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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노사 간 합의로 풀려난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이 6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YTN사옥 노조 사무실로 출근하여 문에 '구본홍 저지 투쟁 259일째'라는 날짜판을 고치고 있다.
 지난 2일 노사 간 합의로 풀려난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이 6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YTN사옥 노조 사무실로 출근하여 문에 '구본홍 저지 투쟁 259일째'라는 날짜판을 고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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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가 멎었다. 잘 싸우던 검투사가 느닷없이 먼저 칼을 내렸기 때문이다. 환호도 잠시 멎었다. 지난 260여 일간 줄곧 박수와 함성을 보내던 관중은 망연자실하더니 "잘 싸웠다" "아쉽다"는 평가를 함께 내놓는다. 대부분 "아쉽다"가 뒤다. "아쉽지만 잘 싸웠다"는 표현과 "잘 싸웠지만 아쉽다"는 표현은 같은 듯 다르다. 일부에서는 "굴욕", "항복", "투항"이란 거친 단어까지 튀어나온다.

YTN 노동조합이 싸워왔던 259일이란 숫자만큼, 지난 4월 1일이란 날짜는 YTN 노조 투쟁에 중요한 날이 되어버렸다. YTN 노조 비대위가 고소고발 소송 취하, 파업 중단, 임금 동결 등 아홉 개항에 대해 회사와 합의했기 때문이다. '합의'라는 모양새였지만 사실상 "후퇴"를 선언한 것이기 때문이다.

파업은 끝났고 조합원들은 복귀했다. '해고자 문제'는 여전히 '법적 판단'에 맡겼고 노사합의서에는 심지어 '일체의 적대행위를 하지 않는다' '모든 현수막 구호지 등을 철거한다'는 내용까지 담겨 있었다. 그 당시 서울구치소에 있던 노종면 위원장은 그 합의서에 서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합의 덕분에 법원이 구속적부심을 인용했고 합의 다음날인 2일 석방될 수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들 묻는다. "YTN 어떻게 되는 거야?", "YTN 노조 갑자기 왜 그런 거래?", "'사태 종료'라고 봐야 하지 않겠어?"

노종면 위원장에게 묻기로 했다. 지난 6일 아침 7시 그를 출근길 동행 인터뷰했다. 인터뷰는 그의 자택인 인천 부평구 삼산동부터 서울 남대문로 YTN 사옥까지 가는 두 시간 동안 이어졌다.

"2주 만에 다시 가족들과 맞은 주말, 휴일에 뭘 했느냐"고 묻자 노 지부장은 "그냥 푹~쉬었다"고 했다.

"구본홍 싸움 시작할 때,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었다"


- 바람이나 쐬고 오지 그랬느냐?

"아직 안 된다. 큰아이 때문에…."

아차, 그의 큰딸 해민이는 얼마 전 수술을 했다. 그런데 하필 그 수술 날짜가, 아빠가 구속되어 있던 시기와 겹쳤다. 다행히 수술은 잘됐고 경과도 좋았지만 아빠는 수술실에서 나온 딸의 볼을 비벼주고 머리를 쓰다듬어주지 못했다. 그는 지난달 26일 밖으로 낸 편지에 이렇게 썼다.

"오늘 수술을 받았으면 지금쯤 살 째지고 뼈 시린 고통에서 다소 풀려났을 텐데…. 아이는 의젓하다는데 애비가 청승이다. 잘 자렴 해민아."

그는 세 아이의 아빠. 그는 "여태까지 살면서 아이들에게 미안한 적이 없을 정도로 잘 해줬는데…"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아주 미안한 일 투성이네요." "그러게요."(웃음)

차는 가족 얘기를 마칠 때쯤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와 서울 외곽순환고속도로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 구본홍 사장 YTN 사장 내정설이 흘러나오기 시작한 게 지난해 4월이니 꼭 1년 전이다. 당시 그 얘기를 듣고 당시 어떤 생각이 들었나.
"'절대 안 된다'는 생각과 동시에 '우리에게 힘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6년 전에 표철수씨 막아낼 때도 노조가 직접 행동을 해서가 아니라 노조가 반대 입장을 표명한 뒤 막후 조정을 통해 낙마시켰었다. 조합원들이 이렇게 싸워서 막아낸 적은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고민들이 많았다.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었다."

