐 하는 것인데 제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후자 쪽이었습니다.

 

작가님! 감동스러우면서도 신비한 내용 좀 많이 뽑아주세요

 

사실 그동안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는 미스테리한 죽음과 귀신 등장 등을 많은 소재로 삼아왔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그것이 식상해지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어느 순간에는 코믹한 소재가 많이 등장하기도 했구요.

 

이번 일로 여러 지인들에게 일요일에 꼭 그 프로그램을 보라고 권하니까 죽음 내용과 귀신 내용, 끔찍한 내용이 많아 잘 안 본다는 분들이 꽤 계시더군요. 뭐 방송 특성상 '신비한' 내용의 컨셉트가 맞긴 하지만요.

 

그나저나 이 방송을 본 독서토론 하는 아이들은 어떻게 되냐구요? 글쎄요. 극적 반전이 생겨 마지막 내용이 확 바뀌긴 했지만 이것도 생각 나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해피엔딩이 아니라 좀 아쉬운 마음은 있지만 바뀐 내용도 결코 던져주는 메시지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죽음을 극복하며 인연을 맺은 두 친구가 결국 돈 때문에 사이가 갈라지고 결국 둘 다 죽음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던 내용, 그리고 한 친구가 그것을 후회하고 잘못을 깨달았다는 점에서 아이들이 느끼는 바가 있었을 것입니다. 죽음이라는 설정이 정서상 좀 내키진 않지만 여하튼 욕심을 내서는 안 된다는 교훈적인 내용은 남겨주는 것이니까요.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 앞으로 죽음에 관련한 신비한 설정 장면도 좋지만 감동스러우면서도 신비한 내용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태그:#신비한TV 서프라이즈,, #가상뉴스, #로또당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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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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