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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왕시중앙도서관과 신설 의왕경찰서의 더부살이
 의왕시중앙도서관과 신설 의왕경찰서의 더부살이
ⓒ 의왕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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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의왕시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중앙도서관에 의왕경찰서 임시청사 개설을 허용하자, 시민단체가 학습권을 신속히 복원할 것을 촉구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의왕시민모임(공동대표 조창연)은 지난 8일 의왕중앙도서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형구 시장은 의왕중앙도서관내 의왕경찰서 임시청사 개설로 인하여 침해된 15만 의왕시민의 평생학습권을 복원할 것과 시민단체의 비판적 조언에 대해서 '비아냥 거린다'라고 한 비하발언에 대해 시민과 의왕시민모임 등 시민단체에게 공개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의왕시가 신설되는 의왕경찰서 청사로 사용할 공장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기간 동안, 중앙도서관 지하 1층 자료보관실과 1층 문화교실, 4층 강당에 경찰서 임시청사를 허용하면서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평생학습공간 도서관이 졸지에 경찰서와 더부살이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이미 동아리 공간이 경찰 사무실로 변했고 주말에 영화도 보고 공연도 하던 강당은 칸막이로 가려지는 등 공사가 한창이며, 아름다운 조형물을 뽐내던 중앙도서관을 표시하던 간판 그 위에는 의왕경찰서 간판이 내걸리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다.

 평생학습권 보장 촉구 시민단체 기자회견
 평생학습권 보장 촉구 시민단체 기자회견
ⓒ 의왕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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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가 갈 곳 없기로 도서관에 설치하다니..."

의왕시민모임은 '의왕중앙도서관내 의왕경찰서 임시청사 설치에 따른 부당성과 이형구 시장의 '비아냥 발언에 대한 입장' 성명에서 "시장은 중앙도서관(책마루)내 의왕경찰서 청사 조기개서를 결정함으로써 많은 시민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의왕경찰서를 한시적으로 개청한다 하더라도, 중앙도서관과 경찰서가 동거하도록 결정한 의왕시의 정책 실수는 도서관의 평생학습기능을 위축시켜 15만 의왕시민의 평생학습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경찰 업무도 적극 추진하기가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시민단체는 "의왕경찰서 신설이 마치 '대통령님', '국무총리님', '장관님', '국회의원님' 등 특정 정치인들의 하사품에 의해서 이루어진 듯한 현수막의 문구는 시민의 자존심과 명예를 훼손하는 진정 목불인견(目不忍見)이 아닐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조창연 공동대표는 "그동안 15만 의왕시민이 끊임없이 의왕경찰서 신설을 요구하여 왔고, 이번 의왕경찰서 신설은 15만 '의왕시민의 진정한 노력의 결과'였기에 오히려 지역정치인들은 15만 시민에게 그 고마움을 전해야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이어 조 대표는 "이형구 의왕시장이 지난 3월 20일 케이블TV ABC방송 '열린광장'에 출연하여 의왕경찰서 개설과 관련 시민과 시민단체의 비판적 조언에 대해서 '업무를 하다 보면 유난히 좀 비아냥대고 하는 부류의 분들이 있는데~'라는 발언을 하였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시민을 섬기고 존중해야 할 시장이 시민과 시민단체의 비판적 조언에 대해서 이런 모욕적인 발언을 한 것에 상당히 유감스럽고,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의왕시 홈페이지 공지 갈무리
 의왕시 홈페이지 공지 갈무리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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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왕시민모임은 이날 이형구 의왕시장을 향해 "3선에 몰두하는 시장이 아닌, 참된 시민의 대리자로서 15만 시민을 위하여 500여 공직자들과 함께 시민 자존심과 명예가 존중되는 '행복한 의왕, 건강한 의왕'을 만들어 나갈 것을 엄숙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의왕시는 시 홈페이지 공지 글에서 "2009년 4월 20일자로 의왕경찰서 개서가 확정되었다"고 밝히고 "조기개서 일정에 맞추기 위해 부득이 시민 여러분이 이용하는 중앙도서관에 우선 자리를 잡게 되어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 양해를 구했다.

또 "경찰서가 이사 갈 곳을 마련중으로 빨리 준비토록 하겠다"며 "2~3개월만 참고 기다려 주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경기경찰청도 "임시청사로 의왕도서관을 사용하게 됨에 따라 불편이 예상되나 경찰서 없는 지역에 하루라도 빨리 경찰서를 개서해 범죄 불안감을 해소해달라는 지역주민들의 염원에 따라 불가피하게 임시청사로 사용하게 되어 양해 바란다"고 말했다.

 의왕시장 비서실에 성명을 전달하는 시민단체 관계자
 의왕시장 비서실에 성명을 전달하는 시민단체 관계자
ⓒ 의왕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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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도서관 대신 의왕경찰서로 책보러 가자는 말이 나올 것 같습니다."

의왕경찰서 신설이 확정된 것은 지난 3월 10일이다. 국무회의가 대통령 특별지시에 따라 경찰서 없는 경기도내 3개 지역(의왕시, 하남시, 동두천시)에 경찰서와 경찰서장 직위를 신설하는 내용 등을 포함한 '민생치안역량 강화대책'을 의결했기 때문이다.

이는 경기서남부 연쇄살인사건 이후 '경찰서를 신설해 달라'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건의를 대통령이 받아들여 경찰서 신설을 확정했으나 부지 및 청사 마련 등에 따른 예산은 미확보된 상태에서 너무 성급하게 처리함에 따라 이런 결과를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결국 하루 400~500여명, 주말에 4천명이나 이용하는 중앙도서관에 경찰서 임시청사가 들어서 나눠써야 한다는 사실 앞에 시민들은 "경찰서 신설이 기쁜 일이나 이건 아니다"라고 지적하고 "시내에 내걸린 용비어천가식 현수막도 철거하라"고 항의하고 있다.

의왕시민 이재웅씨는 인도 출장의 경험을 예로 들며 "전력사정이 나쁜 인도 타밀나두주에서는 어떤 일이 있어도 교육기관이 전력난으로 지장을 받지 않도록 교육여건을 확보하고자 노력하는데 우리 의왕시에서는 백년지대계인 교육에 역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화성경찰서 개청 때 컨테이너로 임시청사를 마련해 불편을 최소화 한 화성시에서 보여준 공직자의 자세는 (의왕시에서) 어디로 갔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의왕#의왕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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