- 그래서 어떻게 풀어갔나.
"그런 와중에 조합원이 모이는 집회를 5월부터 하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이 보이는 거다. 의견들도 적극적이었다. 현덕수 전 위원장의 경우 그 무렵에 느꼈던 것 같다. '아, 싸울 수 있겠다' 나도 동기로서 힘 보태야 한다는 생각을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5월 29일 이사회 저지한다는 공지 띄웠는데 60여 명이 왔다. 고무됐다. 그 정도일 줄 몰랐는데…, 그때 자신감을 얻었다. '구본홍 들어오는 걸 무기력하게 바라볼 상황은 아니다!'라는."

- 지난해 8월 노조위원장 결의하면서 무슨 생각했나.
"현덕수 다음 위원장은 실질적으로 투쟁을 이끌 사람이어야 했다. '내가 나갈까'라는 생각 있었지만 이미 언급되는 동기들이 있어 빠져 있었다. 그런데 박경석 전 위원장이 구본홍씨와 합의한 내용을 들고 왔다. 구본홍씨를 받자는 의견과 그럴 수 없다는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힘든 상황이었다. 결국 구본홍씨와 박경석 전 위원장의 합의안이 부결됐다. 그 이후 일종의 책임감 같은 게 작용을 했다. 나도 당시 합의안에 반대하는 입장이었고. 그래서 나서게 됐다."

- YTN 구본홍 반대 투쟁이 260여 일 이어지리라고 예상했나.
"글쎄, 투쟁 초기 내 가장 큰 관심사는 '언론인으로서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는 싸움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격렬하게 반대해도 주총을 막을 순 없을 거라 봤다."

- 말대로 주총을 막진 못했다. 하지만 그날이 YTN 노조 투쟁에 상징적인 날이 된 것 같은데?
"그렇다. 지난해 7월 14일 주주총회가 투쟁에 가장 큰 분기점이었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구치소에서 석방된 노종면 YTN 지부장이 현덕수 전 지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구치소에서 석방된 노종면 YTN 지부장이 현덕수 전 지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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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투쟁 동력, 노조에 대한 조합원의 무한신뢰

- 그날 이후 YTN 노조는 갖가지 투쟁 방식을 선보이며 260일을 지내왔다. 그 힘은 어디서 나온 것이라고 보나.
"타 회사와 분위기가 좀 다른 점이 있다. 노조에 대한 조합원들의 무조건적인 신뢰가 있다. 노조가 하자면 조합원들이 다 따른다. 물론 내부 토론도 치열하게 거치겠지만 집행부가 하자는 일에 반기 든 기억이 없다. 박경석 전 위원장이 들고 온 구본홍과의 합의안 이것 빼고는 없었다. 노조 10년의 역사였다. 또한 극심한 분열을 수습하겠다고 출범한 집행부에게는 좀 더 힘을 실어줬다. 박경석 전 위원장 합의안 부결 때는 거의 (조합원 여론이) 50:50이었는데, 지난번 우리 파업 참여율이 90%가 넘었다."

지난 2일 서울구치소 앞에서 그를 기다리던 한 조합원은 "위원장이 맘이 좀 상해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위원장 석방만을 위해 노조가 한참 후퇴했고, 구본홍은 웃고 있을 상황을 만들었으니 그런 것이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다른 조합원 역시 "그를 가둬가면서까지 지금 같은 투쟁을 할 수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노종면 위원장은 여러 가지로 심경이 복잡해 보였다. 빈틈을 찾기 위해 그는 합의문서와 씨름 중이다. "밑줄 쳐가면서 공부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합의안에 대한 책임은 모두 내가 진다", "협상 지시는 내가 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다만 합의 문안에 대한 개인 견해와 평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 개인의 의견을 밝히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 합의안에 대한 지침이나 통보가 있었나.
"세세히 알지는 못했지만, 큰 틀에서 지침을 내리고 통보받고 그랬다."

