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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느끼고만 가세요!"라며 그가 권해준 천일각에서의 죽로차 맛은 아마도 오래도록 기억될 듯싶습니다.
 "그냥 느끼고만 가세요!"라며 그가 권해준 천일각에서의 죽로차 맛은 아마도 오래도록 기억될 듯싶습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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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사 동백 숲은 새들의 천국입니다. 산까치, 멧비둘기, 휘파람새, 수꿩, 꾀꼬리 등의 온갖 새 울음소리에 산사는 야단법석입니다. 동백나무 수천여 그루가 군락을 이뤄 자생하고 있는 동백 숲에는 동백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오가는 오솔길에는 붉은 동백꽃이 뚝뚝 떨어져 내립니다.

동백의 붉은 꽃잎은 긴 가뭄과 꽃샘추위에 새까맣게 타버렸습니다. 수없이 매달린 올망졸망한 꽃송이들은 채 피우지도 못하고 떨어져 내립니다. 차라리 떨어진 꽃무더기가 더 아름답습니다. 숲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소리, 새소리가 마음을 가볍게 합니다. 산까치의 안내를 받아 길을 오르다보면 마음에는 절로 여유로움이 깃듭니다.

붉은 꽃송이를 주워 모아 사랑을 만듭니다

동백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동백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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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꽃송이들은 채 피우지도 못하고 떨어져 내립니다. 차라리 떨어진 꽃무더기가 더 아름답습니다.
 붉은 꽃송이들은 채 피우지도 못하고 떨어져 내립니다. 차라리 떨어진 꽃무더기가 더 아름답습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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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사는 다산 정약용 선생과 인연이 깊은 장소로 문화적 가치가 높은 곳입니다. 산사의 풍경은 어느 절이나 매한가지로 고즈넉하고 정겹기만 합니다. 만덕산이 포근히 감싸 안고 있어서인지 건물이 편안해 보입니다.

사찰의 부도탑이 있는 동백 숲입니다. 부도탑 위에 동백꽃 한송이가 떨어져 내렸습니다. 스님이 생전에 동백꽃을 무척이나 좋아하셨던 모양입니다. 바닥에 무더기로 떨어진 동백꽃잎의 선연함은 가슴마저 붉게 물들게 합니다. 누군가 만들어놓은 동백꽃 하트는 탄성을 자아내게 합니다.

"누가 꽃을 모태(모아) 놨데."
"사랑의 마음이 합쳐져서 커집니다."

오가며 붉은 꽃송이를 주워 모아 보태니 사랑이 커져만 갑니다.
 오가며 붉은 꽃송이를 주워 모아 보태니 사랑이 커져만 갑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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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꽃송이를 보러 목포에서 왔다는 한 아마추어 사진작가는 떨어진 꽃잎을 더 모아 하트를 장식합니다. 서울에서 단체로 온 할머니들은 카메라에 꽃을 담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아름다운 동백꽃무더기의 느낌을 다함께 공감하는 순간입니다. 근처 숲에서 산까치 녀석들이 짝짓기를 하느라 부산을 떱니다. 동백꽃송이가 툭툭 떨어집니다. 오가며 붉은 꽃송이를 주워 모아 보태니 사랑이 커져만 갑니다.

백련사에서 다산 초당으로 이어지는 만덕산 숲 탐방로를 따라갔습니다. 이 길은 다산선생이 초위선사 혜장법사 등과 함께 거닐었던 숲길이라고 합니다. 조금 오르다보니 강진만의 드넓은 해안선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답답했던 가슴이 툭 트이며 기분마저 좋아집니다.

박새가 고운 깃털을 물고 오솔길에 앉아있습니다. 근처 어딘가에 둥지를 틀고 있는가 봅니다. 등산객이 새가 길을 막고 있다며 가던 길을 멈춰섭니다. 배려하는 그의 마음이 한없이 크게만 보입니다. 숲속의 나뭇가지에는 연두빛의 새싹이 돋아납니다. 삼나무 숲에서는 딱따구리가 봄을 쪼고 있습니다.

이 길은 다산선생이 초위선사 혜장법사 등과 함께 거닐었던 숲길이라고 합니다.
 이 길은 다산선생이 초위선사 혜장법사 등과 함께 거닐었던 숲길이라고 합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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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느끼고만 가세요!" 기막힌 죽로차의 맛

전망 좋은 천일각에 눈길 한번 주고 돌아서니 동암입니다. 근처에 다산초당과 연지석가산이 있습니다. 연지석가산은 연못 가운데에 돌을 쌓아 만든 조그마한 산입니다. 다산 선생이 원래 이곳에 있던 연못을 넓히고 바닷가의 돌로 봉을 쌓아 석가산이라 불렀답니다. 후에 이 연못에 사는 잉어의 안부를 물을 정도로 선생은 석가산을 귀히 여겼다고 합니다.

계곡에서 연못으로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마음을 깨웁니다. 청설모 녀석이 나무에서 묘기를 부리며 뛰어다닙니다. 다산 선생을 떠올리며 물 한 모금을 마셔봅니다. 기분 탓일까요. 물맛이 아주 그만입니다.

다산 선생이 유배를 마치고 돌아가기 직전에 새겼다는 정석 바위입니다. 평범해 보이는 이 바위가 다산초당의 제 1경이라고 합니다. 이 바위가 군더더기 없는 다산의 성품을 그대로 닮았다나요. 그런데 바위에 있는 노송이 말라죽어 보는 이의 마음을 안타깝게 합니다.

굴뚝과 대울타리 그림자에 시선이 머뭅니다. 이 초당에는 다성각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데 다산이 제자들을 가르치고 책을 썼던 곳이랍니다.

다산초당 안에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영정이 모셔져 있습니다.
 다산초당 안에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영정이 모셔져 있습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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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머물다보니 연못은 다산초당의 모습까지 다 보여줍니다.
 한참을 머물다보니 연못은 다산초당의 모습까지 다 보여줍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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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위에 산이라? 그거 참 신기하죠."

연지석가산에 또다시 가봅니다. 연못을 자세히 살펴보니 연못 속에는 후박나무, 동백나무가 살고 있습니다. 아니, 하늘의 구름도 주변 풍경도 오롯이 그곳에 머물고 있습니다. 숫제 다산초당의 서까래와 격자문도 있습니다. 한참을 머물다보니 연못은 다산초당의 모습까지 다 보여줍니다.

갔던 오솔길로 되돌아옵니다. 차 한 잔 하자는 아마추어 사진작가와 천일각에 오릅니다. 그는 보온병에 뜨거운 물과 다기, 죽로차를 준비해가지고 다녔습니다. 차를 즐겨 마신다는 그는 백련사 찻집에서 다도를 배웠답니다. "그냥 느끼고만 가세요!"라며 그가 권해준 천일각에서의 죽로차 맛은 아마도 오래도록 기억될 듯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다산초당, #백련사, #연지석가산, #죽로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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