- 옥중서신을 통해 '날 위해 싸우지 말라'고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결국 '노종면을 위한 싸움'이 된 것 아닌가.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좀 더 힘든 상황에서 싸워야 하는 시기가 됐다. 합의안을 두고 외부에서 지적하고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내부로 그 부분들이 투영되어 버리면 굉장히 어렵다. 조합원 중에 합의안에 반대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겠냐. 합의안에 동의해 준 것은 합의안 자체에 대한 동의라기보단 집행부 판단을 믿은 것이다. 노종면을 구하는 것이 됐든, 고소된 사람을 구하는 것이 됐든 집행부가 하는 것이니 일단 지지하고 다음 단계를 보겠다는 생각이었다."

- 구속 이후에는 이른바 '옥중투쟁' 혹은 '옥중지침'을 준비하진 않았나.
"구속될 때 '저쪽이 치명적인 악수를 두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파업을 물릴 수는 없었지만 상황은 악화될 것으로 봤다. 과연 어느 정도까지 버틸 수 있을까. 하지만 이후 파업참여율 체크해 보니 오히려 강화됐더라. 이런 상황에서 어차피 우리 투쟁의 목적이 공정방송 제도 만들고 방만 경영 구조를 차단하고 해직자들 일괄적으로 복직시키는 것인데, 이 실질적인 목표들을 가져올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다고 봤다. 협상 지시는 내가 했다. 구속된 후에도 '실기하지 말고 조합원 다독여라'고 전했다. 협상단 꾸리고 외부 중재단 구성도 지시해 놓은 상태였다."

지난 2일 노사 간 합의로 풀려난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이 6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YTN사옥 노조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YTN 노조 사무실 유리문에 YTN 노조에 대한 응원문구와 지지의 편지들이 붙어있다.
 지난 2일 노사 간 합의로 풀려난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이 6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YTN사옥 노조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YTN 노조 사무실 유리문에 YTN 노조에 대한 응원문구와 지지의 편지들이 붙어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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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일 위원장 구속이란 상황이 없었더라도 이 시기에 노사 합의가 나올 수도 있었나.
"그동안 노조는 여러 부분에서 타협을 하고 성과를 이끌어보자 노력했다. 그런데 저쪽(사측)에서 무시하고 탄압하는 쪽으로 나갔다. 체포되기 전에도 대화의 노력하고 있었다. 투쟁이 길어지면서 오는 힘든 상황이 있다. 당장 아침집회 참가자수가 현격하게 줄어들고, 보도국장 선거과정에서 '임명권 다 준 것 아니냐'는 자조적 의견도 있었고…. 그러다가 어렵게 어렵게 조합원들에게 제시하고 조합원들이 수용해 준 것이 총파업이었다.

밖에서 보면 노조가 열심히 투쟁하다가 총파업까지 왔다고 볼진 몰라도 그게 아니다. 끊어질 듯 끊어질 듯하던 동력이 극한적 투쟁의 형식으로 발현된 것이다. 마지막 죽을 힘을 다한 상황이었다. 배수의 진이었다. 노조의 명분이 살고 도덕적으로도 건강했다. 이렇게 힘이 실렸을 때 공정방송 제도화, 방만경영 방지책 등을 얻어내고 파업을 끝냈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아쉽다.

하지만 겉으로 볼 때 노조가 얻은 것은 소 취하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 싸움에서 그것을 얻어내면 이해를 구할 것이고 못 얻어내면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난 이 판단을 최선의 노력을 다 해본 다음에 하려 한다."

석방 직후 그는 구치소에서 YTN 사옥으로 이동해 1층에서 기다리던 'YTN 지킴이' 등 촛불시민들을 만났다. 이들은 노 위원장의 석방을 축하하고 격려하면서도 "항복", "백기투항",  "패배", "배신"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격하게 따졌다. 험한 욕설이 터지기도 했다. 하지만 노 위원장은 이들 앞에서도 꼼짝없이 1시간가량을 서서 일일이 답변해줬다.

- 조합원들이 승리를 외치고 파업을 풀었지만 외부인들 특히 촛불시민들은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외부 단체들도 "잘 싸웠지만 다소 아쉽다"는 반응인 것 같고?
"'우리 편'끼리 싸우는 것은 생산적이지 않다. 싸움이 끝났을 때, 그때 평가와 비판이 모두 생산적일 것이다. 당시에도 시민들하고 말했던 게 'YTN 사람들이 나를 환영해 준 건 내가 구속 상태에서 풀렸기 때문이다. 생각은 그 사람들도 다 비슷할 것이다. 아직 풀리지 않은 여러 가지 투쟁을 성과물로 만드는 일을 계속 할 것이다. 물론 종전보다 일하기가 어려워졌다. 올가미가 되는 부분이 있을테니…. 하지만 노조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일단락 아닌 후퇴... 굴욕적 합의라는 평가, 존중한다"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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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락'이란 표현에 동의하나.
"'후퇴'라고 생각하고 싶다. 조합원들이 위원장 구속 사태에 심적으로 굉장히 동요했던 것 같다. 미리 정서적인 준비가 안 되어 있어서…. 노조가 전반적으로 후퇴한 것이다."

- "무릎을 꿇었다", "굴욕적인 항복"이란 표현에는?
"합의서가 굴욕적이라는 느낌과 평가, 존중한다. 그리고 YTN 노조에 큰 압박으로 다가온다. 다만 그 평가가 합의서에 대한 평가로 남았으면 한다. 합의서 도출하는 과정에서는 시민들의 기대를 저버렸지만 이후 실질적인 새로운 국면의 투쟁을 통해서 시청자들과 시민들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단 평가를 해주시라. 물론 평가를 유보해 달라는 건 아니고 이후 모습에 대해서도 냉정한 평가를 해주십사 하는 것이다.

위원장이 뭐 하는 사람인가? 난 조합원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제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제시를 해보고 조합원들이 '그거 틀렸다'라고 하면 못한다. 그 제시할 만한 게 있냐 없냐에 대해 합의서를 밑줄 쳐가면서 공부하고 있다. 난 여전히 조합원들에게 제시할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 뭐가 있을까.
"공정방송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동안 노조 차원에서 꾸준히 연구해온 것을 구체화하고 제도를 담보하는 활동을 시작할 것이다. 이건 한정 없이 오래 걸리는 일이 아니다.

다음 해직자 문젠데… 해직자 일괄복직이 가능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만일 그것이 안 되면 소송 결과 보면 된다. 해고 무효 판결이 나오면 합당한 책임 묻는 것으로 새로운 투쟁이 전개될 것이다. 노조가 법적 지위에 대한 다툼은 스스로 포기했다. 그동안이 원천적으로 무효라고 반대했던 투쟁이었다면, 이제는 구본홍 잘못 하면 책임 묻는 투쟁이다. 설정 자체는 근본적으로 후퇴가 분명하다. 하지만 드러나는 모습은 비슷할 것이다. 지난해 10월 해고가 잘못됐단 것은 어떤 법조인이라도 인정할 것이다.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

이외에도 지속적으로 조합원 문제의식이 반영되는 행동들이 나올 것이다. 260일 동안 투쟁해 온 조합원들이 합의서 한 장에 모든 것을 다 버린다? 그렇게 보는 게 비현실적인 것이다. 합의서에 규정하지 못하고 있는 내용을 찾는 일에 조합원들이 나설 것이다."

- '해고 무효판결'이 나온다면?
"구본홍이 책임을 져야 한다. 사람의 직을 떼어냈다. 최종결정권자가 이에 합당한 책임을 지는 게 맞다."

- 해고가 정당했다는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
"나와 관련해 정당했다 판결이 나오면, 따를 것이다. 이번에 합의한 내용이 그것이기 때문에…. (해직자 6명이 모두 같은 생각인가?) 그렇다. 지난주에 확인했다.

- 사측이 '신뢰회복되면 해고자 복직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노조에 구두 전달했다는데?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하는 일이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어디 니들 잘 하냐 두고 보마'는 식으로 인식하면 사태는 절대 풀리지 않는다."

- 주총 무효 소송은 다퉈볼 만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때문에 구본홍 사장을 사실상 인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 같은데?
"합의안에서 아픈 부분이다. 지적에 공감한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주총 승소 가능성에 대해서 많은 고민들을 했던 것 같다."

경찰이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과 현덕수 전 위원장등 노조원 4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한 가운데 지난 23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YTN사옥에서 YTN 노조원들이 총파업 출정식 겸 결의대회를 열고 체포된 노조원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경찰이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과 현덕수 전 위원장등 노조원 4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한 가운데 지난 23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YTN사옥에서 YTN 노조원들이 총파업 출정식 겸 결의대회를 열고 체포된 노조원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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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났다 선언할 일은 없을 것 같다"

- 의욕적으로 시작했던 총파업이 금방 막을 내렸다. 총파업 과정에서 제대로 다루지 못한 것이 많지 않은가?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총파업에서 얻은 게 없었다는 것엔 찬성한다. 하지만 분명히 있다. 결국에는 향후 싸움으로 본다. 사측으로부터 얻어낸 것은 없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직종을 떠나 한 공간에 모일 수 있다는 점을 피부로 느꼈고, 감히 말하지만 지난해 분열의 상처가 이번에 총파업을 통해서 완벽하게 치유됐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결심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 그 힘은 이제 흩어졌나? 아직도 모여 있나?
"물리적인 힘의 규합만 없는 것을 뿐이다. 집행부를 구심으로 조합원들이 따르고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 그 어떤 때보다 강력한 수준이라고 본다. 만일 노조가 지금 미디어악법 총파업 투표하자 그러면 더 많은 사람이 투표하고 찬성할 거다."

- 싸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언제쯤 싸움이 끝날 것이라고 보나.
"'끝났다' 선언할 일은 없을 것 같다. 내게 부과되는 임무가 공정방송 위한 튼실한 제도 만들고 해고 상처를 다 해소시키고 이 부분이 가장 큰 임무인 것 같다. 구본홍 나가고 안 나가고를 우리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원천적으로 아니었다."

- '일체의 적대적 행위를 금한다'는 조항이 있어 노조에 제약이 많을 것 같은데?.
"합의라는 것은 서로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다. 어느 일방이 힘이 있더라도 힘을 절제하고, 양쪽 다 할 말이 있도록 적어도 자존심과 관련된 부분 건드리지 않는 게 합의다. 불순한 의도를 굴복시켜서 어떻게 해보겠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의사표현과 적대행위를 구부하기도 어렵다. 만일 사측이 이 '적대적 행위'를 광의적으로 해석한다면 노조는 그에 따를 의사가 눈곱만큼도 없다."

- 이른바 언론악법 투쟁의 약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언론계의 우려가 있다
"그럴 수 있다. YTN은 그동안 언론계 전반적인 투쟁에서 '예열 역할'을 했다. 그동안 언론노조와 우리는 상호보완적인 투쟁을 했다. 우리가 재승인 등으로 움츠러들었을 땐 언론노조의 총파업 투쟁이 있었고…. 그렇다면 6월엔 어떻게 할 것이냐? YTN 노조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올 것이라고 본다."

석방되자마자 그는 "합의문에는 조합원의 동료애가 배어 있는 반면 사측의 졸렬함이 드러나 있다"고 비난했다. 서울 구치소에서 나오자마자 '낙하산 반대 배지'를 달라고 해 양복에 달았다. 석방 후 다시 켠 그의 휴대폰 액정에는 '구본홍 반대' 글자가 여전히 선명했다.

그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솔직하게 "후퇴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지켜봐 달라", "지금 평가하되, 이후 투쟁을 보고 다시 한번 평가해 달라"고 당부했다.

YTN 사옥에 도착할 무렵, 이렇게 물었다.

"YTN 노조 투쟁이 구본홍 사장 반대 259일에서 '후퇴'를 선언한 건데…. 그렇다면 오늘(6일)은 263일인가? 아니면 새로운 투쟁 4일인가?"

그는 즉각 대답했다.

"그건 당연한 것 아닌가?"

- 263일?
"그렇다."


태그:#노종면,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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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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